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들이 울고 있다. 남극에서 아델리 펭귄 15만 마리가 죽어가고 있다. 지난 주 ‘남극 사이언스’지에 난 쇼킹한 보도다. 세계는 지금 시리아 내전 5년째.
수십만명이 죽고 300만 난민들이 바다로 내몰리는 참혹한 살상극 속에서 아무도 펭귄들의 울음을 듣는 이가 없다.
남극의 대표적인 펭귄은 두 종류다. 황제 펭귄과 몸집이 작은 아델리 펭귄.
수년 전, 뤽 작케가 만든 다큐멘터리 ‘펭귄들의 행진’으로 황제 펭귄들의 삶이 널리 알려졌었다. 가족간의 사랑, 일부일처의 도덕성, 새끼들을 위한 희생, 냉혹한 환경에 굴하지 않는 투지, 새끼들이 크면 미련 없이 떠나보내는 지혜 등을 과장없이 그려 큰 화제를 모았었다.
인상적인 장면은 그들의 혹한 속의 행진이었다. 매년 번식기가되면 은밀한 내륙 오모크까지 수천마리가 일렬종대로 수십마일을 걸어간다. 알을 낳으면 아비들은 어미들이 먹이를 잡아올 두 달 동안 꼼짝 않고 지킨다. 알이 얼세라 깨질세라 발등 위에 올려놓고 아무것도 먹지 않고 기다린다. 아비들은 서로 가슴을 맞대고 둘러서서 시속 100마일이 넘는 강풍과 영하 70도의 혹한을 부리를 악물고 이겨낸다.
턱시도를 걸친 앙증맞은 아델리 펭귄은 황제 펭귄들과는 달리 둥지를 튼다. 늦 10월에 작은 돌들을 물어와 둥지 속에서 알을 품는다. 알이 깨면 교대로 먹이를 찾아 나선다. 잡아온 크릴을 되새 김해 새끼들을 먹인다. 자란 새끼들을 한군데모아 탁아소(creches)를 만들어 집단보호를 한다. 새끼는 태어난 9주 쯤 후 털갈이를 한뒤 바다로 내보낸다.
학술지 ‘남극 사이언스’는 아델리 펭귄 15만 마리가 거대한 유빙(游氷)에 갇혀 거의 전멸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B09B하고 이름붙여진 유빙이 2010년 남극 해안의 메르츠 빙산에 충돌한 뒤 이들의 서식지 커먼웰스만 입구를 틀어 막아버린 것이다.
B09B 빙산의 면적이 2900평방km 라니 맨해튼의 30배가 넘는다. 이 때문에 아델리 펭귄들은 먹이를 찾아 왕복 120km를 돌아가야 했고 서서히 개체수가 줄어 이제는 불과 몇 천 마리만 남게 되었다는 것이다. 현장보고서는 “엄청나게 많은 펭귄들의 사체가 쌓였고 특히 어린 새끼들이 많아 참혹한 광경이었다. 더 심각한 것은 이 서식지로 돌아오는 펭귄들이 없다는 사실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20년 후면 멸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왜 이런 참사가 일어났을까? 거대한 빙하는 왜 이동했을까? 다수의 과학자들은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니라 심화된 지구온난화, 기후변화 등이 초래한 환경재난의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미 2014년 ‘라이브 사이언스지’는 남극 빙하들의 붕괴를 심도깊게 보고했다. NASA의 과학자들은 40년간 축적한 데이터를 토대로 거대한 서부 남극빙하가 붕괴하는 모습을 시뮬레이션했다.
지구온난화로 야기된 붕괴가 이제는 온실가스 배출감소와 상관없이 진행되는 돌이킬 수 없는 단계라고 경고했다. 라센A, 라센B빙붕은이미 1990년대와 2000년대에 떨어져 나갔다.
인간들도 때늦은 대책을 세우고 있다. 작년 12월 파리에서 ‘유엔 기후변화’ 정상회의가 열렸다. 오바마 대통령의 주도로 195개국이 역사적인 합의를 도출했다. 지구 온도를 산업혁명때 보다 최소한 섭씨 2도를 넘지 않도록 목표를 세운 것이다.
그러나 세계는 미국을 믿지 못하고 있다. 1997년 체결된 ‘교토기후협약’을 부시행정부가 국익을 핑계로 탈퇴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세상엔 두 가지 사람들이 있다.
지구온난화를 믿는 사람들과 믿지않는 사람들이다. 놀랍게도 미국공화당 수뇌부는 거의 믿지 않는다. 올 대통령선거를 세계의 환경학자들이 우려하는 이유다.
지구의 전쟁과 환경문제 등은 인간들이 이기주의와 탐욕을 벗어나지 못하는 한 풀지 못할 것이다.
지구인을 뭉치게 하는 건 단 한 가지, 외계인의 침략뿐일 것이다. 펭귄의 통곡은 아마도 지구를 지킬 자격이 없는 인간들의 한계를 아는 슬픔 때문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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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봉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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