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가 21년 만에 다시 NFL 도시 대열에 복귀했다. 지난주 세인트루이스 램스가 올해부터 본거지를 LA로 옮기는 것이 최종 확정되면서 LA는 1994년 시즌이 끝난 뒤 당시 LA 램스와 LA 레이더스가 각각 세인트루이스와 오클랜드로 떠나간 뒤 21년째 이어온 NFL팀 없는 설움(?)에서 벗어나게 됐다. 더구나 램스만이 아니라 샌디에고 차저스나 오클랜드 레이더스 중 한 팀도 LA로 이전할 수 있는 옵션을 갖게 돼 LA는 한꺼번에 두 NFL 팀을 얻을 가능성도 생겼다.
LA 스포츠팬들로선 흥분되는 희소식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당장 이번 가을부터 응원할 NFL팀이 생겼다는 사실은 제쳐두고라도 지역경제 측면에서 엄청난 경기부양 효과가 기대되기에 반기지 않을 이유가 없다. 당장 LA팬들은 시즌 티켓 온라인 판매가 시작된 지 단 이틀 만에 무려 4만5,000명이 보증금을 걸고 시즌티켓을 예약하는 등 흥분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NFL은 스포츠기에 앞서 비즈니스다. NFL 구단이란 지역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초대형 비즈니스고 특히 램스가 잉글우드에 건립할 새 경기장을 비롯한 최첨단 콤플렉스는 장차 수퍼보울을 비롯한 초대형 이벤트들을 계속 LA로 이끌어 들이는 마그넷 역할을 할 것이다. 남가주 지역 정치인들이 여러 가지 이해타산 계산이 엇갈려도 이 문제만큼은 저마다 쌍수를 들고 환영의사를 밝힌 것은 너무도 당연했다.
하지만 이번 램스의 LA 귀환을 지켜보며 한편으로 씁쓸한 느낌이 드는 것도 어쩔 수 없었다. 21년전 LA를 버리고 떠나갔을 때나 이번에 다시 돌아오는 것이나 모든 배경에는 돈, 즉 ‘올-마이티 달러’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돈이 되지 않으니 LA를 떠났고 이젠 LA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자 엄청난 투자를 약속하며 화려하게 귀환했다. 이 과정에서 팬들에 대한 애정이나 충성심이란 털끝만큼도 찾아볼 수 없다.
램스의 LA 이전을 주도한 스탠 크롱키 구단주는 램스외에도 NBA의 덴버 너기츠와 NHL의 콜로라도 애발랜치, 그리고 MLS의 콜로라도 래피즈 등을 소유한 억만장자다. 지난해 포브스 매거진 랭킹에 따르면 크롱키의 총자산은 76억달러로 미국에서 63번째 부자다. 그리고 그는 이번 LA 이전을 통해 자신의 부를 엄청나게 더 불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크롱키는 LA 이전을 위해 엄청난 투자를 서슴지 않았다. 우선 본거지 이전을 위해 NFL에 내야 하는 비용만 무려 5억5,000만달러에 달한다. 여기에 잉글우드에 새로 지을 경기장 건립비용이 19억달러에 육박하며 함께 개발되는 상가와 종합 엔터테인먼트 센터 비용을 합치며 총 투자비용은 30억달러를 상회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개발비용은 지역정부의 지원없이 개인과 구단 차원에서 부담해야 한다. 당장 그는 이번 주 체이스 은행을 통해 개발비용으로 10억달러 융자를 얻을 계획을 알린 바 있다.
하지만 그가 이런 천문학적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은 이를 통해 돌아올 이득이 훨씬 더 크기 때문이다. 당장 포브스 매거진은 램스가 세인트루이스에서 LA로 이전한 것만으로도 구단의 가치가 두 배로 치솟은 것으로 평가했다. 포브스의 NFL 구단가치 평가에서 램스는 2014년 9억3,000만달러로 NFL 32개 구단 중 꼴찌였고 지난해는 14억5,000만달러로 28위였지만 당장 LA 이전이 공식 확정되자 포브스 매거진의 평가는 순식간에 두 배인 29억달러로 점프했다. LA 이전만으로 인해 구단 가치는 당장 두 배, 2년 전과 비교하면 3배가 뛴 것이다. 램스는 이제 달라스 카우보이스(40억달러)와 뉴잉글랜드 패이트리어츠(32억달러)에 이어 NFL에서 3번째로 가치있는 구단으로 뛰어올랐다.
결국 이전으로 인한 구단 가치 상승분(15억달러)이 리그에 내야 할 이전비용(5억5,000만달러)의 약 3배에 달하는 셈이다. 더구나 오는 2019년에 램스의 새 구장이 완공되고 나면 구단 가치가 얼마나 더 뛰어오를지 알수 없고 여기에 새 콤플렉스에서 벌어들일 천문학적 수입을 보태면 크롱키가 이번에 얼마나 큰 대박을 터뜨렸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스포츠팬 입장에서 램스의 귀환은 흥분되는 일이다. 하지만 이 모든 일의 배경에는 팬들에 대한 배려보다는 차가운 비즈니스 차원의 계산만이 있을 뿐이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그렇게 깊은 정을 느끼기 힘든 것은 어쩔 수 없다. 물론 이해는 된다. NFL은 비즈니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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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우 스포츠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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