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소유자들에게 곰팡이(Mold)는 집안이 습해서 생기는 정도로 생각한다. 그리고 과일이나 음식에 흔히 생기는 곰팡이가 집안에 서식하는 정도의 하찮은 존재로 여기기도 한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주로 비가 많이 오는 습한 여름에 생기는 존재로 기억하곤 한다.
따스한 온기와 습기가 있는 곳에는 어김없이 곰팡이가 핀다. 그런데 따스하지도 않은 동절기에 곰팡이가 피는 뚱단지 같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도 모자라 습한 여름보다 오히려 더 많이 번식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우선 곰팡이라는 존재를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지구상에는 수천종의 곰팡이가 도처에서 자라고 있다. 따라서 곰팡이는 사실상 어디서나 서식하는 고로 우리 인간들의 생활과 어울려 늘 같이 생활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모든 생물들은 생명을 유지하고 각종 생명활동을 하기 위해 태양광을 이용하여 만든 에너지로 생명을 유지하지만 곰팡이는 스스로 모든 생물들처럼 광합성을 못하기 때문에 집안에 흔히 있는 음식물, 섬유, 목재, 심지어는 플라스틱 등의 유기물질에 의존하여 생존한다. 이렇게 유기물질에 의존하면서 자신의 효소를 이용해 유기물질을 분해한 후 균사를 통해 에너지원을 얻는다고 한다.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천종의 곰팡이는 공통적으로 습기를 필요로 한다. 곰팡이는 일종의 균(Fungi)으로 동물도 아니고 식물도 아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자신의 효소를 이용해 유기물질을 분해하는데 이때 다른 미생물의 번식을 방해하기 위한 독소도 분비한다고 한다.
우리에게 곰팡이는 달갑지 않는 존재로 여겨지고 있으나 실상 누룩곰팡이는 우리가 제일 많이 먹는 된장과 간장, 고추장을 만드는데 쓰이며 전통주인 막걸리를 만드는데 반드시 필요한 존재이기도 하다. 그리고 서양음식의 대표주자인 치즈를 만드는 데도 필요한 균이기도 하다. 이 뿐인가 1928년 알렉산더 플레밍이 푸른 곰팡이에서 발견한 페니실린은 인류를 구한 최초의 항생제가 되었다.
곰팡이의 최대의 현안문제는 곰팡이를 제거하지 않는 경우 주거생활을 침해하고 불쾌하고 비위생적인 환경을 조성하여 건강을 해칠 뿐만 아니라 건물구조물까지 썩게 한다는 점이다.
곰팡이는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포자를 공기 중에 퍼트려 번식을 한다. 따라서 공기 중에 떠돌아다니다가 적당히 습한 표면에 안착한 후 번식을 시작한다. 먹는 음식에 안착하여 곰팡이 슬게 하고 벽에 달라붙어 새까만 흔적을 남기는 것도 모자라 오래 방치하는 경우 심한 악취까지 풍겨낸다.
집안에 피는 곰팡이는 여하튼 대표적인 골칫거리다. 여름, 겨울을 가리지 않고 습한 곳이면 어김없이 피어나 벽, 천정, 나무구조물 등 주택구조물을 손상시킨다. 그리고 곰팡이 핀 과일이나 음식이 부패하듯 주택구조물 역시 썩게 만든다.
곰팡이는 일단 따스하고 습한 곳이면 장소를 가리지 않고 서식하는 고로 춥던 덥던 늘 우리 인간들과 함께 생활하며 공존해 왔다. 눈에 흔히 띠지 않는 안방의 가구 뒤나 쌓아논 물건 뒤에서 버젓이 번식하기도 하고 더러는 목욕탕은 물론 부엌의 싱크대 밑에서 대놓고 자라기도 한다. 지하실은 아예 곰팡이의 안방과 같다. 습하고 햇볕이 들지 않기 때문에 빛을 싫어하는 곰팡이에게는 최적의 장소이기 때문이다.
한번은 주택검사 중에 부엌싱크대 아래가 온통 곰팡이로 가득 차 있는 경우를 본적이 있다. 설거지 하거나 과일 등 음식을 씻는 동안 싱크대 위로 넘쳐흐른 물이 벽과 싱크대 사이로 흘러 내려 물기가 건조하기 전에 반복적으로 물을 사용하는 통에 벽면에 곰팡이가 잔뜩 피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동절기에도 버젓이 곰팡이가 피는 이유는 바로 동절기에 열심히 군불 때는 보일러 등 난방기구의 영향 때문이다. 냉장고처럼 춥다면야 곰팡이가 필수 없겠으나 오늘날 난방시스템의 발달은 냉기유입을 차단하기위한 밀폐로 충분한 환기 없이 음식 조리시, 목욕시 혹은 가습기를 통해 생긴 습기가 어울려 한 겨울에도 늘 곰팡이를 달고 사는 세상이 된 것이다.
특히 온수 보일러 대신 온풍난방 시스템을 사용하는 주택이나 건물의 경우 건조한 실내공기에 습기를 보충하기 위해 가습기를 통관(Duct)에 설치하여 습기와 온풍을 동시에 공급하고 있는데 지나친 습기공급으로 인해 창문, 벽, 천정 등 집안전체에 이슬이 방울방울 맺힌 경우를 목격한 적이 있다. 물론 벽에 생기는 곰팡이는 지나친 습기에 앞서 집이나 건물의 단열이 약하여 차가운 벽면에 집안의 습기가 흡착하여 생기는 결로현상의 경우가 대부분이다.
더군다나 공중에 떠돌아다니는 곰팡이 포자를 호흡기를 통해 들어 마시면 그 독소로 인해 알레르기 및 천식 등의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고 더하여 비염과 피부염까지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지어는 옥수수나 땅콩 등에 번식하는 일부 곰팡이가 내뿜는 독소는 발암물질마저 품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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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민 <뉴욕주 공인 홈인스펙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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