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살의 젊은 나이에 사지가 찢기는 참혹한 거열형에 처해진 남이 장군은 조선 왕조 역사상 가장 빠른 출세가도를 달렸던 인물이다.
그는 이성계를 도와 조선 개국에 공을 세운 남재의 자손으로 할머니가 이방원의 딸 정선 공주다. 부인은 수양 대군이 조카의 왕위를 빼앗을 때 공을 세운 좌의정 권람의 딸로 당시 조선 최고의 권력 가문의 자제였다. 17세에 무과를 장원 급제한 실력과 이시애 난 진압 그리고 여진족 토벌에 공을 세웠다지만 스물여섯의 젊은 나이에 병조판서 자리까지 올랐음은 그 집안의 막강한 배경도 도움이 됐을 것이다.
세조의 총애로 승승장구하던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간 원인은 다름 아닌 직설적 언어로 원로 공신들의 미움을 샀기 때문이었다. 세조가 죽고 예종이 왕위에 오른 즉시 그를 파직시켰으니 평소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악화된 관계를 유지 했었는지 짐작이 간다.
“백두산 돌은 칼을 갈아 다 없애고 두만강 물은 말을 먹여 모두 말랐네 남아 스므살에 나라를 평안케 못하면 후세 누가 대장부라 칭하겠는가.” 그의 기개와 거침없는 성격을 짐작케 하는 호기가는 정적들에게 공격의 빌미를 제공했으며 급기야 역모로 몰려 자신은 물론 가족까지 비참하게 생을 마감하게 했다.
어렸을 때 동네 어른들 간 언쟁 가운데 자주 들었던 소리가 “아 다르고 어 다르다”라는 표현 이었다. 당시는 엄연히 다른 말을 왜 저렇게 싸우면서 다시 강조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세상살이 60년을 코앞에 두고 차츰 그 의미가 가슴에 와 닿는다. 관계 속에 살아가는 인간은 서로의 뜻과 감정을 언어로 전달한다. 그래서 마음을 움직이는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기도 하고 가시 돋친 독설로 목숨을 잃는 경우도 생기는 것이다.
따라서 적절한 언어 구사는 사회생활에 성패를 가르는 매우 중요한 수단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자신과 경쟁 관계에 있거나 우호적이지 않는 사람과의 대화는 가능한 불필요한 말을 삼가하고 최대한 정중하게 말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편한 관계에 있는 상대에게 호의적 태도를 취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어서 나중에 후회하는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자신의 감정을 컨트롤 할 자신이 없으면 말을 시작하지 않는 게 최선이다.
최근 상대를 저주하듯 막말을 일삼던 정치인들이 자기 당으로부터 버림받는 모습을 자주 목격하고 있다. 언론에 많이 등장해야 중요한 인물로 부각되고 다음 공천을 받기 위한 충성심을 목적으로 퍼부었던 막말이 올가미가 돼 하루아침에 실업자로 전락할 딱한 처지가 된 것이다. 평소 선량이라고 잔뜩 힘이 들어있던 고개를 떨구고 눈물까지 보이는 안쓰러운 모습들을 보면서 새삼 언어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한다.
고객과 소통은 물론 내부 조직간 끊임없이 진행되는 커뮤니케이션의 스킬은 기업 경영자나 구성원들에게 매우 중요하다. 어느 때나 소통의 의미는 단순한 의사 전달이 아니라 그 목적을 달성하는데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대가 거부감을 갖지 않고 기꺼이 협조하도록 마음을 움직이는 대화는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성공의 필수 요소다. 특히 자신이 유리한 입장에 있을 땐 더욱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며 지위가 높은 사람은 조직원들과 대화에 거친 말이나 냉소적 언어를 사용하면 안 된다.
사람은 상대의 언어 수준을 통해서 인격을 파악하려는 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에 본의 아니게 오해를 받는 경우도 흔한 이유다. 윗사람을 모시는 사람도 자신이 거리낌 없다거나 논리적으로 맞는다고 아무 때나 말해선 안 된다. 아무리 좋은 말이라도 장소와 시기에 맞지 않으면 옳다고 하기 어렵고 부정적 감정이 포함된 언어는 결코 유익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주장은 주관적 경향이 강하지만 다른 사람의 얘기는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속성이 있다. 같은 말을 두고 며느리와 시어머니의 느낌이 다른 연유도 상대의 입장은 논리와 이성으로 판단하면서 자신의 상황은 감성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인 것이다.
그 시절 어른들이 다투면서 아와 어가 다르다고 따졌던 이유는 대화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교훈으로 다가온다. 비슷한 처지에 있던 귀성군이 정중한 언어와 처신으로 공신들의 호감을 얻은 반면 남이 장군은 비극적 최후를 맞이했음은 절제된 언어 사용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해주기 때문이다. 말해서는 안 될 때 말 하지 않는 자기 절제가 대화의 기초이자 최상의 가치임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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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언 김 터보에어 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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