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구글에서 개발한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 바둑프로그램인 알파고(AlphaGo)와 세계 최고의 반열에 있는 한국의 이세돌 바둑 기사와의 바둑 대결이 화제다. 이번 대결에서 우리는 기계 앞에 선 인간의 한계와 인간다움을 보았고, 인간을 마주 대하고 있는 인공지능 기계가 지닌 상상을 초월한 능력을 보았다.
인간과 인공지능과의 대결에 대한 지대한 관심과 화제의 이목은 승패 자체보다는 그 의미에서 찾아야 할지 싶다. 이번 게임에서 인간이 이겼다고 우쭐할 것도 없고, 인간이 졌다고 의기소침 할 필요도 없다. 인간과 인공지능과의 바둑 맞대결을 통하여, 이제는 인공지능의 시대가 성큼 다가왔음을 실감하게 된다.
사실 우리 주변에는 벌써 초기단계의 인공지능 기계들이 들어와 있다. 로봇 강국인 일본에서는 작년부터 인간의 감정을 인식하는 휴머노이드(humanoid) 로봇을 판매하고 있는데, 매진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요즘 수년 내 상용화를 목표로 운전자 없이 스스로 움직이는 자율주행 차량 시험 운전이 활발하다.
지난 해 12월 구글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불확정성의 원리'를 이용한 양자컴퓨터 ‘D웨이브2X'를 공개했다. 기존 컴퓨터가 1만년 동안 수행해야 하는 작업을 단 1초 만에 해결할 수 있는, 기존 컴퓨터보다 1억 배 빠른 양자컴퓨터라고 한다. 인공지능 로봇과 함께 살아가는 시대를 맞이하였다.
문제는 인공지능 기계의 발전은 긍정적인 면과 함께 부정적인 면도 적지 않다는 점이다. 긍정적인 요인을 들자면 자율주행차량으로 교통사고가 없어지는 세상, 인공지능 로봇이 등장하여 오차 없이 수술하고, 빠르게 물품을 배달하고, 신속하게 주식 시장을 예측하고, 정확하게 재판을 하는 세상이 올 수도 있다.
우려되는 부정적인 요인들도 적지 않다. 인간보다 기계를 더 신뢰하는 세상이 되고, 인공지능이 인간을 위험 요소로 판단할 경우의 혼란도 예상 되고, 사람보다는 인공지능과의 소통에 더 마음을 쓰고 심지어 사람보다 인공지능 기계와 사는 것을 선호하는, 정작 사람이 소외되는 세상이 올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실감나게 떠오르는 것은 일자리에 대한 혼란이 올 것이라는 점이다. 언론들은 인공지능(AI)이 경제·사회 모든 분야에서 인간 노동자를 대체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를 한다. 현대인의 여가는 늘어날지 모르지만, 일자리는 줄어들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예측이다. 그러나 일자리조차 없는 사람에게 여가는 의미가 없다.
그러므로 인공지능 기계의 개발은 인류의 삶에 대한 종합적인 성찰과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 이에 대한 사회적 논의나 합의가 필요하다. 단순히 인건비를 절감하기 위하여 평범한 일에 인공지능 기기를 개발하고 사용하는 것은 썩 바람직하지 않다. 인공지능은 인간이 하기 어렵거나 위험하고 복잡한 일을 위하여 개발되어야 한다. 인공지능의 개발은 또한 인간의 노동에 대한 깊은 이해와 함께 가야 한다고 본다.
더 이상 인공지능 로봇을 외면할 수는 없다. 인간 노동의 일부를 그들과 함께 하는 세상이 왔다. 여러 면에서 그들은 인간 이상으로 잘 해낼 것이다. 그들은 불평도 안 할 것이고, 오차도 없을 것이며, 싫은 내색도 안 할 것이다. 인간이 시키는 대로 자동적으로, 기계적으로, 효율적으로 척척 해낼 것이다.
그러나 인류의 미래를 볼 때, ‘노동의 의미’ 그 자체까지 인공지능 로봇에게 넘겨 줄 수는 없다. 노동은 인간의 본래적 활동이며, 노동 없는 인간은 상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노동은 유대교와 기독교의 경전인 창세기에 의하면 절대자가 인간에게 부여한 거룩한 성무(聖務)이다. 인공지능 로봇 개발의 궁극적 목적은 효율지상주의나 최대 이윤, 혹은 인간노동의 완전 대체가 아니다.
노동의 주체는 인간이어야 한다. 인공지능은 인간 노동의 보완이나 노동의 의미의 성숙과 실현, 그리고 인류의 삶의 고른 유익과 행복의 증진을 위하여 발전되어야 한다. 아울러 더 의미 있는 인간의 ‘새로운 노동’을 찾기 위한 발걸음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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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석 성공회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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