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6일)가 기독교의 주현절(가톨릭은 주님 공현 대축일·epiphany)이었다. 3명의 동방박사가 예수를 찾은 날, 또는 예수가 세례를 받은 날이라고도 한다. 서방에서는 크리스마스로부터 12번째 되는 날로 예수 탄생의 영광과 즐거움을 만끽하는 연휴 축제 마지막 날로 기념된다.
그런데 이 성스러운 축제 기간이 올해는 만신창이로 끝났다. IS가준동하는 중동에서 새해 첫날부터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가 멱살을 부여잡고 1,000여년을 이어오던 수니-시아 종파 분쟁에 기름을 붓더니 4일에는 새해 처음 문을 연 중국 증시가 7%나 폭락한데 이어 7일에는 개장 29분 만에 강제 폐장되면서 세계 증시가 요동을 치고있다.
5일에는 김씨 조선 왕조의 3대 김정은의 기습 수소폭탄 실험으로 지구촌이 들끓고 있다. 테러에 찌들었던 지난해를 미련 없이 보내고 재주 많은 잔나비 원숭이의 해를 기대했는데 어째 연초부터 세계 운세가 심상치 않다.
따지고 보면 이게 다 지도자를 잘못 뽑아서 생긴 일이다. 아들 부시 말이다. 부시는 이라크 망명객들의 감언이설에 속아 이라크를 침공해 후세인을 축출했다. 있지도 않은 대량 살상무기를 제거한다는 명분이었지만 중동의 종파 균형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결과를 만들었다. 시아파가 다수인 이라크에 수니파 후세인이 집권하면서 시아파인 이란과 팽팽한 라이벌 관계를 유지해 왔는데 이 균형을 미국이 깨뜨린 것이다. 이란을 등에업은 시아파의 득세에 이라크 내강경 수니파가 IS로 둔갑해 중동을 휩쓸고 있다. 이들의 잔혹성은알카에다를 훨씬 뛰어 넘어 서방을 테러 공포에 몰아넣고 있다. 두 개의 전쟁으로 지쳐버린 미국이 또다시 군대를 파견하기에는부담이 크다.
중국이 세계 최강국의 자리를놓고 미국에 도전장을 내민 것도 따지고 보면 부시의 역할이 적지않다. 부시는 전비 마련을 위해 국채를 발행했다. 중국은 이 틈을 타 미국의 세계 최대 채권국으로 부상했다. 중국의 돈을 빌려 전쟁을하고 이자율을 내려 돈을 풀면서부시의 8년 집권이 끝날 무렵인2008년 미국은 과도하게 부풀어진주택시장 붕괴에 이어 금융 대란을 겪어야 했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수렁에 빠져 헤매는 동안 올림픽을 치른 중국은 미국 달러의 힘을 빌려 고속성장을 거듭하면서 아시아인프라은행(AIIB) 창설, 위안화의 국제기축통화 편입 등을 내세워 미국 주도의 세계 금융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항공모함 건설, 사실상 전략 미사일을 축으로 하는 미사일부대를 창설하며 미국의 턱밑을 파고들고 있다.
그런 중국이 고속성장의 한계에 도달한 것인지, 제조업 생산지수 하락이라는 악재를 만나 연초 증시가 붕괴 수준에 몰린 것이다. 중국정부가 4일에 이어 7일에도 서킷브레이크를 걸어 개장 29분 만에거래를 중단시켰다. 중국과 중동의 불안이 유럽과 아시아 그리고 미국 증시를 흔들고 있다. 다우존스지수는 연초 4일간 무려 5%나 폭락했고 나스닥은 6%가 빠졌다. 일부에서는 2008년의 악몽이 재현될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터져나오고 있다.
북한의 핵실험 역시 중동과 이란에 초점을 맞춰왔던 미국이 미처 북한에까지 신경을 쓸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미국의 오바마대통령이 ‘전략적 인내’를 내세워북한의 핵 문제를 6자회담에 떠넘기며 소극적으로 대처한 것이 북한을 더 큰 화근거리로 키웠다는지적이다. 부시 오판의 후유증이 얼마나 심각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들이다.
11월8일은 오바마 대통령을 이을 제 45대 대통령을 뽑는 날이다. 2월1일 아이오와 코커스를 시작으로 본격 막을 올리는 올해 대통령선거는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세계 최강의 자리를 넘보는 중국의도전, 신 냉전시대를 꿈꾸는 푸틴의 도발, 테러리스트들의 준동, 빈부 격차, 이민, 경제 등 미국에 도전장을 내미는 국내외 문제들을 슬기롭게 헤쳐 나갈 지도자가 필요하다. 그런데 아직 눈에 들어오는 후보가 없다는 게 고민이다. 시원하다 싶을 정도로 막말을 쏟아내는 트럼프를 찍자니 사회가 불안할 것같다. 고참 정치인 힐러리는 미덥지가 않다. 누구에게 표를 던져야 할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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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섭 부국장·기획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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