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람들이 흔히 쓰는 말 가운데 잘못된 표현 중 하나가 현기증을 느끼면 “빈혈이 있다”라고 하는 것이다. 현기증, 특히 앉아있다가 일어설 때 어지럼증이 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일반인들은 빈혈이 있다고 말을 하지만 이런 현기증을 일으키는 이유들은 매우 많아서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 올바른 이해가 필요하다.
현기증, 또는 어지럼증은 한국말로 그 표현이 뚜렸하지 않아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하다. 어지럼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번째로 술에 취한 듯한, 또는 빙글빙글돌다가 멈추었을 때 주위가 빙글빙글 도는 현상, 아니면 배멀미를 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어지러움증이 있는데, 이것을 현훈증이라고 한다. 두번째로는 눈앞이 깜깜해지고 몽롱해지는 느낌이 나는 그런 현기증이 있는데, 앉아있다가 일어설 때 가끔 느낄 수 있는 현기증이다. 이 두 가지 양상은 그 원인이 아주 다르기 때문에 자신이 어떤 양상의 현기증인지를 먼저 알아야 그 원인과 치료를 적절하게 할 수 있다.
첫번째로 배멀미를 하는 것 같이 자신이 움직이고 있지 않은데 움직이는 것같은, 또는 배멀미를 하는 것같은 현훈증을 알아보자. 이런 어지러움증을 영어로는 vertigo라고 부른다. 이 원인은 크게 두가지로 말초성 또는 이과적 원인과 중추성 또는 두뇌와 연관된 이유로 나눌 수 있다.
먼저 고령환자에서 가장 흔한 말초성 어지럼증은 나이가 들면서 “양성 돌발성 체위성 현훈증”이라고 영어로는 benign paroxysmal positional vertigo(BPPV)라는 질환으로 귀의 달팽이관에 돌이 있어 생기는, 즉 이석증으로 인하여 문제가 야기되는 병이다. 이석증으로 생기는 BPPV는 80세 이상의 노인에서 어지럼증의 50%의 이유가 될 정도로 흔하다. 전체 연령의 모든 환자에서 BPPV는 20%의 빈도를 나타낸다고 보고되고 있다.
현훈증의 다른 말초성 어지럼증으로는 메니에르병이 있는데, 이 역시 고령자 어지럼증의 중요한 원인이고, 50세 이상에서 유병률이 매우 높다. 증상은 전형적으로 청력감퇴와 이명이 들리며, 일시적으로 심한 어지럼증, 즉 현훈감이 있으며, 귀에 물이 찬 듯한 느낌이 동반되기도 한다.
중추성 어지럼증은 말초성 어지럼증보다는 드물지만 뇌의 혈관 이상에 의해 일어나는 현상이므로 위험한 상태로 진행할 수 있다. 특히 청소년에서도 잘 발생할 수 있고, 편두통과 어지럼증이 동반되는 양상을 보이게 된다. 따라서 이런 경우 정밀한 혈관검사를 해야 한다.
이런 현훈증의 치료는 많은 경우 meclizine이란 약을 쓰며, 이뇨제나 위장약 등 어지럼증을 야기할 수 있는 약이 있는지 검사를 하여 그런 약을 빼기도 한다.
다음은 앞이 깜깜해지는듯한 느낌이 오며 어지러움증이 오는, 영어로는 lightheadedness라는 현기증이 있다. 이런 경우는 순간적으로 뇌에 혈액이 충분히 가지 못할 경우에 일어난다. 노인층에서는 주로 앉았다 일어나거나 침대에서 누웠다가 일어난 후 2~3분 안에 증상이 오게 된다. 뇌에 피가 충분히 가지 못해서 일어나기 때문에 빈혈이 심할 때 일어나는 현기증과 증상이 같다. 하지만 60세를 넘은 사람에서 이런 증상이 일어날 경우 빈혈보다는 심혈관계 질환으로 인해 일어나는경우가 대부분이다. 심장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고, 경동맥이나 동맥경화증으로 인하여 생길 수도 있다.
또 당뇨로 인해 어지러움증이 생기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당뇨는 만성병으로 오랫동안 혈관과 신경조직에 손상을 일으키고, 혈관의 수축을 관할하는 신경조직에도 손상을 일으키게 된다. 사람들이 누웠거나 앉았다가 일어설 경우 중력에 의해 피가 다리쪽으로 쏠리면서 순간적으로 뇌에 허혈상태가 될 수 있다. 이것을 방지하기 위해 일어설 경우 다리쪽의 혈관이 순간적으로 수축되어 피를 뇌로 충분히 갈 수 있도록 해준다. 하지만 당뇨가 심하거나 오래 진행된경우 이 기전에 문제가 생겨 일어설 때 다리쪽의 혈관수축이 늦어지면서 일시적으로 뇌에 피가 적게 가서 어지러움증을 야기하게 된다. 이런 분들은 종종 오랫동안 서있으면 다리가 붓는 현상도 가지고 있지만, 다리가 붓지 않은 사람들에게서도 이런 현기증이 일어난다.
당뇨가 있는 사람에서 이런 현기증이 난다는 것은, 동맥경화증이 심하게 왔고 당뇨병성 신경병이 왔다는 것을 알려주는 증상이다. 따라서 이런 증상을 방치하고 검사를 받지 않을 경우, 어느날 갑자기 심장마비가 온다든지, 반신마비가 올 수 있다.
현기증은 많은 사람들이 가끔 경험하는 흔한 증상이지만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병까지 다양하다. 따라서 현기증이 종종 일어나는 사람이라면 꼭 의사를 찾아 현기증의 원인을 찾고 적절한 진단 및 치료를 하기를 권장한다.
(213) 674-8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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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동 혁 [내과·신장내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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