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순절 기간 케냐·우간다·말라위 주민 치료
▶ “시간도 십일조” 매년 수차례 해외선교 16년째
김범수 장로가 아프리카 선교지에서 무슬림 주민을 치료하다 환한 웃음을 짓고 있다.
부활을 믿는 사람은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다. 지구 위의 인생의 끝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에는 침묵만 지킬 수 없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이 능력과 생명으로 다가온다면, 사랑을 나누며 복음을 전하고픈 열망을 억누를 수 없게 된다.
부활절을 앞둔 요즘 어느 때보다 묵상에 빠진 그리스도인들이 많다. 일상을 이어가는 모습이야 변함이 없지만 수난의 고통과 부활의 설렘 사이에서 인생을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곰곰히 찾아본다.
의료선교에 참여한 김범수 장로, 박형은 목사(오른쪽에서 두 번과 세 번째), 엄한광 장로(왼쪽에서 네 번째)가 선교사와 주민들과 사진을 찍었다.
김범수 장로도 치과병원으로 몰려오는 환자들을 치료하랴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문뜩문뜩 그의 망막에는 바로 며칠 전까지 눈물과 땀을 흘린 검은 대륙의 정경이 스쳐간다. 부활절이 사나흘 앞으로 훌쩍 다가온 시간, 아프리카에서 만난 영혼들은 그의 가슴에 예수의 당부를 끊임없이 되살리고 있다.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내 양을 먹여라.’
사순절 동안 김 장로는 아프리카 동부의 케냐, 우간다, 말라위를 다녀왔다. 비행기 탑승시간만 하루 종일 걸리는 아프리카에서 세 나라를 2주 동안 방문하는 강행군이었다. 교통편이 원활하지도 못하고 끌고 다녀야 하는 짐꾸러미는 쌓여 있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고생과 위험은 떠나지 않고 따라다녔다. 김 장로는 동양선교교회 담임 박형은 목사와 한의사 엄한광 장로 등과 팀을 이뤘다.
“비포장 도로를 자동차로 너댓 시간씩 달리기도 하고 경비행기를 타고 이동하기도 합니다. 비행기가 편할 것 같지만 그렇지만도 않아요. 시간을 줄이려고 타는 건데 악천후에는 곡예비행을 하거든요. 이번에도 사방이 안 보이는 구름 속에서 경비행기가 곤두박질치면서 날아갔어요. 맨 앞에 탄 박 목사님이 고생 많으셨죠. 오죽하면 ‘천국에 일찍 가는 줄 알았다’고 하시겠어요.”
아프리카 의료선교는 몸만 힘든 게 아니라 돈과 시간이 많이 드는 사역이다. 항공편 등 경비와 각 나라에서 헌신하는 선교사에게 전해야 할 각종 물품도 준비해야 한다. 게다가 치과 장비까지 챙겨야 한다. 소형으로 제작한 특수 치과 장비 덕분에 전기도 없는 오지에서 현지 주민을 치료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그런 만큼이나 비싸고 무겁다. 구입하고 끌고 다니는 일이 모두 만만치 않다. 더구나 흙길을 이리저리 헤매다 돌아오면 망가지기 일쑤다.
한번 의료선교를 떠나면 이민가방이 보통 스무 개씩 공항 검색대에 늘어선다. 김 장로는 아예 집에 저울을 마련했다. 선교지에 줄 물건을 하나라도 더 넣기 위해 가방 하나 싸는데 저울을 열댓 번씩 오르락 거린다. 준비하는데만 한달이 걸리기도 한다. 그래도 매번 떠나는 이유는 그를 향해 손짓하는 영혼의 목소리가 있어서다.
김 장로는 지난해에만 페루, 코스타리카, 멕시코부터 몽골과 러시아 그리고 모로코를 방문해 주민의 치아를 고쳐주며 예수의 사랑을 실천했다. 아프리카는 11번이나 찾아갔다. 올해도 브라질, 파라과이 등 남미 지역과 멕시코와 미국내 선교지에서 의료선교를 펼치는 스케줄이 줄줄이 잡혀 있다. 돈 뿐만 아니라 인생의 시간 중에서도 십분의 일을 오롯이 하나님에게 바치겠다는 그의 결단이 일궈내는 열매들이다.
“2001년 처음 아프리카에 갔을 때 빈민가 아이한테 약을 주면서 ‘하루 세 번씩 식후에 꼭 먹으라’고 당부했어요. 그때 선교사님이 말하시더라구요. ‘이 아이들은 매일 한 번 밖에 밥을 못먹는다’고요. 돌아와서 새벽기도 때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하나님께서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신 365일도 십일조를 떼어 선교에 쓰자.’”
이후로 16년째 빠짐없이 자신이 세운 원칙을 지켜가고 있다. 매해 10일에서 2주가 걸리는 단기선교를 2회 떠나고, 멕시코 교도소 등으로 3~4회 1일 의료선교를 간다. 여기에 얼마 전까지는 LA 다운타운에서 매주 무료 치과 봉사에 참여했다. 이밖에 치과병원과 교회 등에서 그가 예수의 이름을 위해 보이지 않게 헌신하는 시간과 물질도 적지 않다. 일년 중 십분의 일이 훨씬 넘는 시간과 정성을 직접적으로 신앙을 실행에 옮기는데 사용한다.
“선교는 중독성과 전염성이 있다고 어느 선교사님이 말씀하더라고요. 정말 맞는 말이에요. 가만히 있으면 벌써 근질근질합니다. 새해 달력을 받으면 선교 스케줄부터 채워 넣게 되요. 이번에도 엄한광 장로님은 80세가 넘었는데 며칠을 더 남아서 무슬림 주민들을 치료하고 오셨어요. 움직일 수 있을 때 조금이라도 더 한다는 거지요.”
케냐의 오지에 선교사가 세운 학교에서는 다음주 우물을 파는 공사가 시작된다. 학생은 물론 동네 주민들까지 모두 평생 처음 맑은 생명의 물을 마실 수 있게 된다. 미국의 이민교회들이 모은 후원금을 통해 일어난 기적이다.
“주님의 부활을 믿는 사람들이 이 땅에 사는 동안 마음껏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과 사랑을 전했으면 좋겠어요. 하나님이 주신 돈과 시간, 재능을 온 마음을 다해 이웃을 위해 쓰는 게 선교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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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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