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군 서열 1위다. 북한권력 공식서열은 2위. 나이는 60대 후반이다. 황병서다. 그 황병서가 소년 독재자 김정은 옆에서 의자에 앉지도 못하고 무릎을 꿇고 대화하는 장면이 공개됐다.
북한이 4차 핵실험을 실시한지 불과며칠 후인 지난 1월8일 조선중앙TV는그 괴이한 광경을 방영한 것이다.
그 무렵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 김정은이 어리석은 명령을 내려도 이를말릴 사람이 주변에 없다.” 그리고 한달 정도가 지나 북한은 장거리 미사일발사 실험을 했다. 동시에 나온 보도가리영길 인민군 참모총장 처형이다.
“조선 인민공화국에서 정치는 날로 잔인해져 가고 있다. 툭하면 고위층 인사가실종된다. 그 실종이라는 것은 사실에 있어 죽음이다. 과거 북한 고위층들은 묘한타이밍에 교통사고로 죽는 버릇이 있었다면 요즘에는 실종되는 버릇이 있다.” 한북한 관측통의 비아냥이다.
2012년에서 2014년 사이 68명의 고위층이 실종됐다. 아니, 처형된 것이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15명이 처형된 것으로 한국의 정보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그 처형대상은 대부분이 군고위층으로 중간 간부까지 포함하면 최소 500명에 이른다는게 미국정보당국의 분석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강한 지도자들은 반대 의견에 관대하다. 약한 지도자들은 다른 의견을 위협으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 위협을제거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않는다.” 허핑턴 포스트의 지적이다. 유혈의 공포정치, 그 근본적 책임을 김정은의 리더십에서 찾고 있는 것이다.
김정은 리더십의 또 다른 특징으로허핑턴 포스트는 결코 배우려들지 않는자세를 꼽고 있다. 그 결과 경험이 많은전문가, 원로들을 배격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위군 장성들의 계급을 수시로 강등시킨다. 그것도 모자라 군부실력자 처형을 취미로 삼고 있는 것이다.
권력승계가 이루어진지 햇수로 5년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되고 있는 유혈숙청사태. 무엇을 말하고 있나.
“3대 권력세습이 계획대로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고 김정은의 위치는 여전히 불안하다는 사실이다.” 많은 관측통들의 지적이다.
김정은의 통치스타일에 북한의 원로들은 물론, 주민들도 의구심을 보이고있다. 특히 장성택을 비롯한 잇단 고위층 처형사태와 관련해‘ 희망이 없다’는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를 더 심각하게 하고 있는 것은과거 스탈린의 대숙청에서 보듯이 피의 숙청이라는 것은 한 번 시작되면 멈추기 어렵다는 점이다. 피의 숙청은 적(enemy)을 만든다. 그 적은 또 제거되어야만 한다. 피는 피를 부르는 악순환이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폭압적인 독재체제라도 유혈의 공포정치를 마냥 계속할 수는 없다.
5년째 이어지는 유혈숙청. 이와 함께 김정은 체제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분석이 따르고 있는 것이다. 극단의 공포정치는 부메랑이 돼 김정은 체제에큰 정치적 리스크가 되고 있는 것이다.
능력은 따르지 않는다. 그런데 야심은 보통 큰 게 아니다. 김정은이 보이고 있는 또 다른 특징이다. 선군(先軍)정책은 김정일이 아버지 김일성과 같은카리스마가 없음을 자각하고 고안해낸권력유지 방안이다. 군을 내세워 당과보안세력을 견제하는.
김정은은 그 선군정책을 폐기하다시피 했다. 그리고 표방한 정책은 할아버지 김일성 식의 1인 통치체제 강화다. 김일성 흉내 내기는 그러나 부작용만 일으키면서 북한 내 최강, 최대의 조직인 군부와의 갈등만 확산시키고 있다. 반(反)김정은 쿠데타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요약하면 김정은의 현 입지는 4년전 권력승계 시점만도 못하다는 것이다.
김정은은 평양시를 벗어난 지역의 방문을 극력 삼가고 있고 특정지역은 아예가지도 않는다. 암살 위험 때문이다. 한마디로 수령 김정은에 대한 지지는 김씨 왕조 창건이후 최악이라는 것이 고든 챙 같은 전문가의 진단이다.
‘그 김정은 체제가 머지않아 맞을 운명은 붕괴밖에 없다’ - 랜드연구소의 진단이다“. 북한체제붕괴는 if의 문제가 아닌 when의 문제다. 그 붕괴는 그러나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전체를 극도의 혼란 속에 몰아넣을 판도라의 상자가 될수도 있다.” 계속되는 암울한 지적이다.
김정은 정권전복은 체제붕괴로 이어지면서 대규모 기근사태에, 북한 내 무력집단간의 내전, 한미동맹군과 중국군과의 충돌, 더 나아가 핵전쟁 발발 위험까지 불러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핵 무장 북한 보다 핵 보유북한 붕괴가 더 위험하다는 것이다.
이야기가 길어진 건 다름이 아니다.
북한 핵이 완성단계에 들어서면서 동북아의 기존 안보 외교질서가 무너지고 있다. 한반도는 전례 없는 전환의 시대를 맞고 있다. 절박한 상황인 것이다.
그런데도 안보와 외교를 책임지는 전문가 보좌관들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보이는 것은 배신감에 치를 떠는 대통령뿐이다. 그 대통령 모든 것을 결정하면서 홀로 상황에 대처하고 있는 모양새다. 거기다가 정치권에서 들리는 소리는 오직 진박(眞朴), 가박(假朴)타령뿐이다.
그 대한민국의 모습이 너무 위태해보여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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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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