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전의 기술(記述)에 이른 사도 베드로 연구
김종회(문학 평론가, 경희대 교수)
가장 인간적이면서 가장 신의 세계에 가까이 간 사도(使徒)는 베드로이다. 예수 그리스도의죽음과 부활, 그리고 그 이후에 전개된 초대 기독교의 역사에서 베드로를 제외하고 그 기록이진척되기는 어렵다. 성격에 있어 다혈적이고 논리적 학문적 지식을 갖추지 못했으나, 그로 인해 오히려 순정한 신앙의 세계로 곧 바로 진입할 수 있었던 열두 제자 가운데 한 사람, 순정과 고백, 배신과 회개의 과정을 거쳐, 자신에게 허락된 성령의 능력으로 초대 교회의 불꽃같은 기적을 일으킨 예수의 전도자.
이 베드로를 인간적인 측면에서, 그리고 신학적인 측면에서, 더 나아가 당대의 역사적 환경과 결부하여 연구한 저서가 상재되었다. 김종수 장로(산호세 임마누엘장로교회)의 4번째 저서 “물 위를 걸은 어부” 이다. 기독교인이면 누구나 자기 영역의 생업과 신앙적 삶을 함께 가꾸어 가는 것 이지만, 인생의 후반에서 모든 다른 과정을 접고 선교 사역으로 여생을 보내겠다는 결심을 하는 이는 결코 많지않다. 그 소수의 결심과 실천을 함께 보여주는 이가 곧 김종수 장로이다. 알기는 쉬워도 이를 행동으로 옮기기는 어렵고, 특히 그 일에 개인적인 희생이 뒤따를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저자는 그동안 첫 번째 저서 “국경을 넘는 사람들”에서 중국 단동에서의 선교 사업을, 두 번째 저서 “빛과 어둠의 변화”에서 성경의 삼손 이야기에 견주어본 오늘의 생각을, 그리고 세 번째 저서 “영웅을 세우는 손길”에서 다윗과 밧세바의 사랑 이야기를 통한 교훈과 경각심을 서술해 온 바있다. 기독교적 세계관을 바탕에 깔고 기술 방식에 있어서는 에세이 형식의 자유로운 필법을 운영했으나, 그 배면에 숨은 이야기들을 들추어내는 데는 소설의 스토리텔링에 못지않은 ‘읽기의 재미’를 발굴한 면모가 약여하다.
이번에 네번째 저서 또한 그렇다. 이 저서의 집필을 위해 저자는, 성경에 나타난 사도 베드로의 행적과 그 표현 아래에 잠복해 있는 함의(含意)에 관해 오래고도 깊은 묵상의 단계를 거쳤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렇지 않고서는 그렇게 균형잡힌 해석이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동시에 베드로 시대의 국제적 여건과 사회적 인식에 대해 폭넓게 탐색하고 이를 본문의 적합한 처소에 풀어놓고 있는 것은, 신앙이 가진 일방통행적 시각에 매몰되지않고 객관적인 진술의 태도를 유지하겠다는 의도로 추정된다. 물론 그와 같은 뒷 그림들이 글의 이해를 충실하게 한다는 전제 아래에서다.
우리가 제대로 성경을 읽는 것은 단순이 문면의 뜻을 뒤따라가는 행위가 아니다. 성경적 사실의 그 당대적 인식에서부터 오늘의 현실에 적용되는 가르침에 이르기까지, 넓은 의미의 진폭을 수용하는 포괄적 독서법에 의거한다. 아울러 사도 베드로의 행적과 그 외면 및 내면의 의미를 탐구하는 저술은, 적게는 저자 자신의 삶에 대한 경성(警醒)이면서 크게는 책을 읽는 독자 모두에게 던지는 대오각성의 목소리에 해당한다. 이를테면 ‘베드로 평전’ 이라고도 부를만한 이 저서가 신앙적 깨우침과 글 읽기의 즐거움을 함께 담보하는 것은 바로 그 지점이다. 누구든지 자신에 삶에 육박하지 않은 논의에서 재미를 발견하기는 어렵다.
베드로의 생애와 성경의 내용 모두에 비추어서, 베드로의 활동을 예수의 지상 사역과 분리하여 말할 수 없다. 만약에 분리해서 말한다면 그것은 근본적인 가치를 상실하기 마련이다. 그런 연유로 이 책에서는 베드로를 언급하고 설명하는 분량에 못지앟게 예수의 생애사를 다루고 있다. 그 언급에 있어 매우 이성적인 조심성이 느껴지는 것은, 이 책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는데 도움이 된다. 일찍이 한국 문학에서는 성경해석의 잘못이 게재된 김동리의 “사반의 십자가”나 성경을 지적차원으로만 본 이문열의 “사람과 아들”같은 소설들이 있었다.
올바른 성경의 해석은 논리 이전의 체험이 수반되지 않고서는 그 진진한 바닥을 두드려보지 못한다.신앙의 문 밖에서 기독교를 이해하는 것과, 신앙 안에서 신앙의 눈으로 절대자를 바라보며 자신에게 허여되는 각성의 세계를 진술하는 것은, 겉으로는 차별성을 분간하기 어려울지 모르나 그 질적 수준에 있어서는 천양지차가 있다. 김종수 장로의 “물위를 걸은 어부” 가 한권의 기독교 저서로서 갖는 가치는 체험과 각성, 논리와 실천의 세계를 두루 갖춘 신앙의 진정성 위에 가로놓여 있다.
필자는 이 저자가 향후 이러한 저술의 행보를 계속할 것이라고 들었다. 이 살아가기 팍팍한 세상에서 남들이 부러워하는 성공가도를 달려왔고, 또 교회의 규범에 있어서도 신앙 인격으로 존경 받는 장로인 그가, 이와 같이 드림과 나눔과 섬김의 길을 가고 있는 것은 참으로 수범(垂範)이 되는 일이다. 그 명료한 증좌 중 하나가 소중한 글쓰기 사역으로 이 책에 담긴 생각이요 사상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