장원(壯元)인 왕운금이 어느 해 설날 집에서 친척, 친구들과 골패놀이를 했다. 어느 순간인가. 골패 한 장이 없어졌다. 아무리 찾아도 없기에 그만두고 술자리를 벌였다. 다음날 입궐하자 황제는 어제 무엇을 하고 지냈는가 물었다.
정직하게 대답하자 황제는 집안의 일인데도 거짓말을 안 하다니 역시 장원답다고 말하며 소매에서 골패 한 장을 꺼내 주었다. 자세히 보니 전날 없어졌던 그 한 장이었다고 한다.
청(淸)나라 5대 황제 옹정(雍正)제 시절의 일화다. 모든 권력이 황제 한 사람에게 집중됐다. 말 그대로 만기(萬機)를 친람(親覽)했던 것이다. 어떻게 그게 가능했을까. 밀고가 장려됐다. 그리고 곳곳에 스파이망을 깔아 두었다. 철저한 독재체제 구축을 통해서다.
정부 고관들은 전전긍긍하면서 행동을 삼갔다. 그래서 나온 것이 ‘옹정시절 청렴하지 않은 관료가 없었다‘(雍正一朝, 無官不)란 말이다. 그 옹정제에게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시진핑이다.
그 시진핑이 중국최고 권력자로 등극한지 1년 후 그러니까 2013년에 이런 말을 했다.
“우리 당이 식품안전문제 정도도 해결하지 못한다면 과연 중국을 통치할 수 있을지 사람들은 물을 것이다.” 그리고 전개한 것이 부패와의 전쟁이다.
그리고 3년 후 또 다시 스캔들이 터졌다. 백신스캔들이다. 저온보관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 유통기간도 지났다. 그런 불량 백신을 정부운영 보건소가 싼 값에 구입해 환자들에게 팔았다. 부정부패가 또 한 차례 최악의 공중보건 스캔들을 불러온 것이다.
동시에 새삼 의구심이 피어오르고 있다. 시진핑 1인 통치의 방향성에 대한 의구심이다.
부패할 대로 부패했다. 빈부격차는 날로 심화되고 있다. 공해는 살인적이다. 경제도 성장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 정말이지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 상황을 중국의 한 역사학자는 ‘강인(强人)을 필요로 하는 때’로 설파했다. 권력집중이 필요한 비상시라는 말이다.
모든 권력이 집중되기 시작했다. 당 총서기에, 국가 주석, 중앙군사위 주석. 그뿐이 아니다. 국가안전위, 전면개혁심화영도소조, 중앙인터넷안전정보화영도소조 등의 주석직도 차지하고 있다. 그 시진핑에게 따라 붙은 새 별명은 ‘COE’(Chairman of everything)다. 국방·외교·치안·경제·테러·인터넷 분야의 권력까지 장악한데 빗댄 것이다.
시진핑은 요즘 ‘핵심 지도자’로도 호칭된다. 마오쩌둥, 등샤오핑, 장쩌민에게 수여됐던 호칭으로 ‘핵심‘에는 공식임기가 끝나도 막후 실력자로 남을 수도 있다는 뜻도 포함돼 있는 것이다.
동시에 이루어지는 것이 시진핑 개인 우상화 작업이다. 마치 두 세대 전 문화혁명시대로 회귀한 것 같다는 것이 파이낸셜타임스의 지적이다.
이와 함께 새삼 던져지는 질문은 권력집중은 개혁을 위한 방법이었는지, 아니면 그 자체가 목적이었는가 하는 것이다. ‘아무래도 후자인 것 같다’는 것이 이코노미스트지의 분석이다.
부패관리보다 인권운동가, 변호사 등 민주세력에 대한 탄압이 더 혹독하다. 게다가 언론, 사상 등 전 방위적으로 통제가 강화됐다. 그 탄압의 손길은 해외까지 미친다. 시진핑 정권은 부패척결보다는 체제옹위에 더 필사적으로 보인다. 그에 따른 진단이다.
반발도 만만치 않다. 신화사 통신 등 제도권 언론에서도 저항이 일고 있다. 그 가운데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회의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기간 중 시진핑 퇴진을 요구하는 공개서한이 중국내 인터넷 매체에 실린 것이다.
무엇을 말하나. 공산당 내부에서의 반발이 심상치 않다는 사실이다. 이코노미스트지가 특히 주목한 것은 양회 기간이란 ‘절묘한 타이밍’에 그 사실이 외부로 노출된 상황이다. 공산당 내부 분열상이 외부로 노출 된다. 그럴 때 마다 심각한 문제가 뒤따랐기 때문이다. 1989년 천안문 사태 때처럼.
그 시진핑 통치는 그러면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앞으로 십 수 년 간 전 세계적인 최대 불안정 요소는 중국의 장래가 될 것이다.” 중국전문가 데이비드 샴바우의 말이다. 민주화 없이도 경제 현대화를 이룰 수 있다. 베이징의 주장이다. 그 베이징 컨센서스는 허구임이 결국 드러나게 된다는 것이다.
시진핑 1인 통치는 중국 공산당, 더 좁히면 자신의 파워 베이스 강화에만 도움이 될 뿐 중국을 부유하고 또 열린사회로 이끄는 데에는 아무 역할도 못한다는 진단이다.
이야기가 길어진 건 다름이 아니다. 오바마와는 30분 안팎, 아베와는 20여분. 워싱턴에서 가진 연쇄 회담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과 일본 두 우방 정상과 가진 회담 시간을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시진핑과의 만남의 시간은 80분을 걸렸다는 보도가 나와서다.
한반도 미래에 대해 내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한다. 대북압박 외교 총력을 기울인다는 점에서 일면 이해는 간다. 그런데 ‘글쎄…’란 생각이 앞선다. 시진핑의 중국은 결코 상승주가 아니다. 하강주다. 그 시진핑 주식에 지나친 투자를 하는 건 아닌가 싶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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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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