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술·소재 발전… 전·후륜 9단이 최고
▶ 현대·기아차 전·후륜 8단 독자 개발
자동차 변속기는 겉으로 보이지 않지만 엔진과 더불어 구동계의 핵심 요소다. 주행 성능은 물론 승차감 및 연비와 직결된 변속기는 차를 고르는 소비자에게 중요한 기준으로 부상했다.
기아자동차가 지난달 26일 출시한 ‘올 뉴 K7’의 마케팅 포인트로 전륜 8단 자동변속기를 내세운 것도 이런 추세 때문이다.
지금 세계 완성차 업체들은 자동변속기 성능을 높이기 위해 무한경쟁을 벌이고 있다.
현존 양산차 최고 자동변속기는 9단
변속기는 엔진 동력을 차의 속도에 맞는 회전력으로 바꿔서 바퀴에 전달한다. 동력 전달효율이나 내구성, 제작 용이성은 수동 변속기가 월등하게 뛰어나지만 편리함에서 앞선 자동변속기가 시장을 휩쓸고 있다.
자동변속기의 시작은 1939년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다. 당시 GM은 획기적인 2단 자동변속기를 만들어 1940년 ‘올즈모빌’에 처음 탑재했다.
기술 및 소재 발전으로 자동변속기 단수는 계속 올라가 현재 전ㆍ후륜 모두 9단 변속기까지 나와 있다. 전륜 9단 자동변속기는 독일 ZF사가 최초로 개발했다. 2013년부터 레인지로버 이보크와 지프 체로키, 크라이슬러 200C 등에 전륜 9단 변속기가 탑재됐다. 후륜 9단은 같은 해 머세데스-벤츠가 ‘E350 블루텍’에 처음 적용했다. 지난해 국내 출시된 ‘E220 블루텍 아방가르드’와 ‘머세데스-마이바흐 S500’ 등에도 같은 변속기가 장착됐다.
기술적으로 후륜보다 전륜 변속기가 더 어렵다. 전륜의 경우 차 앞에 엔진과 같이 좌우 방향으로 변속기가 배치돼 길이에 제한이 있지만 후륜 변속기는 전후 방향으로 탑재돼 공간적인 제약이 적기 때문이다. 현대ㆍ기아차가 후륜 8단을 2011년 말 제네시스에 처음 장착했지만 전륜 8단을 최근 내놓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현대차 DCT와 전륜 8단으로 추격전
현대ㆍ기아차는 아직 최고 단수에서 뒤지지만 세계 완성차 업체 중 처음으로 전ㆍ후륜 8단 자동변속기 독자 개발에 성공했다. 다른 자동차 업체들은 기술력을 자랑하는 ZF나 일본 아이신, 자트코 등 전문업체의 변속기를 탑재하고 있다.
수동 변속기에 자동 변속기 장점을 결합한 듀얼클러치 변속기(DCT)도 현대ㆍ기아차가 숨가쁜 추격전을 벌이는 분야다. DCT는 1983년 포셰가 ‘르망24’ 레이싱카에 적용한 게 최초다. 양산차 기준으로는 2003년 폭스바겐 골프에 6단 DCT가 처음 탑재됐다.
현대ㆍ기아차는 지난해 1월 액센트에 이어 쏘나타, 신형 K5와 스포티지 등에 줄줄이 자체 개발한 7단 DCT를 넣어 연비를 높였다. 배기량 1,700㏄ 이하, 토크가 높은 터보와 디젤차라는 점이 DCT 차량의 공통점이다.
이는 현 7단 DCT가 윤활유를 사용하지 않는 건식이기 때문이다. 그 이상의 배기량 엔진에서는 마찰력을 견딜 수 있는 습식 DCT가 필요하다. 머세데스-벤츠 폭스바겐 혼다 포드 등은 이미 습식 DCT 차량을 내놓았고 현대ㆍ기아차도 습식 DCT를 개발하고 있다.
변속 단수의 한계는 어디인가
이론적으로는 변속 단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기어비 간격이 좁아져 엔진의 최적 운전 영역에 근접한 주행이 가능하다. 분당 회전수(RPM)를 낮게 유지하며 효과적인 구동력을 뽑아내고 차의 특성에 맞게 저단과 고단 범위를 조정해 상품성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변속 단수가 늘어난다고 마냥 좋은 것은 아니다. 구조가 복잡해지고 부품수가 증가해 동력전달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 기어 개수가 늘어 변속기 무게가 더 나가고 크기도 커져 한정된 차체에 넣기도 어렵다.
이런 단점을 감안해 업계에서는 최대 10단을 자동변속기의 끝으로 보고 있다. 임기빈 기아자동차 변속기개발실장은 “10단이 한계가 될 것 같지만 적용 차량과 개발 전략에 따라 8단이나 9단을 최적의 단수로 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자동변속기 개발의 또 다른 변수는 전기차다. 배터리로 가동하는 전기차의 구동모터는 3,000RPM 이하에서 최대 토크를 발휘하는 등 변속기 없이도 주행이 가능한 출력 특성을 갖췄다. 다만 RPM이 보통 1만2,000까지 올라가 감속기가 필요하다. 이런 이유로 수십 년 뒤 전기차가 자동차 시장을 점령하면 변속기의 가치는 빛이 바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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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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