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어린 아들을 위해 작은 나무를 심고 그 소년은 하루도 쉬지 않고 나무를 뛰어넘는다. 그리고 10년 후 청년이 되었을 때 자기 키보다 몇 배나 자란 나무를 뛰어넘는 장면은 과거 무협만화에서 자주 보았던 내용이다.
심리학자 말콤 그레드웰은 저서 ‘아웃라이어스’(Outliers)에서 누구든 1만시간을 꾸준히 노력하면 천재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해 화제를 모았다. 꾸준히 노력하면 천재도 될 수 있다는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지만 한 가지 일을 그 정도 지속한다면 어떤 분야건 전문가 수준에 도달할 수 있음은 충분히 가능하다 믿는다.
그렇지만 하루 3시간씩 꼬박 10년이라는 긴 시간 같은 일을 지속하기가 결코 쉽지 않음은 당면한 현실이다. 물론 주변에서 십수년 같은 일을 해 온 사람들을 흔히 만날 수 있지만 그들 모두가 탁월한 전문가라고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큰 성공을 거둔 경우도 많지 않다. 이는 보내는 시간의 양보다 얼마나 집중하여 꾸준한 노력을 기울였는지 질의 중요함을 깨닫게 해 준다.
쉬지 않고 훈련한 소년이 10년 후 높이 자란 나무를 넘는 모습이나 1만시간의 노력을 지속하면 천재에 버금가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은 뛰어난 재능보다 성공은 꾸준한 반복에 의해 이뤄진다는 메시지로 받아들이면 좋을 것이다.
빠른 속도로 바뀌는 시장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경영자 입장에서 변화는 최우선으로 삼아야 하는 가치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변화를 시도하기 전 그 본질을 이해하는 건 매우 중요하다. 언뜻 변화는 과거와 단절을 뜻하는 지속의 반대어로 이해할 수 있겠지만 진정한 변화의 뜻은 더욱 새롭게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변화와 지속은 반대어가 아니라 동의어로 이해하는 게 경영자의 바른 자세라 할 수 있다.
최상의 품질과 저렴한 가격 그리고 좋은 서비스는 기업 성장의 3대 원칙이다. 이는 기업이 추구해야 하는 절대적 가치로 아무리 세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을 것이며 기업활동의 핵심은 이 원칙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달성하는 가에 맞춰져 있다.
문제는 하루에도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새로운 경영기법이나 성공사례를 배우기 위해 시간을 보내며 이를 접목하느라 바쁘게 움직이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자신의 사업과 업계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거나 본인의 능력을 신뢰하지 못하는 경영자들이 운영하는 회사에서 발생하는 특징 중 하나다.
인간은 가야 할 목표보다 목적지에 이르는 길에 대해서 다른 사람보다 빨리 가는 방안을 궁리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바른 길을 가면서도 주위를 둘러보고 여러 사람이 같은 행동을 취하면 자신의 주관을 버리고 따라하는 경우도 이 때문이다. 이는 다른 사람보다 뒤쳐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속성으로 조바심을 참지 못함에서 기인한다.
20년 이상 업계 평균보다 높은 성장과 꾸준한 수익을 창출한 기업들의 대표적 특징은 급속 한 혁신이 아니라 작은 변화를 지속적으로 추구해 왔다는 점이다. 그들은 모두가 따라하는 유행을 따르기보다 지금껏 추진해 온 일들을 꾸준하게 발전시켜 업계 1위를 지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국가의 정치적 행태는 그 나라에 속한 기업들의 행동에 많은 영향을 미치며 특히 기업의 가치관이나 철학에 밀접하게 스며든다. 이는 한국 기업들의 전략이나 경영 지침이 미국 회사들과 비교하여 자주 바뀌는 경우에서 알 수 있다. 특히 후임 CEO가 취임하면 으레 새로운 경영 전략을 발표하고 완전히 다른 회사로 탈바꿈한 듯한 메시지를 보내는 경우가 많다. 언뜻 기업의 역동적 모습을 보여준 것 같기도 하지만 내부적으로 지속성을 헤치는 결과를 가져오는 위험성을 간과해선 안 된다. 이는 정권이 바뀌면 전 정권에서 추진하던 국가적 사업이나 정책이 승계 되는 게 아니라 관심 밖으로 밀려 나거나 폐기되는 문화와 분명 무관치 않을 것이다.
1월은 새해를 맞아 기업과 개인들 저마다 계획을 세우고 새로운 각오를 다짐하는 시기다. 하지만 매번 새로운 각오를 하기엔 인생이 그리 길지 않으며 성숙되지 않으면 열매를 맺을 수 없다. 따라서 새로운 시도보다 더 중요한 건 그동안 해오던 일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1만시간은 아니라도 자신의 분야에 1,000시간의 내공을 쌓아보길 권한다. 성공은 무서운 집중력과 반복적 학습의 산물이라고 갈파한 글레드웰의 주장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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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언 김 / 터보에어 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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