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홍콩의 한 경매장에서자동차 번호판 한 개가 물경 230만달러(1,810만 홍콩달러)에 팔려 8년전최고기록(210만달러)을 갈아치웠다.
다이아몬드로 만든 게 아니다. 이번에팔린 번호판엔 숫자 28이, 8년 전 것에는 18이 들어 있다. 중국말(광동어)로 8은 ‘돈을 번다’는 뜻인 ‘파차이(發財)’의 發과 발음이 비슷하다. 28은‘공돈이 생긴다’는 뜻이다.
중국인들의 8 숫자 애착은 가히 광적이다. 베이징 올림픽을 2008년 8월8일 오후 8시에 개막했다. ‘88 서울올림픽’을 몹시 배 아파했단다. 보잉은 첨단 여객기 ‘드림라이너’를 777로 명명하려 했다가 중국시장을 감안해 787로 바꿨다. ‘오래’라는 뜻의 ‘구(久)’와 발음이 같은 숫자 9도 인기다. 지난 1994년 9자 번호판이 홍콩 경매에서 160만달러에 팔렸다.
중국인들을 흉볼 것이 없다. 워싱턴주 정부가 2014년, 수퍼보울 우승팀인시애틀 시혹스의 로고를 넣어 만든특수번호판 중 ‘00012’ 숫자로 된 것이 4만2,299달러에 팔렸다. 12는 시혹스의 광팬을 지칭한다. 지난 16일 델라웨어의 한 부부는 ‘No. 14’ 번호판을 집 한 채 값인 32만5,000달러에 매입했다. 델라웨어 사상 14번째 발급된골동품 흑백 번호판이다.
바로 엊그제 특수번호판 때문에 미네소타주가 발칵 뒤집혔다. 회교도인소말리아 이민자가 우연히 주차장에서 ‘F MUSLMS’라는 번호판을 단 차를 발견하고 사진을 찍어 페이스북에올렸다. ‘ F’는 우리말의 ‘ㅆ’에 해당하는 욕이다. 이런 고약한 번호판을 발급해준 멍청한 면허국을 비난하는댓글이 빗발치자 주지사가 공식 사과하고 문제의 번호판을 회수했다.
나는 운전할 때 앞 차 번호판을 살피는 버릇이 있다. 프리웨이를 운전할때는 앞 차가 계속 바뀐다. 대부분 정상적인 번호판이지만 어쩌다 기발한특수번호판을 발견하고 무릎을 칠 때가 있다. 예전에 LA에서 본 ‘OJDIDIT’따위다. 풋볼선수 출신 영화배우 O. J.
심슨이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사실은 “O. J.가 부인과 그녀의 정부를 살해했다(Did It)”는 뜻이다.
출근길 복잡한 도로에서 상습적으로 새치기하는 차에 ‘SORRY’라는 번호판이 달려 있으면 애교로 봐줄만하다. ‘XCUZE M3’ (Excuse Me)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CANT C’ (CannotSee)나 ‘NVRLKBK’ (Never LookBack) 같은 번호판이 붙은 차량 근처엔 접근하지 않는 것이 좋다. ‘UIDIOT’ (너는 멍텅구리) 같은 시비조의 번호판을 단 차량도 마찬가지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웃기는 특수번호판이 숱하게 많다. 교통경찰을 의식한 ‘HIOFCER’ (Hi, Officer), 허머SUV에 붙은 ‘1MPG’(개스 마일리지 1),캐딜락영구차의 ‘UR NEXT’ (다음은당신 차례), 벤츠에 붙은 ‘HIDEBT’ (빚더미), 꽃뱀 아가씨 차의 ‘1M2SEXY’(I’m Too Sexy) 따위다, 이민국 단속요원트럭의 ‘DPORTEM’ (Deport Them)은웃음보다 겁을 준다.
장애인 차량의 ‘1 LEG,’ 애주가 차의‘ALCOHOL, ’마리화나 업주의 ‘POTCOM,’고급 스포츠카의 ‘DROPOUT’(중퇴자) 등은 차주의 정체성을 당당하게 밝힌다. 머리를 굴려야 이해되는것들도 있다. ‘370H55V’와 ‘ NVWSSV’를 뒤집어서 거꾸로 읽으면 각각 게이를 의미하는 ‘ASS HOLE’과 ‘ASSMAN’이 된다. ‘3MTA3’를 백미러로 읽으면 ‘EAT ME’가 된다.
현재 워싱턴주의 특수번호판은 대학, 군 단체, 경찰?소방관 후원기관.
환경단체 등 37개가 나와 있고 그 밖에 스포츠 등 취미활동 단체와 개인들이 신청한 번호판이 있다. 개인 번호판의 발급비용은 레이니어 산이 그려진 본래 규격판은 84.75달러, 별도디자인은 124.75달러부터 시작된다.
특수번호판 종류가 가장 많은 주는텍사스로 무려 363개나 된다.
한국에선 특수 번호판의 묘미를즐길 수 없다. 머리회전이 빠른 한국인들이 획일적인 번호판을 그냥 놔두는 것이 이상하다. 한인들은 상황이다르다. ‘LIKE KMCH1’(김치가 좋아), ‘SNG AR1RNG’ (아리랑을 부르자), ‘BDL M1NJOK’ (배달민족), ‘JOGKTONG1’ (조국통일)등의 번호판을 달수 있다. 8이 겹친 번호판은 이미 중국인들이 싹쓸이 했을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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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여춘 시애틀지사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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