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숭 목사/ 새크라멘토 크로스포인트교회 목사
사람이 짐승과 다른 것은, 사람은 ‘의미’의 중요성을 실감하고 그 의미의 ‘발견 작업’에 천착한다는 점이다. 짐승은 내가 왜 사나, 내가 왜 먹나 식의 생각을 하지 않는다. 반면, 사람은 자기평생에 이런 진지한 철학적 질문들을 적어도 한두 차례는 던진다. 그래서 그의 이름은 짐승과는 다르게 의미를 추구하는 ‘인간’인 것이다.
의미의 다른 말은 ‘가치’일 게다. 가치는 인간의 문화적 본능과 특성을 대변해 주는 보편적 코드와도 같다. 주어진 환경에 순응하고만 산다면 인간은 문화적인 존재가 될 수 없다. 주어진 것들은 그들에게 언제든지 다 선택과 조합의 대상일 수 있기에, 인간은 자신의 가치 선호를 따라 주어진 그것들을 적절히 선택하고 조합해 무언가를 계속 만들어낸다. 우리는 그걸 문화라고 부른다.
그런 점에서 인간이 가장 행복할 때는 언제일까? 그런 문화적인 ‘선택과 조합’을 가장 효과적으로 잘해냈다고 스스로 판단될 때이다. 다시 말해, 자기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을, 또는 가장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일을 가장 오랫동안, 가장 성실하게 잘하고 있다고 느낄 때 그는 행복해한다. 그러므로 무슨 일을 하든, 일단 가치가 느껴져야 보람이 뒤따라온다. 여기서 가치는 원인이며 보람은 그 결과인 셈인데 이 둘은 항상 같이 붙어 다닌다. 그러기에, 내가 하는 일에 보람을 얻으려면 반드시 그 일만이 갖는 독특한 가치에 내 자신이 헌신되어 있어야 한다.
이 경우에 가장 확실하게 해당되는 자가 바로 내 자신이었다. 대학 4년 내내 했던 정신적인 방황이 잊히질 않는다. 이미 선택한 전공에 대한 그치지 않는 후회, 난 이런 따위를 배우는 강의실에 있으면 안 되고 다른 데에 있어야 마땅하다는 공허한 자기최면, 캠퍼스 잔디밭에서 기타치고 노래 부르며 온종일 허비했던 그 기나긴 시간들, 그리고 취미 선에 그치면 좋을 전혀 실소득 없는 분야를 향한 과도한 열정 투자 등, 아무튼 그때의 그 시린 모습들은 가치의 선택과 조합을 잘해내지 못한 것에 대한 대가가 얼마나 치명적인가를 추억케 해 준다.
그러다가 은혜 받고 신학교를 가게 되었다. 목사가 되기로 한 것이다. 근데 놀랍게도, 신학교 강의실에서 난 나의 정신적인 활기를 되찾았다. 세상에 이렇게 재밌는 공부가 있었다니! 신학교 입학은 나의 ‘가치추구 상승률’을 거의 100에 이르게 해 주었고, 그와 동시에, 나의 ‘보람 열매’도 덩달아 수직적으로 급상승했다. 그나마 더 늦지 않게, 가고 싶은 길, 가야 할 길을 제대로 가게 된 게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이었는지 모른다.
딸애도 약 한 달 전에 스물넷이 되었다. 딸은 이제 막 방황에서 순항으로 접어들었던 나의 그때 그 나이가 되었다. 공교롭게도, 바로 이때 딸에게도 그때의 나처럼 걔 인생의 전격적인 전환이 이루어졌다. 생각지도 않게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맘껏 할 수 있는 직업을 갖게 되었다. 딸은 그 동안 우리가 사는 도시에 같이 살며 외로운 우리들에게 큰 위로를 주었다. 그러나 24세의 생일을 통과하던 그 즈음에 새롭게 얻은 직장이 있는 샌프란시스코로 훌쩍 떠나버렸다. 허전한 마음 달랠 길 없었지만, 사랑하는 자식이 그 나이에 새 직장을 통해 가치와 보람을 찾게 된 걸 지켜보며 감사의 마음으로 그 허전함을 대신할 수 있었다.
나의 직업인 목회는 사람을 대하는 일이다. 이민목회만 거의 25년을 했다.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어떤 이는 나의 기억 속에 또렷이 남아있기도 하지만, 또 어떤 이는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만난 것조차도 기억 못할 정도로 내 곁을 스쳐지나 간 자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인생의 공통분모 같은 게 하나 있다. 그것은 지금도 어디에선가 그들 나름대로의 ‘가치와 보람’을 위한 ‘선택과 조합’을 열심히 하고 있을 거라는 사실이다. 새해맞이를 위한 이 글을 쓰며, 난 그들 모두가 그 작업들을 잘해내길 바란다. 인생은 어차피 선택인데, 그렇다면 우리 모두가 더 가치 있는 선택을 하고, 그럼으로써 더 보람 있는 인생들을 살았으면 하는 마음인 것이다.
지난 해, 난 내 나름대로의 가치 있는 중대한 선택을 했다. 그 보람의 결과가 서서히 드러날 때가 다가오고 있다. 특별히 금년 한 해는 그 드러남이 본격적으로 시행될 해가 될 것 같은 예감이다. 그래서도 나의 2016년은 더 기대가 된다. 가치를 향한 선택의 마차가 보람의 열매를 그득 싣고 나타나기를 바라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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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숭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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