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글 개발 ‘알파고’(AlphaGo), 3월 이세돌 9단과 5번기 격돌
▶ 상금 100만달러 걸려…중국계 유럽챔피언 판후이엔 5전 전승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하사비스 CEO가 화상통화로 서울의 취재진에게 바둑 인공지능 ‘알파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
세계 최강의 인공지능 컴퓨터 바둑 프로그램이 세계 바둑 최고 고수중 하나인 한국의 프로기사 이세돌(33) 9단에게 도전장을 냈다. 아직도 컴퓨터가 인간의 영역을 넘지 못한 분야 중 하나인 바둑에서 인간과 컴퓨터의 숙명의 한판대결이 펼쳐지게 돼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영국의 인공지능 개발사인‘구글 딥마인드’(Google Deepmind)가 개발한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다. 알파고는 최근 유럽 바둑 챔피언에 올랐던 중국인 프로기사 판후이 2단과의 5번기에서 5승 전승으로 승리했다.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치수(핸디캡)없이 프로기사와 정식으로 대국해 이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알파고의 성과는 인공지능 연구의 중대한 발전으로 인정돼 27일 세계적인 권위의 과학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됐다. 그리고 알파고의 개발사인 구글 딥마인드는 이날 “알파고의 다음 상대는 지난 10여 년간 세계 최고의 기사로 군림해온 이세돌 9단”이라며 오는 3월 서울에서 대국이 열린다고 발표했다. 이 대결엔 100만달러의 상금이 걸렸고 만약 알파고가 이기면 상금은 자선단체에 기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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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한 경우의 수 지닌 바둑
지난 수십년간 인공지능은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며, 인간의 영역에 도전해왔다. 1997년에는 IBM의 수퍼컴퓨터 ‘디퍼블루’가 체스 세계챔피언 가리 카스파로프를 꺾었다.
하지만 체스는 다양한 전략이 사용되는 게임이긴 하지만 경우의 수 측면에서 바둑과는 비교할 수 없다. 바둑은 돌을 두는 착점이 361개로 첫 수를 주고받는 경우의 수만 12만9,960가지나 된다. 바둑에서 나올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는 10의 170제곱으로 이는 우주 전체의 원자 수보다 많다고 한다. 그렇기에 매 수를 둘 때마다 모든 경우의 수를 다 검토해 최적의 수를 찾으려면 수퍼컴퓨터도 한 판의 바둑을 두는데 수십억년의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바둑으로 인간 최고수를 이길 컴퓨터 프로그램은 만들 수 없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스스로 바둑 두며 배우는 알파고
하지만 알파고는 이전 프로그램과 다르다. 이 프로그램은 중앙처리장치(CPU) 1202개를 병렬로 연결해, 바둑에서 발생하는 경우의 수를 대폭 줄였다. 연구팀은 알파고에 프로 기사들의 대국 장면 3000만개를 입력한 뒤 알파고 스스로 대국을 진행하며 경험을 쌓도록 했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수를 두는 것이 최선인지 알아서 배우도록 한 것이다. 판세를 읽을 수 있는 이미지 인식 기술을 도입했고, 불리한 방향이라고 판단하면 그와 관련된 모든 경우의 수를 배제할 수도 있다. 그렇기에 알파고의 기보를 보면 컴퓨터가 둔 바둑으론 생각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하진 국제바둑연맹 사무국장은 “컴퓨터는 계산해서 바둑돌을 놓기 때문에 잘못된 계산 값이 나오면 이상한 곳에다 두는 등 사람이라면 안할 실수를 간혹 하는데 알파고는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프로기사 박승철 7단도 “알파고는 굉장히 침착한 바둑을 둔다”며 “기존 바둑 프로그램이 국소전투에 집중했던 것과 달리 멀리 내다보고 둔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평했다.
◎알파고, 얼마나 셀까
구글 측은 알파고의 실력이 프로 5단 수준이라고 밝혔다. 판후이 2단과의 지난해 10월 대국을 감안한 분석이다. 이 대국에서 알파고는 한 번은 두집 반 승, 네 번은 불계승을 거뒀다. 그러나 판후이 2단은 한국의 프로기사와 맞서기에는 실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알파고와 판후이의 5번기 기보를 살펴본 박 7단은 “알파고는 기존 최고 바둑 프로그램인 ‘젠’과 비교해 훨씬 앞서는 실력을 갖추고 있다”면서도 “그렇지만 프로에는 못 미치고 굉장히 잘 두는 아마추어 고수 수준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세돌 “최소한 이번엔 승리 자신”
이세돌 9단은 네이처지에 실린 인터뷰에서 “인간 프로기사에게 대등하게 도전하는 컴퓨터와 대국하게 돼 영광”이라며 “결과에 관계없이 바둑 역사에 의미 있는 행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이 놀라울 정도로 강하며 점점 강해지고 있다고 들었지만, 나는 최소한 이번 대국에서는 이길 것이라고 자신한다”고 밝혔다.
◎구글 “알파고, 이세돌 상대 승산은 50-50”
반면 구글 딥마인드의 공동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데미스 하사비스는 알파고와 이세돌 9단과의 대국 승률을 50-50으로 예상했다. 그는 “우리도 자신 있지만 이세돌 9단도 상당히 자신있어 하기 때문에 결과를 예측하긴 어렵다”며 “만일 진다면 당연히 재도전을 고민하겠지만 일단 대국을 치르고 나서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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