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료 음악레슨 ‘스윙 스트링스’ 시작해 주목
▶ MIMF 9회째… 서부 최대 뮤직캠프로 성장 “대가들 지도… 오픈 수업시스템이 성공요인”
몬테시토 국제음악제의 창립자이며 음악감독인 윤찬호 교수.
■ 인터뷰 몬테시토 국제음악제 창설자 윤찬호 교수
“세상이 아무리 바뀌고 정신없이 돌아가도 우리는 음악을 계속합니다. 좋은 문화에서 존경하는 음악가들 모시고, 아이들이 음악 속에서 안정을 찾고 음악과 더불어 성장하도록 가르치는 일을 계속할 것입니다. 위대한 음악은 지워지지 않고, 항상 우리 곁에 있으니까요”바이얼리니스트 윤찬호(50) 교수는 매년 이맘때 만나는 낯익은 얼굴이다. 여름마다 열리는 ‘몬테시토 국제음악제’(MIMF·Montecito International Music Festival))의 창설자이며 음악감독인 그가 2011년 신문에 알리고 싶다며 처음 찾아왔을 때는 조금 의아했었다.
한국사람이 뮤직캠프를 연다고? 처음 들어보는 일이라 과연 제대로 하는 음악제인지 확신이 서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교수진을 보니 상당히 좋았고, 게스트 아티스트 중에는 최고 연주자로 꼽히는 대가들이 여러 명 포함돼 있었다. “정말 이런 사람들이 참가하느냐?”고 확인에 확인을 거듭한 다음 기사를 꽤 크게 썼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그 다음해 찾아왔을 때는 패컬티가 더 좋아지고 학생수도 늘어났고, 또 그 다음해 왔을 때는 전보다 더 커지는 것을 6년째 계속 보아오면서 한국말이 그다지 유창하지 않은, 부드러운 목소리의 이 남자에게 뭔가 특별한 게 있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사실 그는 이 음악캠프를 창설하기 전, 주류 언론에 여러 차례 보도됐던 특이한 음악인이다. 사우스센트럴 LA의 저소득층 어린이들에게 무료로 음악레슨을 제공하는 ‘스윗 스트링스’(Sweet Strings)를 시작한 사람으로서, LA타임스와 피플 매거진, 리더스 다이제스트 등에 감동 스토리가 실렸던 선행의 주인공이다.
1999년 25명의 어린이를 모아놓고 시작한 스윗 스트링스는 1년만에 몇배로 늘어났고, 수많은 악기 도네이션과 자원봉사 강사들도 늘어나면서 그해 할리웃보울 개막공연에 출연했을 만큼 화제가 됐었다.
윤 교수는 이어 크렌셔 지역 저소득층 어린이들을 위한 음악교육 프로그램 ‘레인보우 뮤직 아카데미’를 창설해 다시 한 번 주류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지금 LA 필하모닉과 구스타보 두다멜 음악감독이 하고 있는 욜라(YOLA) 청소년 오케스트라 훨씬 이전부터 음악으로 사람을 바꾸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교육 프로젝트를 시도했던 것이다.
자라는 청소년들에게 양질의 음악을 가르치는 일은 아마 윤찬호 교수의 DNA에 새겨진 사명인가보다. 몬테시토 국제음악제를 시작한 동기도 아주 작은 바람이었다.
“101번 프리웨이를 타고 샌타바바라를 지나가는데 바닷가가 너무 아름다웠어요. 차 안에서 흘러나오는 좋은 음악을 들으면서 이런 곳에서 음악 페스티벌을 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냥 시작했습니다”
2008년 제1회 MIMF는 샌타바바라에서 열렸다. 그리고 올해 9회째를 맞는 몬테시토 음악제는 현재 미 서부지역에서 열리는 여름 뮤직캠프 중에서 최대 규모로 성장했다.
“처음 시작을 돌아보면 꼭 4배로 컸네요. 열심히 일도 했지만 모든 과정이 행운의 연속이었죠. 지금은 전세계에서 다 온라인으로 우리 웹사이트를 보고 있고, 클래식 음악계에서는 몬테시토 이름을 다 알고 있어요. 무척 자랑스럽고, 이젠 일하기도 쉬워졌습니다”
MIMF가 다른 뮤직 페스티벌과 구별되는 것은 매년 전설적인 클래식 음악연주자를 스페셜 게스트로 초청하는 트리뷰트(Tribute) 프로그램 때문이다. 어린 학생들이 평생 연주해온 대가를 보면서 그들의 음악 인생에 경의를 표하고 그분들로부터 전통과 에너지와 영감을 받아서 다음 세대로 이어갈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아주는 것이다. 그동안 루지에로 리치, 아브람 슈턴, 이브리 기틀리스, 야노스 스타커, 아론 로잰드, 이다 핸들, 잔 페리 등 함께 사진만 찍혀도 영광인 대가들을 초청했고, 작년에는 조셉 실버스타인이 아이들과 좋은 시간을 보낸 후 올해 꼭 다시 오기로 약속했었는데 얼마전 타계했다고 윤 교수는 안타까워했다.
성공적으로 음악제를 이끌어 온 비결은 무엇일까? “우선 내가 좋아해야 하고, 비전이 있어야 하고, 사람을 믿어야 돼요. 또 초청하는 교수들을 무조건 존중하고 밑에서 섬겨야 좋은 결과가 나오죠. 가장 중요한 것은 어려운 상황이나 위기가 닥쳤을 때 리더로서 항상 평온한 얼굴,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으로 ‘서로 경쟁하지 않기’와 ’항상 축하하고 격려해주기‘를 꼽는다.
“음악가들은 못해도 잘해도 언제나 칭찬해줘야 해요. 거기 올 때까지 다들 열심히 했으니까요. 다른 음악제는 굉장히 경쟁적입니다. 그럴 수밖에 없죠. 하지만 우리 음악제에서는 서로 돕고 들어주고 격려하는 분위기를 유지합니다. 우선 선생들끼리 경쟁하지 않고, 누구나 어떤 선생에게 찾아갈 수 있는 오픈도어 시스템을 만들어놓았어요. 그랬더니 선생들도 스트레스가 없다며 굉장히 좋아합니다”
윤찬호는 아주 어릴 때부터 바이얼린을 했다. 형이 배우다 밀어놓은 바이얼린을 가지고 놀면서 나도 가르쳐달라고 졸랐고, 너무 어리다고 해서 일곱 살이 돼서야 배우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음악에 푹 빠져서 연습하라는 잔소리 한 번 듣지 않았다고 한다.
10세 때 호주로 이민 가 열린 교육을 받으며 자유롭게 자라난 그는 22세 때 미국 캘리포니아로 유학왔다. USC에서 공부하다가 SMU에서 음악석사를 마친 후 다시 USC로 돌아와 박사과정 끝냈고 이후 지금까지 콜번 스쿨과 클레어몬트 대학원에서 가르치고 있다.
음악을 사랑하는 아내 줄리아 리씨와의 사이에 7세와 3세의 두 아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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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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