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 뒤로 다가온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공화당 대선경선의 관전 포인트는 크게 두 가지다. 어설프게 흉내 내던 ‘브로맨스’를 던져버리고 순식간에 가차 없는 혈투에 돌입한 도널드 트럼프 대 테드 크루즈의 선두 다툼과 마르코 루비오에서 젭 부시, 크리스 크리스티, 존 케이식까지 3위를 노리는 주류 후보들의 서바이벌 게임이다.
아이오와 승리는 특히 크루즈에게 중요하다. 아이오와에서 기선을 제압하고(막상막하의 2위도 나쁘진 않지만) 진보적인 뉴햄프셔에선 참패만 면한다면 2월말 사우스캐롤라이나와 3월1일 남부주들의 수퍼화요일을 성공적으로 치른 후 가능한 한 빨리 초만원 경선판을 ‘트럼프 대 크루즈’의 양자대결로 정리하는 것이 크루즈의 목표다.
2월9일 프라이머리를 치를 뉴햄프셔에서 압도적 강세를 보이고 있는 트럼프는 크루즈만큼 아이오와 ‘모멘텀’이 절실하지는 않다. 그러나 예상보다 많이 부진하다면(‘쇼핑’과 ‘바잉’은 다르다며 유권자들의 각성을 부추기는 주류의 호소가 먹히면서 지지 열기가 표로 연결되지 않는다면) “트럼프 거품 마침내 꺼지다”가 헤드라인을 장식할 것이다.
트럼프 대 크루즈의 대결은 기성정치에 분노하고 진보정책에 불만 큰 보수 표밭만 양분하고 있는 게 아니다. 당 지도부와 보수 지성인들, 선거 전략가들과 로비스트들에 이르기까지 기득권층 역시 양쪽을 저울질하며 사분오열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풀뿌리 표밭과 달리 기득권층의 “트럼프냐, 크루즈냐”의 선택은 누가 더 좋은가가 아니다. 둘 중 하나를 버리려는 과정이다. 누가 더 공화당의 정체성을 손상시키고 공화당의 대선 승리에 장애가 될 것인가 - “누가 더 큰 위협이 될 것인가”를 둘러싼 공화 인사들의 논쟁이 달아오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도 보도했다.
지난주 “트럼프 반대”를 공식선언한 보수잡지 ‘내셔널 리뷰’에 동조한 보수지성인들은 인기영합적인 메시지를 남발하는 트럼프는 “보수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며 정면공격에 나섰다. 그들은 보수의 정체성에 대한 관심은 없이 권위적 충동에 사로잡혀 있는 트럼프는 “성난 포퓰리스트일 뿐이어서 당의 통제권을 그에게 넘기는 것은 위험하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선거 현장에서 뛰는 상당수 로비스트와 전략가들의 생각은 다르다. 독선적 강경보수인 크루즈의 부상을 더욱 불안해한다. 협상가인 트럼프와는 일할 수 있어도 사사건건 극단으로 치닫는 오만한 “크루즈는 안 된다”고 단언한다. 트럼프의 백악관은 당 지도부의 조언을 구해가며 실용주의 통치를 할 수 있지만 크루즈는 극단적 자기 사람들을 심어놓고 당을 점령할 것이라는 우려다. 트럼프가 공화후보가 된다면 “본선 몇 달 동안 당을 임대해주는” 셈이나 크루즈가 승리하면 대통령 당선 여부와 상관없이 앞으로 4년간 공화당을 넘겨주는 위험에 처하게 된다고 경고한다.
공화당의 통치권과 공화당의 기본이념 중 무엇이 우선인가에 대한 논쟁인데 모두가 트럼프나 크루즈 뒤에 줄을 서려는 것은 아니다. 얼마전 대선후보에서 사퇴하고 부시를 지지하는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공화당의 아이오와 악몽을 한마디로 비유했다 : “마치 총살당하거나 독살당하거나, 양자택일을 해야 하는 상황과 같지요”
엉뚱한 아웃사이더들에게 당을 “하이재킹 당했다”며 기득권층이 차악 선택에 고심하고 있는 와중에서도 트럼프와 크루즈의 여론 지지율은 전혀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리얼클리어폴리틱스가 평균 집계한 27일 현재 전국지지율은 트럼프가 36.2%로 1위, 크루즈가 19.3%로 2위이며 아이오와의 경우 트럼프가 32.7%, 크루즈가 26.9%다.
그 뒤를 쫓아오는 루비오는 11~12%로 저만치 떨어져 있긴 하지만 그 ‘3위’ 차지를 둘러싼 주류후보들의 경합도 요란스런 1,2위 다툼 못지않게 치열하다. 트럼프나 크루즈에 대한 공격은 제쳐두고 부시는 루비오를, 루비오는 크리스티를, 케이식은 부시를…치고받는 난투가 한창이다. 이 싸움에 수천만 달러가 소비되었다고 당 지도부는 혀를 찬다.
현재는 전국과 아이오와 지지율에서 3위에 올라 있는 루비오가 가장 유리하다. 루비오가 초기 경선지역에서 트럼프와 크루즈를 이길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3위를 지킬 수는 있다. 부시, 크리스티, 케이식 중 한 둘이 초기 부진과 당의 압력으로 하차하고 그 지지자들을 흡수하게 된다면 루비오는 “트럼프냐 크루즈냐”의 가장 경쟁력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기득권층이 단합하여 지원에 나설 것이고…명실공히 ‘주류후보’로 입지를 굳힌 루비오는 힐러리의 ‘젊은 대항마’로 본선경쟁력을 내세우며 후보지명전까지 달려갈 희망을 갖게 된다.
아직 루비오 대세론은 트럼프 대 크루즈의 악몽에 시달리는 기득권층이 그리는 장밋빛 꿈일 뿐이지만 봄에 접어들면서 포퓰리스트 트럼프와 극우보수 크루즈, 주류후보 ‘아무개’의 3자 대결로 압축될 것이라는 중립적 선거분석가 찰리 쿡의 전망이 기대의 근거를 주고 있다.
사실 불과 6개월 동안 막강선두 부시에서 루비오의 비상, 트럼프 돌풍, 크루즈 대 루비오, 트럼프 대 크루즈, 부동의 선두 트럼프로 쉴 새 없이 변한 게 금년 공화경선의 판세다. 앞으로 몇 달, 아니 몇 주후에 어떻게 바뀐다 해도 크게 놀랄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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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록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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