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팅햄은 영국 런던에서 북서쪽으로 120마일 떨어진 도시다. 영국 북부와 남부를 잇는 교통의 요지인 이곳은20세기 영국을 대표하는 소설가의 하나인 D H 로렌스의 고향으로 작년에는 유네스코로부터 ‘세계 문학의 도시’로 지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일반인들이 이곳을 기억하는 것은 이런 이유가 아니라 인근 셔웃 숲속에서 활동한 전설적인 도둑 로빈 후드 때문이다. “부자에게서 빼앗아 가난한 자에게 준다”를 모토로 노팅햄의 셰리프와 싸운 로빈 후드는 예나 지금이나 민중의 영웅이다.
만약 이 로빈 후드가 권력을 잡아실제로 정치를 했다면 어떤 사회가 만들어졌을까. 그럴 경우 어떤 사태가 벌어졌을까를 상상할 필요가 없다. 그런일이 실제로 일어났기 때문이다. 1917년 10월 26일 러시아의 레닌이 이끄는볼셰비키 일당은 산트 페테르스부르크의 ‘겨울 궁전’을 접수함으로써 10월혁명을 완수했다. 전권은 노동자 연맹인 소비에트로 넘어가고 인류 최초의사회주의 국가가 탄생했다. 소비에트사회주의 공화국 연방이 그것이다.
볼셰비키는 정권을 잡자마자 토지와 공장을 비롯한 생산 수단과 통신,운송, 언론을 장악하고 혁명을 반대하는 지주와 자본가 세력을 제거했다. 레닌의 뒤를 이은 스탈린은 이들은 물론자신의 권좌를 위협하는 혁명 동지마저 쇼 같은 재판을 거쳐 숙청했고 집단 농장 건설에 반대하는 우크라이나농민 수백만을 굶겨 죽였다.
서양의 진보적인 지식인들은 인간평등을 건국이념으로 내세운 소련의건국을 두 손 들어 환영했다. 스탈린의 잔혹상이 알려진 후에도 이를 애써 외면하거나 혁명 초 과도기적 현상으로 치부했다. 조지 오웰과 같은 정직한 작가만‘ 동물 농장’을 통해 혁명 지도자들이 어떻게 지주와 자본가 같은추한 인간으로 변해 가는가를 통렬히고발했다.
소련은 그 후 1992년 공산주의 체제 모순으로 무너질 때까지 한 번도노동자 농민 모두 평등하고 자유롭고풍요한 삶을 누리게 해주겠다는 약속을 지킨 적이 없다. 빈곤의 평등과 극소수 특권층의 호의호식, 일당 독재와강제 수용소가 소련인 삶의 전부였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련에 이어 사회주의 실험이 대대적으로 펼쳐진 중국도 마찬가지다. 대약진 운동과 문화 혁명이 벌어진 20년 동안 수천만의 농민이 굶어죽고 수많은 지식인과 시민들이 맞아 죽었다.
보통 중국인들의 삶이 나아진 것은1978년 등소평이 집권하며 사회주의를 포기하면서부터다. 동구권과 쿠바,베네수엘라에 이르기까지 사회주의실험이 벌어진 나라치고 모든 인간이골고루 잘 사는 나라 건설이라는 이상이 실현된 곳은 한 곳도 없다.
지난 주 자본주의의 마지막 보루로 불리는 미국에서 사회주의자 버니샌더스가 한 때 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기정사실화 됐던 힐러리 클린턴을22% 포인트 차로 누르고 승리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뉴햄프셔 예선 얘기다.
샌더스는 65세 이상 노인을 제외한 모든 연령층과 연소득 20만 달러 이상을 제외한 모든 소득 계층에서 이겼고 젊은 표의 대부분을 가져갔다.
지도자의 자질 중 정직을 중요시 한다는 유권자의 91%와 ‘나 같은 사람에 관심을 가진 후보를 택했다’는 유권자의 82%가 샌더스를 찍었다. 이메일스캔들에 시달리고 있는 클린턴은 금융 위기와 미국 불평등 심화의 주범인월가로부터 왜 1,500만 달러의 정치자금을 받았냐는 샌더스의 비판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고 샌더스를“ 위선적인 거짓말쟁이”로 몰아붙인 빌 클린턴의 공격은 역효과만 냈다.
샌더스는 집권하면‘ 모든 사람을 위한 메디케어’란 이름으로 국가가 모든의료 보험을 관장하는 제도를 만들고‘로빈 후드 세금’이란 이름으로 부자에게서 세금을 거둬 공립 대학의 학비를무료로 하고 시간 당 최저 임금을 15달러로 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사회주의자의 약속은 항상 달콤하다. 학자금과 의료비를 걱정할 필요가없는 사회를 만들고 임금을 대폭 올려주겠다는데 누가 싫다 하겠는가. 문제는 그런 사회가 실제로 가능한가 여부다. 샌더스를 열광적으로 지지하는20~30대 대부분은 브레즈네프 때의소련과 등소평 이전의 중국이 어땠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그를 지지하는 젊은이들은 소련과 중국과 쿠바의 역사를 한 번 살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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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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