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컬렉터“안 갚으면 소송” 으름장
▶ “빚 내역 보내라” 편지 보내면 법정싸움에 가도 채권자 보호 협박하면 불법… 사기도 많아
채권 추심사들은 어떤 경우건 빚을 회수하기 위해 채무자들을 괴롭힐 수 없다. 실제로 소송을 제기할 의향이 없으면서도 채무자에게 법적조치를 취하겠다고 협박하거나 채무액을 부풀려 전달하는 것도 불법이다.
채권 추심회사로부터 묵은 빚을 갚으라는 전화를 받으면 액수의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일단 긴장이 되고 주눅이 들기 마련이다.
벌써 오래 전에 빚 때문에 크레딧이 망가져 고생깨나 했던 기억이 남아 있는데,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난 지금 추심회사가 새삼스레 빚 독촉을 해오니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대략 난감한 채무자도 있다.
수잔 허스티드(53)가 바로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10년 전 수잔은 경제적 어려움을 헤쳐내가기 위해 300달러짜리 페이데이 론을 두 번 빌려 썼다. 페이데이 론은 높은 금리가 부과되는 초단기 소액대출을 뜻한다.
그녀는 돈을 빌린 뒤 2~3개월 이내에 2건의 빚을 모두 청산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얼마 전 2곳의 서로 다른 채권추심회사가 전화를 걸어왔다. 원금과 이자를 합쳐 2,400달러의 빚이 남아있으니 갚으라는 것이었다.
전화를 한 추심원들은 서로 약속이나 한 듯 “채무를 변제하지 않을 경우 법대로 처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돈을 갚든지 법정에 서든지 양자택일하라는 협박이었다.
“도대체 언제 대출을 받았느냐”고 묻자 “2010년과 2011년”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 대목에서 수잔은 혼란을 느꼈다. 4~5년 전 누군가로부터 돈을 빌린 기억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자신이 실제로 빚을 졌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증거서류를 요구했지만 추심사 측은 “관련 문건은 우리가 법원에 소장을 접수시키고 난 후에야 볼 수 있다”며 거부했다.
수잔은 그들이 말하는 채무를 진 적이 있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지만 도통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러나 당장이라도 소송을 제기할 것 같은 상대방의 위세등등한 으름장에 잔뜩 주눅이 든 수잔은 그들이 요구하는 대로 다달이 얼마씩의 상환금을 보내기 시작했다.
수잔의 상담요청을 받은 전문가들은 그녀가 자신의 권리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 상태에서 지레 겁을 집어먹고 추심사의 강압적인 요구에 굴복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추심사로부터 빚 독촉을 받았을 때에는 먼저 자신의 권리부터 확인하라고 권한다.
추심사들과의 싸움이 전문인 LA의 변호사 알렉 트루불러드는 “소비자들에게는 대단히 강력한 권리가 주어진다”며 “공정한 채권추심에 관한 연방법과 캘리포니아의 주법은 소비자들에게 촘촘한 법적 보호망을 제공해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단 한 통의 편지를 발송하는 것만으로 추심사들의 괴롭힘을 끝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소비자들이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경기침체가 끝나고 소비자 부채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이후 채무자로부터 단 몇 푼의 돈이라도 더 뜯어내기 위해 대담한 심리적 압박전술을 구사하는 추심회사들이 덩달아 늘어나고 있다.
채권추심사들은 대출업체들로부터 미상환 채권을 헐값에 사들인다. 보통 채권 1달러당 몇 센트를 주는 식이다.
이번달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의 소비자부채는 무려 12조 달러에 달했다. 소비자부채는 6년 전 12조6,800억 달러로 고점을 찍은 후 경기침체의 여파로 하락반전했다.
많은 소비자들이 빚을 일으키는 대신 허리띠를 졸라매는 쪽을 택했고, 모기지 상환 여력을 상실한 수백만 명의 주택소유주들이 집을 포기한데 따른 결과였다.
그러나 경기가 되살아나면서 2013년부터 다시 대출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부도어음 역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시민단체인 정의사회연대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는 7,700만 명의 미국인이 빚을 체납한 상태고 1인당 평균 연체액은 5,000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미국은행인협회의 ‘2015 소비자 대출연체총람’을 보면 지난해 3분기의 연체액 규모는 그 이전 분기에 비해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3분기 신용카드 연체액도 전분기 대비 소폭 늘어났다.
은행인협회의 수석 경제학자인 제임스 체센은 “규율이 잡힌 소비자 재무관리는 연체를 줄이는 필수요건”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수잔의 경우처럼 채권추심원들은 빚을 받아내기 위해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한다.
트루불러드는 “수잔에게 전화를 건 사람들은 진짜 추심원이 아니라 사기꾼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추심원들이 법원에서만 공개가 가능하다며 연체된 론에 관한 증빙서류 제시를 꺼린다면 일단 의심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연방거래위원회(FTC)에 따르면 추심원은 채무자에게 처음으로 연락을 취한 시점으로부터 5일 이내에 부채액수를 알려주는 ‘밸리데이션 노티스’(validation notice)를 우편으로 보내주어야 한다.
밸리데이션 노티스는 대출발생시의 채권자 이름을 포함해야 하며 빚진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는 채무자가 취해야 할 조치를 자세히 설명해야 한다.
채권추심업체에게 밸리데이션 노티스를 요청한 사실과 추심업체의 거절을 서면으로 기록해 두면 만에 하나 법정싸움으로 연결된다 해도 판사에게 자신이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니라 옳다고 믿는 대로 행동한 것이었음을 입증해 보일 수 있다.
연방법과 주법은 추심원이 채무자를 괴롭히지 못하도록 철저히 규제하고 있다.
FTC는 “만약 추심업체나 추심원에게 그쪽에서 주장하는 빚의 일부, 혹은 전부를 진 적이 없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거나 채무를 확인할 것을 요청하면 추심원은 즉각 연락을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채권추심사들은 어떤 경우건 빚을 회수하기 위해 채무자들을 괴롭힐 수 없다. 실제로 소송을 제기할 의향이 없으면서도 채무자에게 법적조치를 취하겠다고 협박하거나 채무액을 부풀려 전달하는 것도 불법이다.
대부분의 소비자 부채에는 공소시효가 있다. 물론 공소시효가 지났다 하더라고 추심업체가 소송을 제기할 수는 있으나 이럴 경우 피고인 채무자는 판사에게 소송을 기각해줄 것을 요청하면 그만이다.
참고로 소비자부채와 관련한 캘리포니아의 공소시효는 4년이고, 구두계약인 경우는 2년이다.
수잔이 사는 버지니아의 소비자 론 공소시효는 캘리포니아보다 긴 6년이다. 공소시효는 첫 연체가 발생한 시점을 기준으로 계산한다.
각 주의 공소시효는 뱅크레이트닷컴(Bankrate.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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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타임스 본보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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