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균 입원일수 4.5일로 단축 환자당 고정금액 지급방식 메디케어 지불제도 변경 탓
▶ 재입원율 증가 우려 커지자 30일 내 재입원 병원에 벌금 응급실 관찰 등 편법 등장
입원환자의 퇴원시기는 들쭉날쭉하다. 누가 보아도 멀쩡한 환자가 계속 입원실을 차지하고 있는가 하면 아직도 치료가 더 필요한 듯 싶은 환자가 퇴원을 한다. 어느 경우건 본인 뜻이 아니다. 환자의 퇴원여부는 전적으로 의사의 결정에 달려있다.
너무 일찍, 혹은 너무 늦게 퇴원했다고 생각하는 환자들은 의사들의 판단기준이 무엇인지 의아해하기 마련이다.
이와 관련, 보스턴 원호병원에서 환자를 보는 하버드대 의과대학의 아시시 제이하 박사는 “퇴원 판단기준은 상당히 복잡하며 임상외적 요인들이 큰 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그는 “담당 의사들이 환자가 집에서 받을 수 있는 지원을 과대평가하거나 과소평가하면 너무 이른 퇴원, 혹은 그 반대의 결정이 나오게 된다”고 설명했다.
수시로 바뀌는 경제적 인센티브도 환자가 얼마나 오랫동안 병원에 머무는가를 결정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최근 이뤄진 의료수가 지불방식의 변화는 어떤 환자에게 입원이 허락되고, 얼마나 자주 재입원이 허용되는지를 결정하는데 심각한 영향을 주었다.
통계에 따르면 환자들의 입원기간은 예전에 비해 훨씬 줄어들었다.
지난 1980년 미국인의 평균 입원일수는 7.3일이었지만 지금은 4.5일에 불과하다.
이처럼 입원일수가 줄어든 이유는 환자들의 평균연령이 낮아졌거나 상태가 양호해졌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요즘 환자들의 연령이 더 높고, 더 아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전에 비해 입원일수는 점점 짧아지고 있다.
입원일수 단축 추세는 노인보험인 메디케어가 병원 측이 청구한 비용을 그대로 지불하는 기존의 방식 대신 개별 환자에게 내려진 진단에 따라 미리 정해진 고정금액을 지급하는 이른바 ‘전향적 지불제도’(prospective payment) 방식을 택한 1980년대 초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전향적 지불제도는 환자 입원에 따른 재정적 리스크가 메디케어에서 병원으로 이전됐음을 의미한다. ‘부르는 게 값’이었던 의료수가 지불방식의 변화로 병원들이 경비절감 압력을 받게 된 셈이다.
전향적 지불제도는 환자가 5일간 입원을 했는지, 아니면 4일간 병실에 누어있었는지에 상관없이 의사가 내린 진단결과만을 기준으로 동일한 액수를 상환한다. 결국 환자의 입원기간이 길어질수록 병원 측의 부담이 커진다는 얘기다.
일부 관계자들은 병원행정업무를 관장하는 원무국이 입원기간이 긴 환자의 담당 의사에게 은근히 압력을 가하기도 한다고 털어놓았다.
“동기 의사분들은 같은 병명의 환자들을 퇴원시켰는데 유독 선생님만 내보내지 않고 있다”는 식으로 압력을 집어넣기 일쑤라는 것.
최근 몇 년 사이에 환자의 상태를 모니터하고 전문적으로 돌보아주는 양호시설(nursing faciliity)이 부쩍 늘어난 점도 의사들이 안심하고 환자를 퇴원시킬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한다.
전향적 지불제도가 도입된 이래 전문가들은 이 제도가 재입원 비용 증가로 연결될 것이라는 우려를 끊임없이 제기했다.
사실 조기 퇴원 환자는 병세가 악화될 위험이 크고, 합병증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병원 밖에서는 제공받기 힘든 수준의 전문적인 보살핌을 필요로 한다. 다시 말해 조기 퇴원자 중 상당수가 재입원을 필요로 한다는 얘기다.
이 같은 논리를 뒷받침하는 증거가 있다. 미국은 물론 해외에서도 환자의 입원기간이 짧아질수록 재입원율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병원은 퇴원 후 24시간 이상 지난 환자의 재입원으로 손해 볼 일이 전혀 없었다. 손해는커녕 입원일수 단축으로 경비를 줄이고, 재입원 증가로 추가 수입을 챙길 수 있으니 병원으로선 ‘꿩 먹고 알 먹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리게 된다.
그러나 환자의 재입원 비용을 보조해야 하는 메디케어와 보험사들은 당연히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경우에 따라선 처음 입원했을 때 오랫동안 병원에 머물며 충분한 치료를 받아 재입원 소지를 줄이는 것이 보험사 측에 더 유리할 수 있다.
지난 몇 년 사이에 연방정부는 환자의 재입원과 관련, 병원에 벌칙을 가하는 여러 개의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메디케어의 재입원축소 프로그램도 이 가운데 하나다.
이 프로그램에 따라 퇴원한지 30일 이내에 다시 입원한 환자의 비율이 높게 나온 병원은 전체 메디케어 상환금의 3%를 잃게 된다.
프로그램 시행 4년째 해인 올해, 메디케어는 적정수준보다 높은 환자 재입원율을 기록한 전국 2,592개 병원으로부터 총 4억2,000만달러를 징수한다.
메디케어 입원환자들의 거의 20%가 퇴원 후 30일 이내에 다시 병실로 돌아온 지난 2010년 이래 전국 병원의 재입원율은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많은 관계자들은 병원이 숫자놀음을 하고 있다는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퇴원 후 다시 병원을 찾아와 ‘관찰 대상’에 오른 환자들의 경우 다른 입원 환자들과 동일한 수준의 치료를 받지만 거의 모든 병원이 이들을 재입원자 명단에 포함시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마찬가지로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은 뒤 그곳에 발목이 잡힌 환자들도 재입원자 범주에서 제외됐다.
일부 병원은 최근 퇴원한 환자가 응급실을 찾아온 경우 전자 진료시스템을 통해 의사에게 재입원을 시키지 말 것을 권한다. 대개의 경우 응급실 의사들은 원무과의 지시를 그대로 받아들인다.
이 때문에 재입원이 필요한 상당수의 환자들이 병실로 옮겨지지 않은 채 응급실에 남아 계속 ‘관찰’을 받게 된다.
환자들은 병원의 재정문제를 거의 알아채지 못하지만 기록을 보면 바로 이 문제가 의사의 입원과 재입원 결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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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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