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선 공무원 공채시험에 지원자가 구름같이 몰려든다. 작년 최말단 서기보인 9급(순경, 소방사 포함) 공채시험경쟁률이 평균 51대1이었고 교육행정직은 무려 734대1이었다.‘ 사농공상’의 전통개념이나공복으로서의 긍지 따위와는관계없다. 대학을 나와도 취직하기 어려운데다가 공무원직은좀체 잘릴 위험이 없는 ‘철밥통’으로 인식돼 있기 때문이다.
이민 온 뒤 우체국 공무원으로 취직하는 한인도 많다. 베니핏이 좋을뿐더러 한국과 달리미국제 철밥통은 법으로 정해진 정년이 없다. 소셜시큐리티연금을 받을 나이(통상 62세이후)가 되면 스스로 알아서 은퇴한다. 그 전에 퇴직하는 사람도 많다. 젊어서 많이 벌고 조기은퇴해서 여가를 오래 오래즐기는 것이 대다수 미국 직장인들의 꿈이기 때문이다.
미국에는 한국의 철밥통 공무원들보다 막강한 ‘황금밥통’공무원이 있다. 연방 대법관들이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대통령에 의해 임명돼 연방상원(한국은 국회)의 인준을 받는다.
한국 대법관들(12명)은 임기가6년이지만 미국 대법관들(9명)은 임기가 없다. 정년도 없다.
70세에 물러나는 한국 대법관과 달리 미국 대법관들은 죽을때까지 황금밥통을 향유한다.
죽어서 자리를 떠난 대법관들이 한동안 전체의 70%에 달했다. 지난주 돌연사한 앤토닌스캘리아 대법관은 30년, 지난2005년 사망한 윌리엄 렌퀴스트 대법원장은 33년을 근속했다. 1939년 최연소 대법관(40세)으로 임명된 윌리엄 더글러스는 뇌졸중으로 반신불수가돼 1975년 사임하기까지 36년209일간 재직해 역대 최장기근속 대법관으로 기록됐다.
하지만 1950년대 이후엔 렌퀴스트와 스칼리아 외에 모든대법관이 사임이나 은퇴로 끝냈다. 65세 이후에 은퇴하고, 은퇴 당시 나이에 대법관 근속연수를 합친 숫자가 80 이상이면연봉을 고스란히 연금으로 받도록 규정이 바뀐 탓이다. 연봉은 대법관이 21만3,900달러, 대법원장은 22만3,500달러이다.
대법관 연봉은 깎을 수 없도록헌법이 보장하고 있다.
스칼리아 사망 이후 대법관의 황금밥통을 규제하자는 목소리가 다시 나오고 있다. 한사람이 30년씩이나 막강한 파워를 행사한다는 것은 비상식적이라며 대법관 임기를 18년단임제로 바꿔 대통령마다 임기 중 2명씩 임명하는 것이논리적이라고 주장한다. 지난2012년 대선 때 공화당 후보로출마했던 릭 페리 텍사스 주지사도 비슷한 공약을 내세웠었다.
대법관은 연방헌법규정 상‘좋지 않은 행위가 없는 한(during good behavior)’ 계속 집무할 수 있다. 사실상 무기한이다. 하지만 고령이 되면 누구나능력이 떨어진다. 뇌졸중에 걸린 더글러스는 사임하기까지거의 1년간 휠체어를 타고 출근했지만 케이스 심의 중 멍청해져서 표결을 연기시키기 일쑤였다. 현직 대법관 중에도 3명이 77세 이상의 고령자다.
미국 대법원은 ‘ 스코터스(SCOTUS)’로 불린다. SupremeCourt Of The United States의줄임말이다. 미국인들의 인권,재산권, 평등권, 행복권을 지켜주는 마지막 보루이다. 괜히 황금밥통을 향유하는 게 아니다.
연간 1만여 건의 항소 케이스를 접수하고 이 중 75~80건을심의한다. 한국 대법원은 더 심해서 지난 2013년 한해에 3만7,652건을 처리했다.
요즘 스코터스에 쏠리는 세인의 관심은 황금밥통이 아닌스칼리아의 후계문제다. 버락오바마 대통령은 보수 좌장이었던 스캘리아 대신 진보인사를 임명해 장기간 5-4로 눌려온 진보진영의 권토중래를 꾀하고 있다. 이를 막으려는 공화당은 후임자를 오바마 아닌 차기 대통령이 임명해야 한다며숫적으로 우세한 상원에서 인준절차를 결단코 저지할 채비다.
어쨌거나, 스칼리아가 80세생일을 한 달 앞두고 돌연사한바람에 레임덕 상황의 오바마대통령이 힘을 얻게 됐다. 후임인준을 거부하는 공화당을 직무태만으로 몰아붙이면 공화당은 내년 상원선거를 앞두고 진퇴양난에 빠질 수 있다. 스칼리아 사망의 절묘한 타이밍은 스코터스에도 나쁘지 않다. 아킬레스건인 황금밥통 시비가 또 희석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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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춘 시애틀지사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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