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갭 이어(gap year)-대학생활 1년 미루며 여행·봉사·직업체험
▶ 세상을 보는 눈 넓어져 명문대 재도전 계기도
남들처럼 정상적인 코스를 밟아서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에 진학하는 것도 좋지만 멀리 보고 갭 이어 프로그램을 활용한다면 세상을 보는 시야와 폭이 더 넓어질 수 있다. 한 대학의 칼리지 투어에 참가한 학생들이 캠퍼스를 걸어가고 있다.
대학으로부터 입학허가서를 받았다고 할지라도 일년 정도 쉬었다가 대학을 들어가는 학생들이 점차 늘고 있다. 왜냐하면 확실히 전공을 정하고 목표의식이 뚜렷하다면 몰라도 남이 가니까 대학을 갔는데 전공도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내가 무엇을 해야하는 지 모르는 상태라면 시간과 돈의 낭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요즘은 대학 입학 전 1년간 타임아웃(timeout)을 권장하는 명문대학이 점차 늘고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입학하기 전 1년간 휴학하는 이 기간을 갭 이어(gap year)라고 부르고 있다. 이 기간 학생들은 아프리카에서 봉사활동을 하기도 하고 세계일주 여행을 떠나는 등 의미있는 활동을 하면서 고등학교 재학 때 가질 수 없었던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손해인 것 같지만 너무 앞만 보고 달리기보다는 지난 인생에 대해 생각해 보고 앞으로의 커리어와 공부에 대해 진지하게 고려해 보면서 의미 있는 결정을 내리는 생산적인 시기가 될 수 있어서 이를 활용하는 학생도 늘고 있는 추세이다. 예를 들어 전쟁이나 지진의 여파로 아직도 고통을 받고 있는 지역이나 기아로 신음하고 있는 아프리카 등에서 일정 기간 봉사활동을 하다 보면 본인이 얼마나 유복한 환경에서 성장했는지 알 수있고 또한 인류애가 저절로 길러질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취지가 좋은 갭 이어도 어떻게 이를 활용하느냐에 따라 득이 될 수 있고 실이 될 수도 있다. 일부 학부모들은 갭 이어가 자녀들이 다시 학교로 돌아오지 않는 계기가 될 것을 두려워하는 측면도 있다. 따라서 학생의 균형감각과 열정, 자질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다음 갭 이어 선택을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대학 입학 허가서를 받은 학생들을 위해 갭 이어의 의미를 짚어보고 지혜롭게 보내는 방법을 알아본다.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다
갭 이어는 좋은 측면도 있지만 잘못 활용하면 학교로 복귀하지 않을 수도 있다. 따라서 자녀가 독립적인 스타일인지 아니면 시스템안에서 생활하는 것을 더 편안해하는 지 냉정하게 따져 볼 필요가 있다. 괜히 학교에 바로 입학하면 공부 잘 할 얘를 오히려 갭 이어를 시킴으로써 더 상황이 악화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모와 자녀는 이 점에 대해 격의 없이 토론을 하면서 서로에 대해서 좀더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경비 문제도 생각해 본다
무조건 멀리만 간다고 능사가 아니다. 아프리카나 중남미 등 멀리로 선교여행을 떠나도 좋지만 의외로 가까운 의사 오피스, 변호사 사무실, 파트타임 잡에서 자신에게 맞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아니면 비영리 봉사기관 등에서 무료로 봉사하면서 삶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무엇인지도생각해볼만 한다. 인생은 사실 혼자 개척하는 것이다.
갭 이어 동안 무엇을 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도 자신의 몫이다. 시행착오를 하면 하는대로 올바른 결정을 해서 수확을 거둬도 둘 다 본인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본인이 어떤 일을 하면 재미있고 또 다른 일을 하면 재미없는지 현장에서 겪어보는 경험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어디 있겠는가?나중에 대학에 들어갔을 때 자기가하고 싶은 공부를 선택하는 데 이보다 좋은 판단 기준이 없을 것이다.
■ 보편화 되어 있다
갭 이어를 선택하는 학생들이 아이비리그 등 명문대학 중심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하버드대는 매년 입학허가서를 받은 학생 가운데 50~70%가 입학을 연기하고 갭 이어를 택하고 있다. 프린스턴은 25~30%, 코넬은 50~60%, 다트머스는 0~30%, 조지타운 15~25%, 예일은 30~40%의 입학생이 갭 이어를 택하고 있는 추세이다. 하버드 대학은 입학 허가서에서 아예 갭 이어의 좋은 점을 권유하고 있다. 프린스턴 대학은 대학이 스폰서 하는 9개월 갭 이어 프로그램을 해외 여러 곳에서 실시한 바 있다.
■명문대 입학 계기된다
명문 사립대에서 거절된 학생들이 때로는 갭 이어에서 의미 있게 보낸 활동이 입학사정관들의 눈에 띄어 입학이 허가되는 경우가 있다. 예를들어 MIT에서 입학허가서를 받지 못했던 학생이 1년간 갭 이어를 거치는 동안 친환경적인 스쿠터를 만든 것이 유명 잡지에 게재되어 1년 후 MIT에서 입학이 허가된 적도 있다. 하버드에서도 갭 이어를 의미있고 독특하게 보낸 학생이 입학 허가를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한 학생은 겨우 한 대학으로부터 입학허가서를 받았는데 부모는 아직 그가 비싼 학비를 내고 대학에서 공부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판단, 1년 간 갭 이어를 택해볼 것을 제안했다. 부모의 제안을 흔쾌히 수락한 학생은 아프리카 시골에서 학생을 가르치고 호주에서 공원 레인저로 일했다. 1년 후 가을 그는 대학에 가고 싶어 하는 마음이 생겼고 인생을 보는 태도는 완전히 달라졌으며 결국 예일대학으로 전학할 수 있었다. 또한 드림스쿨에서 입학 허가서가 오지 않은 학생도 있는데 이들은 차선의 지망대학에 입학하는 대신 갭 이어를 택했다가 이듬해에 원했던 대학에 다시입학 지원서를 제출하는 경우도 있다. 입학사정관들은 학생들이 갭 이어를 통해 전보다 더 독립적이 되며 세상과 사회를 이해하게 되므로 대학생활 시작에 대한 준비가 더 확고하다고 판단한다. 이는 학생들이 제출한 에세이를 통해서도 잘 확인되고 있다. 입학사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학업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갭 이어가 손실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기간에 자원봉사를 하면서 삶의 참된 의미를 깨닫기도 하고 또한 일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다. 때로는 오지에 여행을 가서 삶의 다른 면을 볼 수도 있다. 일단 대학을 졸업하고 나면 대학원 진학 혹은 취업이 기다리고 있고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오랜 기간 여유 있게 일상에서 벗어난 생활을 하기가 쉽지 않다. 친구들은 먼저 대학에 입학해서 1년을 끝냈는데 캠퍼스에 돌아가면 괜히 뒤지지 않나하는 걱정도 들 수 있다. 그렇지만 인생의 깊이가 더해졌고 학업에 더 열중할 수 있는 동기부여도 된다는 점에서 손실이라고 보기 힘들다. 이보 전진을 위한일보 후퇴로 볼 수도 있다.
■유급 프로그램도 있다
어떤 프로그램은 급여를 주기도 한다. 예를 들어 연방 아메리콥 등의 프로그램에서 10개월 동안 봉사하면 대학 학자금으로 4,725달러를 지급하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대학에서 이 액수만큼 매치를 해주기도 한다. 이밖에 도움 되는 웹사이트는 interimprograms.com, takingoff.net, whereyouheaded.com, usnews.com/extras 등이다.
▶ 갭 이어 프로그램들
▲언어연수 프로그램
자신이 관심 있는 지역에 직접 거주하면서 언어를 배운다. 대학 간에 상호협정이 맺어져 있다면 이왕이면 학점을 인정받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
▲환경보존 프로그램
열대림에서 환경보존 프로젝트 자원봉사를 해본다. 자신을 필요로 하고 나의 가치를 인정해 주는 곳에서 무료 봉사를 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타임아웃협회 프로그램(whereyouheaded.com)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어떤 진로를 선택해야 하는지 미국 및 해외 프로그램 중 맞는것을 선택할 수 있다.
▲갭 이어 컨설턴트 프로그램(interimprograms.com)
학생뿐만 아니라 직장인들도 활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학교 혹은 직장 사이의 휴면이나 안식년 기간에 할 수 있는 다양하고 많은 프로그램을 소개받을 수 있다.
<
박흥률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