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가 바야흐로 선거의 해임을 실감한다. 미국 대선이 9개월여의 대장정에 돌입하면서 초반부터 흥미진진한 양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아웃사이더들의 약진이 흥행카드가 되고 있다. 극단적 언사와 파격으로 무장한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의 바람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관심의 대상이 됐고, 젊은 층에 특히 인기라는 민주당의 노정객 버니 샌더스의 돌풍도 주목된다.
워낙 복잡다단한 선거 과정을 거치는 미국 대선 레이스는 올해도 꽤나 재미있는 한 편의 드라마가 펼쳐질 것 같다. 이러다 트럼프가 정말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되는 건 아닌지, 이번에는 미국의 첫 여성 대통령이 따 놓은 당상일 것처럼 보였던 힐러리 클린턴이 또 다시 분루를 삼키는 결과가 과연 나올 것인지 등등이 시간이 갈수록 흡인력을 높이는 드라마틱한 요소가 될 모양새다.
그런데 올해 치러지는 선거는 미국 대선만 있는 게 아니다. 한국 국회의원 총선도 있다. 한인들에게는 지난 2012년 국회의원 선거 및 대선에 이어 벌써 세 번째로 실시되는 재외선거다. 본 선거가 한국에서 4월13일에 열리고, 재외선거 투표일은 이에 앞선 3월30일부터 4월4일까지이니 시간도 얼마 안 남았다. 그런데 미국 대선과 달리 재외선거는 당최 흥행이 안 되고 있다. 유권자 등록 마감일이 바로 내일로 다가왔는데, 등록률을 보면 기대에 영 못 미치는 수준이다.
LA 총영사관 관할 지역에서 지난 10일까지 등록된 재외 유권자수는 총 6,736명이라고 한다. 정부가 추산하고 있는 이 지역 잠재 선거권자수 14만1,606명의 불과 4.8%에 불과한 등록 비율이다. 이같은 등록자수는 지난 2012년 총선 때의 4,512명보다는 많아졌지만 직전 재외선거였던 그해 대선 때의 1만196명에 비하면 한참 모자란다. 특히 이번 재외선거부터는 영구명부 등재자는 다시 등록을 하지 않아도 되고, 인터넷 등록이 허용되면서 이전보다 참여가 더 쉬워졌는데도 등록률이 여전히 초라한 수준이니 이번 재외선거는 흥행 실패가 분명해 보인다.
재외선거 관계자들과 한인 단체들이 조금이라도 참여율을 올리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데도 이처럼 관심이 저조한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다. 우선 제도상의 문제다. 유권자 등록이야 인터넷으로 한다고 해도 투표는 여전히 직접 공관에 나가서 해야 하니 타주 등 원거리 유권자들은 투표에 참여하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힘든 경우가 많다.
추가투표소 설치 방안도 이번부터 도입됐지만 그나마 1~2곳에 불과하고 운용도 제한적이어서 실효가 있을지 의심스럽다. 네바다나 애리조나 등 타주 지역에 우선적으로 설치됐어야 할 LA 총영사관 관할 지역 추가투표소도 결국 남가주의 오렌지카운티와 샌디에고로 결정됐다. 타주 지역 등록 유권자수가 워낙 적은 상황을 고려했다지만, 투표하려면 비행기를 타고 와야 하는 이들 지역 유권자들을 고려하면 아쉬움이 남는다. 추가투표소를 하려면 차제에 아예 10곳, 20곳으로 더 많이 늘려서 설치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필요할 것 같다.
가장 큰 문제는 한국의 정치권이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 선거구를 획정하는 문제도 아직 풀지 못한 채 여야가 대립 속에 힘겨루기만 하고 있는 것이다. 선거구 획정이 이뤄져야 이를 바탕으로 오는 24일부터로 예정된 재외선거 등록 유권자 명부 작성이 이뤄지는데, 자칫하면 절차상 투표를 못할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고 한다. 그럴 리야 없겠지만 4월 총선이 연기될 수도 있다는 게 최악의 시나리오다.
한국 정치가 모국을 더욱 잘 되게 할 것이란 희망을 주고, 나의 소중한 한 표 행사를 통해 재외동포 정책 향상과 권익 신장을 바라볼 수 있다는 기대감을 재외 한인들이 느끼는 게 중요한데, 이렇게 정치인들의 하는 꼴이 신뢰를 주기는커녕 실망만 안겨주고 있으니 재외선거에 대한 관심과 참여 의사가 있다가도 사라지는 한인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대의 민주주의에서 각자의 소중한 한 표는 행사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선거의 해인 올해 시민권자는 대선을 포함한 미국 선거에 더욱 관심을 같고 적극 참여하는 것이, 한국 국적을 유지하고 있는 한인들은 재외선거에 꼭 참여하는 것이 주권 의식이다. 그러려면 재외선거는 어떤 행태로든 더욱 개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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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하 사회부장·부국장 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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