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충북 진천에서 자란 1940년대에는 살인사건이 딱 하나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봉화산 맞은편 산속에 살던 어떤 아버지가 미쳐서 발가벗고 돌아다니던 딸을 고쳐본다고 때린 것이 지나쳐서 죽게 된 비극이었다.
요즘에는 한국에서도 상속을 빨리 받으려고 부모를 죽이는 패륜 존속살인과 계부와 계모에 의한 아동살인 등을 포함한 살인사건들이 빈발하여 말세의 현상이라고 통탄하게 만든다. 그러나 미국의 살인율에 비하면 훨씬 밑도는 숫자다. 그것은 한국인들이 미국인들보다 선량해서가 아니라 두 나라의 총기소유 전통과 현실의 차이점 때문일 것이다.
한국에서는 심지어 사냥총마저 허가를 받는 제도라서 일반인들의 권총소유는 원천적으로 불법이다. 인디안 땅을 수탈하고 영국왕정으로부터 무역항쟁으로 독립을 쟁취한 역사적 배경을 충분히 고려한다 하더라도 미국의 총기소유 관행은 나 같은 이방인들이 아무리 이해하려고해도 이해가 안 되는 불가사의다.
13개주를 미합중국으로 만든 연방헌법이 1787년에 채택된 지 불과4년 후에 채택된, 도합 10개 조항으로 구성된 권리장전의 제2조가 “잘규제된 민병대가 자유로운 주의 안전을 위해 필요하기 때문에 시민들의 무기소유권은 제한될 수 없다”라고 못 박고 있다. 보통사람들이 하루에 한 정씩 총을 사더라도 자유이고 자동소총이나 다발 권총 등 적군의 대량섬멸을 목표로 만들어진 전쟁무기들의 민간인 축소판도 얼마든지 살 수 있다.
특히 한동안은 연방대법원이 그조항을 민병대에 관련시켜 해석하던 것이 2008년 DC 정부 대 헬러(2008)사건 최종심에서 무기소유의 권리는 개개인의 권리라는 판례가 나온 다음에는 미국인들의 무기소유는 한층 증가일로를 걷고 있다. 일부 추산에 의하면 2013년 미국에는 3억 5,700만정의 총기가 있다. 미국인구보다도 4,000만이 더 많다.
시카고 대학의 손재석 박사와 그의 동료 미국학자의 연구보고를 보면 2014년 미국 성인 인구의 32%는 총기가 있는 가구에서 거주하고 있다. 따라서 막말과 욕설 정도로 끝날 부부싸움이 유혈참극으로 끝을 맺는 환경이 존재하게 된다. 서너 살짜리 아이가 무심코 만지다 형이나 동생을 죽게 만들거나 엄마나 아빠를 쏘아 죽게 한 사건들도 때때로 발생한다.
사실 많은 미국인들은 총기를 우상처럼 숭배한다는 것이 나의 소견이다. 수정헌법 제 1조에 보장되어있는 언론의 자유나 종교의 자유보다 총기소유권을 우위에 두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일례를 들자면 연방의회가 “종교의 실천을 제한하는 입법을 할 수 없다”라고 되어 있다. 하지만 어떤 종교가 독사를 만져도 죽지 않는다는 믿음으로 의식을 행하면서 아이들도 독사를 만지게 해서 어린아이들의 건강과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경우 정부는 그 같은 숭배의식을 중단시킬 수 있다. 그러나 전국총기협회(NRA)와 총기소유권 옹호자들은 총기구매자들의 배경조사를 위한 며칠간의 기간마저 위헌이라고 악을 쓴다.
며칠 전 프린스 조지스 카운티에서 발생한 사건도 여러모로 안타깝다. 정신분열증을 앓아 왔다는 22세짜리 큰형이 자살을 하겠다며 마지막 유언으로 동생들에게 비디오를 찍게 한 것도 해괴하다. 경찰서 앞에 가서 총을 쏘아대면 경찰의 응사로 죽게 되는 결과를 바랬던 모양이다. 동생 중 하나가 운전을 하고 경찰서에 총격을 퍼붓는 장면을 다른 동생이 비디오로 찍는 과정에서 뜻밖의 결과가 발생한다. 경찰서에 막 도착한 사복형사가 정신병자에게 응사하기 위해 권총을 들고 차에서 내리자 그를 저격범이라고 오판한 경찰이 그를 쏘아, 정신병자는 살아남고 형사가 죽는 비극이 발생한 것이다. 총이 너무 넘쳐나고 훔친 무기 밀매가 번창해서 정신병 환자는 무기를 소유할 수 없다는 조항이 사문화된 경우다.
도널드 트럼프가 만약 공화당 주류에서 자신의 후보경선을 방해하는 경우 자기 지지자들이 폭동을 일으킬 것이라고 예견한 것이 몹시 마음에 걸린다. 트럼프 지지자들 중에는 수정헌법 제2조의 맹신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미국의 최대 국내테러사건인 오클라호마 연방청사 폭파사건도 총기소유권 옹호자의 흉악한 소행이었음이상기된다. 수정헌법 제2조를 개정해야 대량학살과 자살, 오발로 인한 비극을 막을 수 있겠지만 그런 움직임이 있다면 대규모 폭동이 발생할 것임이 미국의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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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선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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