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생활 속에서 부엌(Kitchen)보다 더 정겨운 장소는 없다.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의식주 중 인간의 생존에 가장 중요한 음식을 만들고, 먹는 장소이면서 온 가족이 오순도순 모여 맛있는 음식과 함께 정담을 나누는 곳이기 때문이다.
주방으로도 알려진 부엌은 진흙을 이겨 만든 부뚜막에 쇠솥을 얹혀놓고 뒷산에서 긁어모은 나뭇가지를 아궁이에 밀어 넣고 후후 불다가 지치면 부채로 불길을 재촉하여 밥과 국을 끊이던 재래식 부엌을 떠오르게 한다.
밥과 국만 끓였던가. 부엌 아궁이는 구들장 아랫목을 따뜻하게 하는 보일러 역할까지 충실히 수행했던 터라 초가집시절에 살던 이들에게 부엌은 음식 지으랴 방에 군불을 떼랴 애쓰던 어머니의 사랑과 정성이 얽힌 정말 소중한 곳이었다.
오늘날의 부엌은 음식을 만들고 먹는 곳을 떠나 각종 미디어 제품의 종합 집합장소로 변모했다. 식탁에 않아 커피한잔 마시며 신문을 읽고 음악을 감상하기도 하고, TV를 틀어놓고 요리하는 동안에 그리고 설거지하는 동안 무료함을 달래기도 하는 문화생활공간으로 변화한 것이다.
부엌은 마치 그 집의 진열장(Showcase)과 같은 곳으로 주택매매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생활공간이기도 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부엌의 구조와 시설이 매매를 성사시키느냐 아니면 깨트리느냐는 견물생심의 열쇄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고로 주택검사(Home Inspection)시에도 부엌은 검사항목 중 가장 중요한 항목 중의 하나로 간주되고 있고 좀 더 세밀한 검사를 실시하게 된다. 부엌은 집의 필수구성요소인 전기, 배관(수도와 하수), 냉장고와 세척기와 전기(혹은 가스) 오븐 등 가정용기구와 통풍기, 각종 가구(선반과 식탁)들로 가득 차 있는 종합집합 장소로 검사를 통해 집의 상태를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을 정도다.
먼저 전기를 살펴보자. 부엌에 설치되어 있는 소켓(Outlet)은 침실 등에 설치되어 있는 소켓(보통 14 Amp: 암페어)에 비해 높은 용량의 전기를 사용될 수 있도록 20 암페어의 퓨즈에 연결되어 있다. 토스터, 소형전기오븐, 믹서기 등 비교적 높은 와트(Watt)의 전기기기를 사용하기 위함이다.
특히 부엌싱크에 인접한 소켓은 GFCI(누전차단기)를 내장한 소켓을 달도록 권장하는데 이는 감전방지를 위한 안전조치 때문이다. 옛날 국민학교 다닐 때 젖은 손으로 전기선을 만지면 감전사고를 당할 수 있다는 말을 선생님으로부터 여러번 들은 바 있다. 따라서 우발적 감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물을 많이 사용하거나 습한 곳에 누전차단기를 설치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이 누전차단기는 전기누전발생시 주전기패널의 회로차단기보다 더 빨리 소켓 내에서 6밀리암페어(mA)정도의 전류(일반적으로 성인여성의 경우 10mA에 감전되면 강한 쇼크현상이 발생할 수 있음)가 비정상적으로 흘러도 거의 40분의 1초 만에 전원을 차단함으로서 인체의 감전사고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개발된 제품이다.
배수관 검사는 부엌싱크아래 배관연결 상태를 살피게 된다. 모든 싱크대의 배수관은 P-trap관을 설치해야 한다. 홈 인스펙션시 종종 지적을 받는 이 배관은 싱크대 바로 밑에 연결되어 있는 직선 배관에 U자 모양으로 연결되어 있는 관으로 오물을 원활하게 배수하되 물이 고여 있는 상태를 항구적으로 유지하여 지하 배수관에서 올라오는 악취와 가스를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이들 오물에서 발생하는 가스는 인화성이 있어 폭발력이 있을 뿐만 아니라 인체에도 해롭다.
종종 간과되고 있는 세척기(Washer) 배수관의 연결 상태 또한 중요한 검사항목 중의 하나로 잘못된 연결로 인해 역시 검사시 지적을 받고 있다. 세척기 배수관은 반드시 P-trap관보다 높은 곳(싱크대 바로 밑)에 연결되어야 하는데 P-trap관과 같은 높이로 심지어는 낮은 곳에 연결하는 경우 세척기로 오물이 역류하거나 악취와 가스가 침투할 수 있다.
음식 조리시 발생하는 냄새를 제거하기 위한 통풍기(Range Hood)는 2가지 형태로 제조되고 있다. 후드에 설치되어 있는 필터를 통해 냄새를 제거한 다음 실내로 재방출 시키는 시스템과 통풍관을 외부로 연결하여 냄새를 외부로 배출하는 시스템이 있다.
필터를 이용하는 경우 필터를 자주 청소해 주거나 새것으로 바꿔주어야 제 기능을 할 수 있으며 외부로 배출하는 경우 외부에 설치된 개폐커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오히려 찬바람이 들어오거나 심지어는 이 관을 통해 벌래 등이 침입하는 빌미를 제공하고 있는 경우가 왕왕 있다.
간혹 외부로 배출하는 대신 다락방(Attic)으로 배출하는 경우가 있는데 주택 검사시 이를 시정하도록 검사보고서에 명시를 한다. 일반인들은 다락방 통풍 시스템을 통해 외부로 배출되지 않느냐는 의견이 있을 수 있으나 음식냄새나 조리시 발생하는 증기가 다락방에 한동안 머물거나 아예 누적되어 있는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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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민 <뉴욕주 공인 홈인스펙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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