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클린턴에겐 최고의 밤, 도널드 트럼프에겐 꽤 좋은 밤, 마르코 루비오에겐 굴욕의 밤, 그리고 존 케이식에겐 설레는 밤 - 15일 5개주 선거를 통해 양당 후보들의 명암이 또 한 번 갈린 세 번째 수퍼 화요일을 치르며 2016년 대선 경선은 중반을 넘어섰다.
이날 최고의 승자는 대관식을 다시 꿈꾸어도 좋을 만큼 압승을 거둔 민주당 선두주자 힐러리이지만 가장 인상적인 승자는 오하이오에서 승리하며 공화당의 역사적 중재 전당대회 ‘희망’을 되살려낸 케이식이었다. 3주전만 해도 왜 빨리 하차하지 않느냐고 눈총 받던 그가 위협적인 트럼프 연승행진에 제동을 걸어준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15일은 공화당 ‘심판의 날’로 관심을 모아왔다. 수십명 대의원의 승자독식이 적용되는 플로리다와 오하이오의 경선결과에는 실제적 대의원 숫자만이 아니라 심리적 모멘텀도 걸려있었다. 공화당 주류가 투표장에서 트럼프 경선 승리를 사실상 저지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
그 절박한 상황에서 절반의 승리를 거둔 것이다. 당 지도부가 총애하던 루비오는 자신의 지역구 플로리다에서 참패당한 후 초라하게 퇴장했으나 하위권을 맴돌던 케이식이 47% 대 36%, 11포인트 차이로 트럼프를 제압했다. 공화경선은 이제 트럼프-크루즈-케이식 3인 경주의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
오하이오 승리의 의미는 복합적이다.
일단 케이식에겐 경선을 계속할 명분이 생겼다. 그가 오하이오 66명 대의원을 독차지하면서 트럼프는 전당대회 전 후보지명에 필요한 대의원 숫자 ‘매직넘버’를 확보하기 힘들어졌다. 대선후보로 지명 받으려면 경선에서 전체 대의원의 과반을 획득해야 하지만 아무도 못할 경우 전당대회에서 수차례 투표를 통해 대선 후보를 선출할 수 있다. 이 같은 중재 전당대회 개최가 가능해졌으니 트럼프를 반대하는 당 주류에겐 숨 쉴 여지가 주어진 셈이다.
문제는 영 신통치 않은 트럼프 대항마들이다. 케이식이 경선을 통해 최후의 승자가 될 가능성은 제로다. 18개주 승리를 거둔 트럼프에 비하면 이제 겨우 한곳에서 1위를 기록한 그에겐 앞으로 승리가 보장된 경선도 별로 없다. 9선 연방하원의원과 2선 주지사로 어느 후보보다 대통령 자질을 갖추었지만 이번 선거에선 전적도 빈약하고 전망도 어두운 허약한 후보일 뿐이다.
5개주 모두 별 승산이 없어 조용했던 테드 크루즈는 한 두 곳에서 강한 2위를 기록하며 조용조용 대의원을 챙겼다. 사실 그에겐 케이식의 승리가 반갑지 않다. 루비오처럼 패배 후 하차해야 자신과 트럼프의 양자대결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나머지 주들에서 승리한 트럼프는 여전히 압도적 선두주자이지만 오하이오 패배는 상당히 아픈 상처다. ‘네버 트럼프’ 바람을 죽일 수 있던 기회도 놓치고 자존심에도, 대의원 계산에도 흠집을 남기게 되었다. 그러나 케이식이 경선을 계속하면서 ‘트럼프 대항마들’의 표가 분산된다는 이점도 있긴 하다. 그는 앞으로 남은 대의원 중 최소 55%를 확보해야 경선에서 승리하지만 2위인 크루즈는 80% 이상을, 케이식은 불가능을 뜻하는 110%를 확보해야 하니 라이벌들을 크게 의식할 것은 없다. 경선의 1위는 끝까지 바뀌지 않는다는 뜻이다.
케이식의 승리로 ‘트럼프를 몰아낼’ 중재 전당대회의 꿈이 되살아났는데도 공화당의 대선가도가 ‘재난’으로 우려되는 것은 7월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에서 열릴 ‘중재’ 전당대회의 전망이 영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미 오하이오 이전부터도 공화당은 트럼프 인정파와 트럼프 결사반대파로 나뉘어 대립해 왔다. 보수언론 월스트릿은 중재 전당대회 통한 후보선출을 “두려워 말라”고 역설하고, 일각에선 트럼프 낙마의 경우 지지자들의 극렬한 반대를 우려한다. 트럼프 자신도 어제 아침 (중재 전당대회 기류에 불안했든지) 자신이 지명되지 않으면 “폭동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아직은 7월의 기적을 꿈꾸며 클리블랜드 전투에 전력투구할 때가 아니다. 발등의 불부터 꺼야한다. 트럼프의 매직넘버 획득은 상당히 힘들어졌지만 완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반대로 트럼프가 큰소리치지 못하도록 대의원 확보를 1,100명 이하로 줄이는 전략도 숫자상으로는 가능하다.
다음 주 유타에서 4월5일 위스콘신, 5월초 인디애나와 네브라스카로 이어지는 경선에서 트럼프 바람을 차단시킬 수 있다고 반대파들은 벼르고 있다. 그동안 트럼프는 반이민의 요람인 애리조나와 트럼프의 안방인 뉴욕에서 압승을 거두며 질주 할 것이라고 지지자들은 자신한다.
양측 모두 중요한 격전지로 꼽는 곳이 6월7일 캘리포니아다. 172명 최다 대의원이 걸려있다.
중립적 인구분포와 중립적 사고방식의 표밭 성향으로 ‘대선의 풍향계’라고 꼽혀온 ‘오하이오의 선택’은 경선의 한복판에서 트럼프의 질주에 제동을 걸었다. 이젠 경선의 마지막을 장식할 캘리포니아에 ‘반이민’ 막말후보 트럼프의 승리를 확실하게 저지할 기회가 주어졌다. 양식있는 ‘캘리포니아의 선택’을 기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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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록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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