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절기교·고난도 음역 ‘콜로라투라 소프라노’
▶ “꿈꾸던 배역… 영아티스트 통해 많이 배워”
어렵기로 유명한 ‘밤의 여왕’을 화려하고 강렬하게 소화해내는 콜로라투라 소프라노 박소영. 이번 LA오페라 공연에서 최고의 연주를 자신하고 있다. <박상혁 기자>
■ LA 오페라 ‘요술피리’ 출연 박소영
“밤의 여왕은 여러 모습으로 표현되는 역입니다. 1막에서는 딸을 잃은 엄마의 모습으로 나와서 타미노 왕자에게 구해 달라고 호소하지만, 2막에서는 타미노가 자라스트로 편에 서자 원래 모습인 악의 화신으로 무섭게 변하지요. 1막과 2막의 노래 스타일이 많이 다르고, 워낙 유명한 아리아가 있어서 콜로라투라 소프라노라면 누구나 한 번은 무대에서 노래하기를 꿈꾸는 역입니다”
소프라노 박소영(29)이 2월13일 LA 오페라가 개막하는 모차르트의 ‘요술피리’(Magic Flute)에서 ‘밤의 여왕’(Queen of the Night)으로 출연한다. LA 오페라의 메인 프로덕션에서 한국인 가수가 이처럼 큰 역할을 맡기는 처음으로, 1년 전 프로그램과 배역이 발표됐을 때부터 한인 오페라 팬들의 큰 기대를 모아왔다.
박소영은 LA 오페라의 영아티스트(Domingo-Colburn-Stein Young Artist) 2년차 단원으로, 지난 해 ‘베르사이유의 유령’과 ‘피가로의 결혼’에서도 비중있는 역을 맡아 호평받았다. 또 LA 뮤직센터 50주년 특별공연에서 ‘닉슨 인 차이나’의 팻 닉슨 역을 노래했고, 구스타보 두다멜이 지휘하는 LA 필하모닉의 베토벤 ‘코랄 판타지’에서는 솔로이스트로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 무대에 서는 등 영아티스트 멤버치고는 대단한 활약을 보여 왔다.
이번에 노래하는 ‘밤의 여왕’은 조수미의 공연으로 한인들에게 널리 알려진 오페라 배역으로, 화려한 초절기교와 고난도의 고음 때문에 부르기 어렵기로 소문난 아리아를 노래하게 된다. 특히 2막에서 너무나 유명한 아리아 ‘지옥의 복수심은 내 가슴 속에 끓어오르고’는 소프라노의 한계라는 하이 F가 세 번이나 나오는 격정적인 노래. 박소영은 이 어려운 역을 이미 수차례 주요 오페라 무대에서 훌륭하게 소화해내 호평 받았다. 보스턴 리릭 오페라, 아스펜 뮤직 페스티벌, 뉴잉글랜드 콘저바토리, 휴스턴 그랜드 오페라, 오페라 콜로라도, 글리머글라스 페스티벌 등 미국내 정상급 오페라의 각기 다른 프로덕션에서 ‘밤의 여왕’을 노래했으니 이번 LA 오페라 프로덕션에서 누구보다 자신감 넘치는 공연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어떤 프로덕션은 밤의 여왕을 섹시한 모습으로 부각시키고, 어떤 프로덕션은 부드럽고 여성적인 모성을 살리기도 하죠. 프로덕션마다 조금씩 다르긴 해도 역할 자체는 같은 역이어서 밤의 여왕 캐릭터를 깊이 파고들어가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번 LA 오페라의 프로덕션은 밤의 여왕을 거미로 표현하는데, 저는 희게 분장한 얼굴만 내놓은 채 노래하기 때문에 이전의 공연들과는 분위기와는 많이 다를 것 같네요. 이 프로덕션은 가수 하나하나의 기량보다 프로덕션 자체가 워낙 특이해서 평생에 한번 있을까 말까한 희귀한 경험이 될 거라고 봅니다”
박소영은 콜로라투라 소프라노 중에서도 리릭에 속하는 따뜻한 음색의 콜로라투라. 소리가 크고 둥글며 파워풀한 편이라 확실한 ‘밤의 여왕’을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서울대 음대 성악과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뉴잉글랜드 콘저바토리에서 음악 석사와 아티스트 디플로마를 수료한 박소영은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를 비롯한 수많은 콩쿨에서 입상했으며, 보스턴, 세인트루이스, 글리머글라스 등 유수 오페라의 레지던시에서 신인수업을 쌓아왔다. LA 오페라 영아티스트도 600명의 신청자 가운데 최종선발된 10명 중 한명으로 영입된 것이다.
“영아티스트 레지던시 너무 좋았고 많이 배웠습니다. 함께 했던 친구들과 친해져서 함께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어요. 올 여름 이 프로그램을 마치면 샌프란시스코 등 여러 오페라에서 공연 스케줄이 잡혀있습니다. 언젠가는 메트로폴리탄 무대에도 설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지요. 그리고 어쩌면 내년 2월 LA 오페라 프로덕션에 다시 참여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박소영은 2014년 한국서 열린 ‘플라시도 도밍고 콘서트 인 서울’에서 도밍고와 듀엣을 노래해 화제를 모았었다.
“저의 가족, 친구, 친지들 모두 찾아온 무대에서 도밍고 선생님과 노래했어요. 가문의 영광이었죠. 도밍고 선생님은 정말 대단하신 분이고, 인간적으로도 무척 따뜻한 분입니다. 그렇게 많은 사람을 만나는데도 대부분 이름을 기억해서 불러주세요. ‘오페라의 제왕’ 밑에서 공부한 것이 평생 큰 자산으로 남을 것입니다”
.....................................................................................................................................
모차르트 ‘요술피리’
LA 오페라가 이번에 선보이는 ‘요술피리’는 영국의 배리 코스키(Barrie Kosky) 감독의 프로덕션으로, 2013년 빅히트를 기록한 후 2년만에 다시 리바이벌 하는 것이다. 당시 너무나 재미있게 감상하고 나서 썼던 리뷰가 지금도 유효하기에 일부 다시 옮겨본다.
오페라와 애니메이션과 무성영화를 섞어놓은 듯한 퓨전 프로덕션으로, 톡톡 튀는 연출, 동화 같은 그림과 이미지, 유머와 해학 넘치는 표현, 포복절도하게 웃기는 장면들이 계속 이어져 그야말로 남녀노소 누구나 사랑에 빠질 수 있는 공연이다.
배리 코스키 감독은 인터뷰에서 “매직 플룻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공연되는 오페라이고 스토리와 음악과 등장인물을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이것을 8세 어린이와 80세 노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으로 만들기 위해 작품에 내재한 여러 이질적 요소들-모순과 불일치, 판타지와 초현실, 마술과 인간적 감정을 한데 끌어안는 시도를 했다”고 말했다.
‘요술피리’는 모차르트가 죽기 두달 전에 완성한 징슈필(독일의 민속오페라)로서, 노래만큼이나 연극적 대사가 많은 작품이다. 그런데 이 프로덕션은 좀 지루하게 느껴지던 대사들을 모두 과감하게 쳐내고 그 내용을 단순화시켜 만화처럼 자막처리 해버린 것이 기존 ‘마술피리’ 공연의 틀을 깬 가장 큰 변형이라 하겠다.
게다가 등장인물들이 하늘에서 내려오고, 벽에서 튀어나오고, 지하에서 솟아오르는 등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는 무대연출이 신선하고, 가수들도 애니메이션에 맞춰 좋은 타이밍과 호흡을 보이며 열연을 펼쳐 한 편의 황홀한 공연예술을 만들어냈다.
이번 공연에서는 소프라노 마리타 솔베르그가 파미나 공주 역을, 테너 벤 블리스가 타미노 왕자 역을, 바리톤 조나단 미치가 파파게노, 소프라노 바네사 베세라가 파파게나, 베이스 빌헬름 슈빙해머가 사라스트로 역을 노래한다.
<
정숙희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