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로마의 도시 폼페이 유적지를 방문했을 때였다. 1936년 전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지구촌 지도에서 사라졌다가 18세기 중엽부터 서서히 발굴을 통해 살아나기 시작한 폼페이에 갔을 때 사람들이 모여 뭔가를 보며 떠들썩하게 웃고 있었다. 무언가 했더니 성행위 장면과 체위에 따라 가격이 매겨져있는 윤락가 광고처럼 보이는 화석이었다. 아마 폼페이가 당시 사람들이 붐비는 무역의 중심지로 돈, 술, 여자들이 많았던 모양이다.
최근에 여행한 터키의 에페수스(예배소)에도 윤락가의 위치를 알려주는 표시가 돌에 새겨져있는 그림들이 있었다. 이렇게 성 만큼 시대를 넘어 남녀노소, 동서양을 가릴 것 없이 인간의 흥미와 관심을 끌어온 것은 없다. 성은 종족유지 목적 외에 쾌감을 주고 자신의 존재를 확인시켜주는 잣대인 본능 중의 본능이기 때문이다.
주름진 얼굴에 자세가 꾸부정한 70대 남자가 아내와 같이 진료실에 들어왔다. 그는 잠시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그게 잘 되지 않아서 ….” 경미한 고혈압과 고지혈증을 제외하곤 건강에 큰 이상이 없어 그는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고 다른 은퇴자들과 어울려 여행도 하는 등 나름대로 인생을 즐기고 있었다. 그런데 몇 달 전부터 성욕이 떨어지고, 발기가 충분치 않아 성생활에 변화가 왔다. 술 때문인가 싶어 술도 끊고, 커피도 끊고, 운동은 더 열심히 하고, 인터넷을 통해 바이아그라도 구입해 복용해 보았다.
그러나 증상은 점점 나빠만 졌다. 모든 일에 자신감이 없어지고, 밤에 잠도 설치며 친구들과 만남의 횟수도 줄어들고, 아내한테 자주 화를 내는 등 우울감에 빠져들었다. 그래서 가정의를 찾았더니 혈압약과 고지혈증 약을 바꾸고 항우울제를 처방해 주면서 정신과의사를 만나보라고 했다는 것이었다.
미 정신의학협회는 노인환자를 진료할 때 반드시 수면과 성에 관해 질문하도록 권장한다. 70 이상의 노인 대부분은 거의 잠자는 문제 그리고 성기능 감퇴로 인해 고통과 불안을 안고 살기 때문이다, 노년층 부부관계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것은 배우자의 건강문제와 성기능 감퇴다. 노인은 대부분 한 두가지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어 약물을 복용하고 있는데 특히 스테로이드 제, 혈압강하제, 항불안제 고지혈증 약, 항우울제 등은 성욕을 포함한 성행위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
노년층 성기능 감퇴의 가장 큰 요인은 심리적인 것보다 혈관성 질환이 대부분이다. 혈관벽에 콜레스테롤 같은 찌꺼기들이 쌓이면 혈액량이 적어져 발기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 환자의 혈중 테스토스테론은 정상이고 심한 심장질환도 없어 고혈압약과 고지혈제의 용량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항우울제는 끊고, 혈액순환을 높여주는 약물을 처방했다. 다행히 환자의 성기능이 좋아져 거의 예전 상태로 돌아갔다.
머리 희끗희끗한 나이에 성적 호기심을 보이면 주위에서는 더티 올드맨이라느니, 망령든 주책 영감탱이라느니 하며 혀를 찬다. 노년층의 성욕과 성생활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지극히 부정적이다. 특히 노인의 성욕은 사회적 금기로 인식돼 억눌려 있고, 노인은 아예 성욕이 없어진 중성으로 보려고 한다.
그러나 여러 연구와 통계자료는 건강한 65세 이상 남성의 60%가 나름대로 규칙적인 성 생활을 유지하고, 70이 넘어서도 30-40% 정도는 월 2-3회 정도 성생활을 하는 것으로 나와 있다. 노년층 부부에게는 키스, 포옹 또는 가벼운 애무도 신체적 밀착이 주는 정서적 안정감을 느끼게 해준다. 또한 70세 노인의 80% 이상이 성적환상에 빠져들어 성욕을 자극하는 잡지나 영화를 가끔씩 보고 있다고 한다. 이런 통계는 노년층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바꾸어져야 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 돈이나 명예와는 점점 멀어진다. 그러나 나이를 먹어도 심신이 건강하면 섹스에 대한 관심은 잃지 말아야 한다. 발기부전이 주원인이면 바이아그라, 시알리스 등을 복용해 보는 것도 괜찮다. 단 심장질환이 있어 나이트레이트 계통의 약을 먹는 사람은 바이아그라 등을 복용해서는 절대 안된다.
약물과 더불어 담배는 끊고, 규칙적 운동과 건강한 식이습관이 중요하며, 술은 적당히 하는 것도 좋다. 그렇다고 윤리 전도사이자 아버지 역할로 흑인 젊은이들의 절대 우상이었던 빌 코스비 같이 성에 너무 집착해서도 안 된다. 성폭력, 성희롱 같은 범죄행위로 사회의 웃음거리가 될 수 있으니 조심해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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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양곡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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