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레딧 스코어를 보면 관계의 지속성을 알 수 있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은행(연준)이 최근 내놓은 보고서를 통해 밝힌 내용이다.
이 보고서에서 연준은 연인이나 부부간의 관계가 잘 풀릴 것인지 여부는 사랑보다는 돈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고 결론지었다.
연준은 “세상의 거의 모든 연인들은 사랑이 영원하다고 말하지만 실재적 지속성은 양측의 크레딧 스코어에 의해 판가름 나곤 한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새로운 ‘언약의 관계’를 시작할 때 양쪽의 크레딧 점수가 높을수록 초반 몇 년 사이에 관계가 틀어질 가능성은 현저히 낮아진다.
쌍방의 크레딧 점수 ‘궁합’이 맞으면 지속적인 관계를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연준은 “신용점수가 개인의 대인관계 능력과 언약의 강도를 측정하는 잣대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준은 크레딧 점수가 최상위권에 속하는 커플은 초심을 지켜 오랫동안 지속되는 관계를 형성할 가능성이 높은 반면 서로 어울리지 않는 신용점수를 지닌 연인, 혹은 부부는 5년을 버티지 못한 채 헤어질 위험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연준은 이 같은 결론을 끌어낼 수 있는 이유로 관계를 시작할 당시의 크레딧 스코어와 배우자와의 신용점수 궁합을 통해 이후에 발생할 신용 사용내역과 경제적 고통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점을 들었다.
상호간에 큰 차이가 나는 커플의 크레딧 점수는 공동으로 가계를 관리하는데 넘기 힘든 걸림돌로 작용한다.
어느 한쪽, 혹은 쌍방의 신용불량으로 인해부채관리라든지, 고지서 납부, ‘궂은 날’에 대비한 비상자금 마련 등에 심각한 어려움이 따르면 두 사람의 관계는 초반부터 껄끄러운 마찰음을 내게 된다.
돈이 부부관계를 뒤틀고 말다툼을 일으키는 근본원인이라는 ‘검증된 주장’을 감안하면 파트너 사이의 신용문제가 영원히 지속될 것으로 믿었던 사랑의 열기를 날려버리고 관계를 망치는 것은 사실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
너드월렛의 크레딧카드 애널리스트인 숀 맥퀘이는“ 연준의 보고서는 돈 그 자체가 아니라 돈이 보내는 신호에 관한 얘기”라며“ 대부분의 경우 경제적 건강은 보다 광범위한 웰빙의 시그널”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네드워드가 실시한 서베이서 응답자의 49%는 “신용이 좋지 않은 사람과는 데이트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40%는 “잠재적 파트너의 재정상태가 육체적 매력보다 더 중요하다”는 견해를 보였고 전체 응답자의 46%가“ 첫 번째 데이트를 할때 파트너의 신용카드가 거부된다면 두 번째 데이트는 이미 물건너 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웰스파고가 주도한 별개의 조사에서 미국인의 약 절반에 해당하는 54%는“ 살림을 합치기 전에 상대방의 크레딧 스코어를 확인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공인 재무설계사이자 USAA 보험사의 개인재정상담 디렉터인 마이클 반 클리브는 “상대의 신용상태를 파악하지 않은 채 공동으로 돈 관리를 하는 것은 엄청난 실수”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둘 사이의 관계가 심각한 국면에 이르기 전에 배우자나 파트너와 마주 앉아 각자 자신의 경제적 현주소와 앞으로의 목표를 솔직히 밝히는 대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물론 각자의 크레딧 히스토리와 점수도 대화내용에 포함되어야 한다.
클리브는 둘 중 한 명이 부채와 낮은 크레딧스코어로 고전하고 있다면 파트너에게 자신이 처한 상황을 상세히 설명하고 빚을 감당하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도 알려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용불량자이면서도 그 어떤 개선노력도 하지 않은 채 수수방관하는 파트너라면 마땅히 경계해야 할 대상이라는 경고도 내놓았다.
밴 클리브는 “가장 흔한 오해는 커플이 경우 배우자의 신용을 그대로 물려받는다고 믿는 것”이라며 “그러나 부부는 항상 별개의 신용기록을 유지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커플 가운데 어느 일방의 나쁜 신용은 공동명의로 크레딧을 신청할 때 파트너에게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공동신청 때 어느 정도의 모기지 이자율을 적용받을 수 있는지, 모기지를 받을 자격이 성립되는지도 상대방 크레딧 스코어로 인해 영향권 안에 포함된다.
물론 신용불량자라고 해서 사랑을 하지 못한다거나, 해서는 안 된다는 법은 없다.
너드월렛의 맥퀘이는 “신용이 좋지 않다면 담보부 신용카드인 시큐어드 크레딧카드를 사용하고 분수에 맞는 예산을 작성하는 등 불량한 신용을 끌어올리는 초기 조치를 취하고 뒤이어 부채축소와 각종 페이먼트의 정시 납부라는 목표를 세우라”고 조언했다.
그는 “나쁜 크레딧을 개선해야 할 이유는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신용불량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해친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밴 클리브는 최소한 한 달에 한 번씩 커플이 마주 앉아 지출과 저축액수를 검토할 것을 권했다.
그는 “모든 커플이 정기적으로 이런 자리를 갖는 것이 좋지만 두 사람의 신용상태가 확연히 차이가 날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신용이 나쁜 파트너를 상대로 일정금액 이상의 물건구입에 제한을 두는 것도 권장할만 하다.
예를 들어 가격이 100달러 이상인 물건을 구입할 때에는 반드시 파트너의 허락을 받게 한다든지, 한 달에 몇 회 이상 사들이지 못하도록 룰을 정하는 것이 여기에 해당한다.
밴 클리브는 “가까운 사람에게 돈 얘기를 하기가 뭣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한두 명이 아니다”며“ 그러나 경제적인 문제에 관해 대화를 나누지 않으면 건강한 관계를 가꾸어 나갈 수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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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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