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드림(美國夢)의 역사는 종말을 고했다’-. 이제는 식상한 이야기로까지 들린다. 리먼 브라더스가 도산사태를 맞은 게 2008년이니까. 이후 시대의 화두가 됐다고 할까. 그럴 정도로 회자되어온 것이 ‘중궈멍’(中國夢)이다.
2013년 3월17일. 중국의 최고 지도자로 등극한 시진핑은 전국인민대표회의 폐막식연설에서 ‘중궈멍’을 9번이나 언급했다.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과 함께 중국은 미국과의 경쟁에서도 승리하고 중국시대를 열어간다는 것이 그 의미다. 그러니까 시진핑 집권 10년 동안 중국이 맞을 변화를 이 ‘중궈멍’이란 말로 함축해 표현했던 것이다.
그 차이나 드림이 그런데 불과 3년도 안 돼 아주 요원한 꿈이 되어가고 있다. 대신 새로운 화두로 떠오른 것이 차이나 리스크다. 이와 함께 2016년은 시진핑에게 있어 최대 시련의 해가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주식 값이 폭락하면서 올해 첫 두주 동안에만 1조1000여억 달러의 부(富)가 증발했다. 동시에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는 것은 위완 화 가치다. 거기다가 경제는 수 십 년 만에 처음으로 7%이하 성장률을 기록했다.
중국발로 전해진 뉴스다. 경제가 심상치 않은 것이다. 6.9%의 성장률을 보였다는 당국의 발표도 그렇다. 짜 맞추기 식의 허위통계일 가능성이 크다. 수출과 수입이 수개월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다른 경제지표들도 말이 아니다. 때문에 실제 경제성장률은 제로 내지 3%를 넘지 못했을 것이라는 게 서방측의 분석이다.
이와 함께 나오고 있는 또 다른 전망은 현재의 경제적 어려움은 일시적 불황이 아닌 구조적인 문제로 과거 일본이 맞은 ‘잃어버린 20년’ 같이 장기적 불황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비관론자의 하나는 고든 챙이다.
그가 특히 주목한 것은 급격한 자본유출 사태다. 블룸버그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4 분기 해외로 유출된 외화는 4,610여억 달러, 4/4분기에는 3,670여억 달러에 각각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무엇을 말하나.
중국경제를 누구보다 못 믿는 사람들은 중국인들이다. 중국은 장래가 없다는 판단아래 저마다 돈을 해외로 빼돌리고 있다. 그것도 가능한 한 빨리. ‘중궈멍’에 대한 신뢰가 급격히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그 중국이 맞이할 베스트 시나리오로 그는 십 수 년 이상의 장기적인 스테그네이션(stagnation)이라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
리처드 베이그 같은 경제전문가도 극히 비관적 시각을 내비치고 있다. 여전히 ‘GDP성장’ 신화에 사로잡혀 게 중국당국으로 그 역시 중국은 수 십 년간의 장기 침체기를 맞을 수 있다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
일본의 경우 수 십 년의 장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안정을 구가해왔다. 중국의 경우는 전혀 다른 시나리오가 예상된다. 따라서 나오는 전망은 정치적 불안의 가속화 가능성이다.
차이나 리스크는 그로 그치는 게 아니다. 장기침체의 중국경제, 그리고 뒤따르는 정치적 소용돌이는 인접국은 물론이고 아시아태평양지역, 멀리 라틴 아메리카지역에까지 불안정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 통치의 엔드 게임은 이미 시작됐다‘- 지난해 3월 조지워싱턴대학의 데이빗 샴바우가 내세운 주장이다. 시진핑의 개혁캠페인이 역풍을 맞으면서 중국공산당이 붕괴될 가능성을 제시했던 것이다.
시기상조라는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차이나 리스크가 커지면서 그러나 평가가 바뀌고 있다. 부패전쟁을 통해 당내 반대세력을 코너로 몰았다. 그에 대한 반작용이 일면서 당 안팎에서 반(反)시진핑 세력의 결속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것이 대다수관측통들의 하나같은 지적이다.
문제를 더 어렵게 하는 것은 내셔널리즘의 광풍이 몰아칠 수 있다는 점이다. 경제성장은 멈추었다. 그런 가운데 사회적 모순은 쌓여만 간다. 그 중국을 하나로 이끄는 방안은 내셔널리즘에 더욱 기대는 거다. 대만 문제가, 남중국해에서의 분쟁이, 센카쿠열도를 둘러싼 갈등이 그 도피처가 될 수 있다. 리스크가 날로 확산되고 있는 중국은 그래서 더 위험할 수 있는 거다.
이야기가 길어진 건 다름 아니다. 몇 번째 인가. 북한 핵문제해결에 중국이 효과 있는 조치를 해주기를 기대한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게.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시진핑과 전화 통화조차 못했다. 그런 마당에 중국의 협조를 기대하고 또 기대하는 것이 마치 너무나 허무한 꿈(白日夢)처럼 들려서다.
위기는 기회도 된다. 때문에 필요한 것은 역발상의 외교노력이 아닐까. 협력을 읍소하는 것은 이제 그만. ‘My Way’를 가는 거다. 필요하다면 일본과 보조를 같이해 핵무장 논리를 펴가는 것도 그 하나다. 그게 중국으로서는 특히 뼈아픈 조치가 될 테니까. 창조적 경제, 아니 그보다는 풍부한 상상력의 창조적 외교가 절실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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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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