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노멀’(New Normal)이란 말이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비정상으로 생각됐었다. 그 비정상이 계속되다 보니 정상이 됐다. ‘뉴 노멀’인 것이다.
제로금리정책(ZIRP), 양적완화(QE), 신용완화(CE), 마이너스금리(NDR)…. 10년 전만 해도 존재하지 않던 것들이다. 그러나 경제적 ‘뉴 노멀’시대인 오늘날에는 상용어가 됐다.
원유가는 오르기만 하는 것이다. 그래서 한 때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았다. 그 원유가가 떨어지고 있다. 2014년 6월 이후, 그러니까 1년 6개월 남짓한 사이에 70%가 떨어졌다.
일시적인 현상인가. 아니, 더 떨어질 것이다. 셰일혁명으로 공급이 넘친다. 수요는 그 반대다. 중국경제의 거품이 꺼졌다. 유럽의 경제전망도 신통치 않다. ‘이머징 마킷’ 신흥공업국들의 장래는 더 어둡다. 이와 함께 원유가 하락, 더 나가 ‘싼 오일’은 ‘뉴 노멀’이 되고 있는 것이다.
원유가 폭락은 그러면 어떤 파장을 몰고 올까. ‘뉴 노멀’시대다. 그러니 종전의 분석으로는 그 예측이 어렵다. 산유국들은 3조 달러 정도의 손실을 기록했다. 반대로 석유소비자들에게는 그만큼의 가처분 소득이 늘었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그 효과는 아직까지는 미미해 보여 말이다.
경제적 파급효과는 그렇다고 치고 정작 더 위험시되는 것은 그 정치적 파장이다. “일종의 도미노 현상을 불러올지도 모른다.”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전망이다. 다른 말이 아니다. 자칫 산유국 독재체제들의 잇단 붕괴상황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원용되는 것은 이른바 ‘석유 정치학 제 1법칙’이다. 유가와 산유국 독재체제의 민주화 발전은 반비례한다는 공식이다. 원유가가 고공행진을 할 때 그 독재체제는 안정을 구가한다. 떨어질 때 거세지는 것은 민주화 물결이다.
그 한 케이스가 인도네시아다. 동아시아지역에 금융위기가 닥쳤다. 동시에 원유 값이 급락했다. 1997~98년의 상황이다. 1998년 5월 금융위기가 9개월째가 된 시점. 31년 간 독재의 아성을 구축해왔던 수하르토는 권좌에서 물러났다. 격렬한 반정부 시위에 굴복하고 만 것이다.
정치적으로 경직돼 있다. 금융시스템은 탄력성이 결여돼 있다. 그런 마당에 원유가가 폭락한다. 그 경우 석유독재체제들은 무너지기 쉽다. 오일 머니로 모든 것을 해결했다. 그 통치자금이 말라간다. 남은 것은 압제뿐이다. 그러다보니 악순환은 계속되면서 마침내 한계점에 이르는 것이다.
그러면 누가 제2의 수하르토가 될 것인가. 사우디아라비아 왕정이 그 후보의 하나로 지목된다. 정치가 경직돼 있다. 그 마당에 왕가(王家)는 심각한 내분을 겪고 있어 나오는 진단이다.
‘사우디도 사우디지만 중앙아시아의 페트로(petro)독재체제들이 더 위험하지 않을까’-. 전 이코노미스트지 편집장 빌 이모트의 지적이다.
원유가 폭락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거기다가 종주국격인 러시아가 휘청거린다. 아제르바이잔, 카자크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등 중앙아시아의 석유독재체제들이 맞이한 상황이다. 때문에 붕괴 될 공산이 크다는 진단을 하고 있는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우려 가운데 특히 주시하고 있는 곳은 푸틴의 러시아다. 원유 값이 폭락했다. 재정이 말이 아니다. 그럴수록 약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특히 미제국주의자들에게는. 군비확장에 여념이 없다. 결국 국가재정이 결딴났다. 체제가 무너졌다.
과거 소련제국이 맞은 운명이다. 소비에트 러시아가 취한 그 정책을 푸틴의 러시아연방이 답습하고 있는 것이다.
“포스트 냉전시대 러시아가 범한 최대 정책적 오류는 그 방대한 오일 머니를 산업다변화를 위해 투자하지 않은 것이다.” 싱크탱크 스트랫포의 진단이다.
석유와 천연가스 판매에만 의존해왔다. 그 에너지가격 폭락사태를 맞으면서 러시아경제에는 큰 구멍이 뚫렸다. 그런데도 해군력 재건설에 수 천 억 달러를 쏟아 붓는 등 군비확장에 여념이 없다. 얼마나 버틸까. 길어야 5~6년이 아닐까 하는 것이 이 싱크 탱크가 내린 전망이다.
푸틴의 크렘린은 그러면 그 위기돌파의 방안을 어디에서 찾고 있나. 러시아가 맞은 위기를 미국에 그 책임을 떠넘기는 선전전이다. 이와 동시에 조장하고 있는 것이 있는 것이 스탈린 부활운동이다.
대학살의 주범이다. 그 스탈린은 나치침공을 맞아 소련인민이 맞은 모든 재앙은 나치 히틀러로부터 왔다는 대대적인 선전전을 펼쳤다. 그 전략이 주효했다. 오늘날 스탈린은 숱한 역사적 오류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에서 나치와의 전쟁을 승리로 이끈 지도자로 떠받들어지고 있다.
‘모든 것은 미국의 음모’라는 크렘린의 선전전도 같은 맥락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니까 미국 음모론을 통해 푸틴을 러시아의 구세주란 인식을 부지부식 간에 주입하고 확산시키는 것이다.
‘원유가 폭락의 뉴 노멀시대’와 함께 예상되는 푸틴 러시아의 분해 가능성. 이는 그래서 더 위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독재자들은 자신들이 만든 음모론을 스스로 믿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위기 시 잘못된 계산 하에 잘못된 행동에 돌입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다.
<
옥세철 논설위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