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지 마음이 어수선하다. 무어 특별히 언잖은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며칠을 그냥 서성거렸다. 혼자 착한 척 하는 것 같아 차마 입이 안 떨어지기는 하는데 이 즈음 세계곳곳에서 끊임없이 벌어지는 폭력 사태들은 정말 너무나 마음을 무겁게 한다. 인간 세계에 평화란 결코 이루어지지 않을 요원한 꿈에 지나지 않는걸까? 온 세계 사람을 감동시키며 단호하게 빗장 열어 난민을 받아준 독일에서 난민들에 의한 대대적 성폭력 사태가 일어나고 무슬램을 풍자한 만화를 내놓은 덕에 총탄 세례를 받은 프랑스의 샤를르 에브도 신문에선 이번 사태를 풍자해 해변가에 쓰러져 죽은 세살박이 시리아 난민 소년, 아일란 쿠르드를 미래의 성폭행자로 그려낸 시사만평을 냈다. 미움은 미움을 낳고 그 미움은 또 다른 미움을 낳는다. 계속되고 계속되며 더욱 더 심화되는 온 세계의 폭력은 사람을 피로하게 한다.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젊은 애들은 늘 ‘요즘 젊은 애들’ 로 싸잡아 야단맞는 존재였다. 그렇게 탓을 잡혀도 그 젊은 이들은 나이를 먹어 다시 기성세대가 되고 또 다시 젊은 애들을 마땅찮아 하는 나이먹은 이가 되고, 그렇게 인류역사는 이어져 왔다. 그런데 이즈음 내가 살아온 세월을 돌아보면 그 급작스런 변화와 발달에 어지럼증까지 날 지경이다. 천천히 이어져오던 그만한 속도로 변한다 해도 나이탓에 멀미가 나는데 내가 겪어낸 세월들은 그 얼마나 정신없이 변화되었는지.... 어지럼증에 쓰러질 것만 같다. 이즈음 IS를 비롯 모든 폭력사태가 극악으로 치닫는 이유는 숨쉴 틈없이 변하는 그 스피드때문이기도 한 게 아닐까?
마크 로스코의 그림은 사람을 안정시키고 따뜻하게 보듬어주는 치유의 힘이 있다. 포근하게 감싸주는 그림을 그려 온 세계 사람을 위무해준 당사자는 정작 자살을 했다. 그의 그림을 보면서 나는 그에게 말을 건다. 이렇게 아름다운 그림을 그린 당신. 무엇이 당신을 죽음으로까지 몰고 갔나요? 당신은 왜, 무엇 때문에, 죽을만큼 절망했던 건가요? 당신 그림의 따뜻함은 당신의 아픔을 위로해 주지 못했던 건가요? 몸이 아팠다고는 하지만 당신 그림이 그 아픔을 이길수 있는 힘을 주지는 못했나요? 수 많은 사람들이 당신 그림을 보면서 위로를 받고 있어요. 며칠동안 방안을 서성이며 많은 것들이 나를 아프게 했어요. 마치 무당이 된듯 내가 직접 겪은 일도 아닌데 남의 아픔때문에 내가 아파 잠을 잘수가 없었어요. 그럴 때 나는 당신의 그림을 바라봅니다. 노랑과 주황이 있는 포근하고 밝은 스페이스. 푹신한 침대에 몸을 부려놓듯 그 그림속으로 들어가 두 팔로 나를 가득 안고 눕지요. 인생은 즐거워야 하고 재미있어야 하고 넉넉하고 너그러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당신의 그림속에 온몸을 부려놓고 누울 때 당신의 그림은 내게 그렇다고 맞장구를 쳐 줍니다. 그러면서 나는 다시 그런 그림을 그린 후 자살한 당신의 마음을 아무리해도 이해할 수가 없어서, 그러면서도 제발 그 마음을 이해하고 싶어 다시 곰곰히 생각에 잠깁니다.
지금, 세상은 너무나 빨리 변하는 것 같아. 조금 천천히 갔으면 좋겠어. 지금, 세상은 너무나 풍요로운 것 같아. 조금 덜 풍요로워도 좋을 것 같아. 비싼 옷이나 비싼 가방, 고급 차나 저택 같은 것. 돈을 많이 내야 살수 있는 온갖 물건들과 서비스들이 그렇게 많이 쏟아져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럼 햇볕이나 맑은 공기, 푸른 하늘과 들꽃 같이 돈이 안드는 아름다움에 조금 더 시간을 쓸수 있지 않을까? 아이들이 재재거리는 소리, 새들이 재재거리는 소리, 바람결에 들려오는 어린 아이의 웃음 소리, 아이들의 노래 소리, 그런 것들로 세상이 가득 했으면 좋겠어. 행복한 아이들이 많은 세상, 세상에서 행복한 아이들을 보는 게 제일 행복한, 그런 어른들이 많은, 그런 세상이면 좋을 것 같애. 그럼 로스코도 슬프게 죽지 않을수 있었을 거 같애. 자기가 그린 그림을 보면서 행복해서 껄껄 웃으면서 오래 오래 행복하게 살수 있었을 것 같애. 내가 너무 바보같은 상상을 하고 있는 걸까? 그렇게 생각해?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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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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