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8% 대 49.6%. 지난 월요일 아이오와 주의 민주당 후보경선 코커스 결과 힐러리 클린턴과 버니 샌더스는 박빙의 승부를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무승부였다. 작년 5월에는 조직, 지명도 그리고 선거기금에 있어서 클린터과 비교가 안 되던 샌더스가 거둔 성과가 돋보인다.
마틴 오말리 전 메릴랜드 주지사가 경선을 포기한 상황에서 민주당 대선 레이스는 이제 두 사람 간의 대결이 됐다. 그런 까닭에 코커스가 아닌 첫 프라이머리로 치러지는 9일 뉴햄프셔 예선결과에 미국 정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승리를 장담하던 도널드 트럼프가 테드 크루즈에게 패배하고 제 3위인 마르코 루비오와의 차이도 1%라서 공화당의 판세가 화요일 이후 어찌 전개될 런지도 관심사이지만 클린턴과 샌더스의 대결이 더 흥미진진하다.
샌더스는 뉴욕 출신으로 1964년 시카고대학 졸업 전후부터 사회주의 운동에 심혈을 기울여온 사람으로 초지일관형의 정치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제 3당 또는 무당적으로 버몬트 상원의원 또는 주지사 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을 거듭한 다음 1980년대에 버몬트의 최대 도시 벌링톤의 시장에 당선된다. 3선을 거쳐 1990년에는 연방 하원의원으로 선출되었으며 2006년에는 무소속으로 상원의원이 되었다. 그가 작년 3월경 민주당 쪽 경선에 참여하겠다고 발표했을 때 주류 언론들이 다 대수롭지 않게 다룰 정도로 조직이나 자금에 있어서 열세였다.
그러나 미국이 정치적 혁명을 필요로 하는 불공평한 사회가 되었으니까 근본적인 개혁을 해야만 된다는 그의 메시지는 민주당의 진보계층에 큰 공명을 일으켜 처음에는 민주당 대선 후보로서 대관식만 기다리면 된다던 클린턴을 몹시 당황하게 만들고 있다.
샌더스는 미국정치와 선거가 선거기금을 거의 무제한 제공할 수 있는 부유층에 의해 타락했고 부익부 빈익빈의 1% 대 99%의 현상이 더욱 악화되고 있는 만큼 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그는 클린턴과는 달리 월가의 은행들이나 금융회사들로부터의 헌금을 받지 않는다. 그리고 연방 최저임금을 시간당 15달러로 올려야 빈곤층에게 ‘생계 가능한 수입’이 된다고 주장한다.
또 오바마 케어를 개선해서 보험회사들이 주관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기관이 영국이나 유럽식으로 모든 국민의 의료혜택을 보장해야 된다는 것도 그의 정견 중 하나이다. 또 하나는 공립대학의 학자금 면제 약속이 있다. 문제는 그 같이 하자면 엄청난 재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미 적자상태인 연방예산이 더욱 더 적자를 보게 될 것이며 샌더스가 민주당 대선 후보로 되는 경우 백악관을 공화당 후보에게 내주는 결과가 될 위험성이 있다는 게 클린턴 진영의 주장이다.
클린턴 진영은 또한 버몬트가 뉴햄프셔의 인접 주인 관계로 현재 우세를 보이고 있는 샌더스의 승리가 별의미가 없는 것이 될 것이라고 깎아 내리는 한편 CNN과 MSNBC에서의 후보 토론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CNN과의 개별적 회견에서 사회자가 클린턴에게 월가의 골드만 삭스 투자은행에서 세 번 연설하고 67만5,000달러를 받은 것에 대해 질문을 하자 “그 사람들이 주겠다고 해서 받았다”라고 한 그의 대답이 금융기관들을 개혁까지는 못해도 감독을 해야 하는 행정부의 수장자리를 차지하려는 사람으로서는 설득력이 뒤떨어지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클린턴이 같은 회견에서 자기는 진보주의자이되 사상누각(砂上樓閣) 같은 사람이 아닌 실용적인 진보주의자임을 강조하자 그 다음에 등장한 샌더스의 반박이 대조가 된다. 그는 “수퍼팩을 가지고 있거나 월가로부터 1,500만달러를 거두어들인 진보주의자를 나는 알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샌더스의 정치헌금이 대부분 30달러미만의 소액기부자들로부터 들어오고 있으며 젊은이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고 있기는 하지만 미국 정계와 투표권자들이 중도성향을 선호하기 때문에 결국은 클린턴이 민주당 후보가 될 것이라는 게 대부분 정치가들과 논객들의 전망이다.
그러나 변수가 없는 것은 아니다. 클린턴이 국무장관 시절 개인 계정으로 주고받은 수많은 공무관계 이메일 중 12개는 1급 비밀인 것으로 판명되어 공개할 수 없다는 국무부의 발표가 FBI의 조사로 이어졌다. 클린턴의 기소까지는 안가더라도 궁지에 몰리게 되면 사태는 달라질 수 있다. 또 하나는 클린턴의 정직성에 대한 의문인바 이에 대해서는 다음 칼럼에 쓰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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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선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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