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크게 흥행에 성공한 영화 ‘히말라야’를 보았다. 히말라야를 쉽게 오르는 영화를 보면 사람들이 오해할 소지가 많지만 7,500미터 이상의 고지는 산소량이 해수면의 1/3 밖에 되지 않아 헬리콥터도 뜨지 못하고 훈련을 받지 않은 보통사람은 호흡 곤란으로 15분 만에 죽음에 이르게 될 수도 있다고 한다.
락 클라이밍은 보통 두 사람이 짝을 지어 빙벽이나 암벽을 오른다. 로프로 서로 연결한 상태에서 한사람이 안전을 확보하고 받쳐주는 동안 다른 사람이 암벽을 올라야하므로 두 사람은 줄 하나로 연결되어 서로 상대방에게 자신을 목숨을 맡겨야하는 만큼 서로 간에 절대적인 신뢰가 필요하다.
두 사람이 하나의 생명의 줄에 연결되어 있을 때 한 사람이 잘못하여 크레바스에 떨어진다면 다른 한사람도 함께 생명을 잃게 된다. 크레바스에 떨어져 두 다리가 부러진 파트너를 살리려고 온 힘을 다해 끌어올리다 손가락을 모두 잃은 산악인도 있고 크레바스에 떨어진 이가 파트너를 살리기 위하여 로프를 절단하고 스스로 추락사한 일도 있다.
1985년, 혈기 왕성한 영국 청년 조 심슨과 사이몬 예이츠는 지금껏 아무도 오르지 못한 페루 안데스 산맥의 6,344 미터 시울라 그란데(Siula Grande)를 도움 없이, 모든 필요한 것을 등에 지고 오르는 순수한 알파인 스타일로 오른다. 그들은 깎아지른 빙벽을 사흘 동안 타고 올라 천신만고 끝에 정상에 오르는데 성공하는데 등정 시간이 예상보다 더 걸려 눈을 녹여 마실 버너의 개스가 떨어지고 날씨가 나빠지자 빨리 내려오기 위해 쉬워 보이는 북면 길을 하산루트로 택한다.
그러나 모든 사고의 80%는 하산 시에 발생한다는 통계와도 같이 먼저 내려가던 조는 오른쪽 다리가 부러지고 만다. 아무도 도와줄 사람이 없는 빙벽에서 다리가 부러져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은 곧 죽음을 뜻한다. 눈보라 속에서 사이몬은 밧줄을 하나로 연결, 고통스러워하는 조를 아래쪽으로 밀어내며 내려오는데 갑자기 조가 크레바스에 떨어지면서 허공에 거꾸로 매달리게 된다.
위쪽에 있던 사이몬은 지쳐 조를 끌어 올려줄 수가 없었고 조는 프루지크 매듭(Prusik Knot)을 만들어 위로 올라가려 하였으나 손이 얼어 매듭을 만들지 못한다. 한 시간 반 이상 기다리던 사이몬은 자신이라도 살기위해 드디어 조와 연결된 생명줄을 끊어버린다. 그리고 홀로 베이스캠프로 돌아온다.
이 이야기의 초점은 조의 생환과정에 있다. 그는 공중에 매달려 죽음을 기다리며 분노와 좌절 속에 절망의 소리를 지른다. 그러다가 냉정을 되찾아 아무리 노력해도 올라갈 수는 없고 가만히 있으면 어차피 죽을 것이라 판단하여 크레바스 밑으로 내려가기로 한다. 그리고 운 좋게 바닥에 닿고 그곳에서 다른 쪽에서 비쳐오는 빛을 보고 그리로 기어 나온다. 그리고 부러진 발을 이끌고 사흘에 걸쳐 기어서 캠프로 돌아온다.
우리는 가족과 친구와 줄로 연결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그들이 크레바스에 떨어져 고통 속에 있을 때 우리는 자신이 살기 위하여 그들과 연결된 생명의 줄을 끊고 있지는 않은가? 나는 그들에게 부담이 되지 않으려고 나의 줄을 끊을 것인가?
아꾸다가와가 불교설화에서 차용한 단편 중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어두운 우물 속에 죄 지은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었는데 그들은 부처님께 자비를 빌어 그 지옥에서 그들을 구해달라고 발원한다. 그들의 뜻이 이루어져 하늘에서 한줄기 빛으로 된 동아줄이 내려오고 사람들은 그 줄에 악착같이 매달린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매달려 줄이 끊어질까 두려워한 한 사람이 발길질을 하여 자기 밑을 잡고 있던 사람을 떨쳐내는 순간 줄은 끊어지고 만다.
절망 속에서 우리가 살아남는 법은 서로를 배려하고 가능한 한 함께 돕는 것일 것이다. 또한 자신이 처한 상황을 냉정하게 돌아보고 그 상황에서 실현가능한 목표를 찾아 한 번에 하나씩 이루어 나가는 일이라고 조는 가르쳐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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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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