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리비 과소평가-후미등 교체 등 추정액 실제 수리비와 큰 차이
▶ 구조적 손상 가능성-서스펜션·유니바디 등 눈으로 찾기 어려워
▶ 구조적 손상 가능성-서스펜션·유니바디 등눈으로 찾기 어려워
▶ 부상 늦게 나타나-사고 당시 멀쩡했어도몸에 이상증세 올 수도
차를 타고가다 경미한 추돌사고를 당하면 상당히 성가신 절차를 거쳐야 한다.
뒤에서 차를 들이받은 운전자의 면허증과 보험을 확인해야 하고, 차를 정비소에 맡겨야 하며 보험사에 연락을 취해야 한다.
따라서 차량 손상이 극히 미미하게 보이면 가해 운전자의 즉석 현금배상 제안에 귀가 솔깃해지게 마련이다.
그러나 현금배상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은 적어도 아래와 같은 세 가지 이유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첫째, 일반인들은 수리비용을 추산하는데 대단히 미숙하다. 눈에 훤히 보이는 데미지(damage)를 입은 경우도 마찬가지다.
•둘째, 겉으로 보아선 알 수 없는 구조적 손상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
•셋째, 금방 드러나지 않는 부상을 당했을 수도 있다.
캘리포니아주 세바스토폴에서 자동차 정비소 웨스턴 바디를 운영하는 마이크 루드만은 “무슨 일이 있어도 즉석 현금배상 제안을 받아들여선 안된다”고 강조한다.
그에 따르면 대다수의 운전자들이 차량 수리경비를 과소평가한다.
예를 들어 깨진 후미등(tail light) 수리비용으로 300달러가 들어간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하지만 전체 조립장치를 교체해야 할 경우 이 정도의 수리비가 필요하다.
루더만은 추돌사고를 당한 후 정비소로 들어온 토요다 프리우스의 수리비 견적을 뽑을 때 숙련된 정비공이 터무니 없이 낮은 비용을 예상했던 사례를 소개했다.
당시 정비공이 대충 눈대중으로 뽑은 견적가는 1,500달러였다. 하지만 정밀검사 결과 수리비용은 5,000달러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훈련된 ‘눈’을 지닌 전문가조차 수리비를 터무니없이 낮게 잡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사고현장에서 눈으로 잡아내기 힘든 대표적 손상은 아래와 같다.
•리어 범퍼 뒤쪽의 손상
신형차에는 커다란 플래스틱 범퍼 커버가 있다. 충격을 받으면 커버는 안으로 휘어지면서 충격흡수장치와 그 뒤에 놓여 있는 보강레바(reinforcement bar)를 부서뜨린다. 우그러진 범퍼는 다시 튀어나오기 때문에 겉으로 보아선 구조적 손상의 증거를 찾기 어렵다.
•배기시스템 데미지
추돌사고를 당해 충격을 받은 배기관은 앞쪽으로 밀려들어가며 배기 파이프를 뒤틀리게 만든다.
사고현장에서 차 옆에 선 채로 범퍼를 보면 배기관 손상을 잡아낼 수 없다.
•서스펜션 손상
미미한 충격에도 운전대의 축은 곧잘 어긋난다. 차륜정렬을 뜻하는 휠 얼라인먼트(alignment)가 삐끗하게 된다는 뜻이다. 운전자는 사고 후 한참 뒤에야 이 같은 사실을 알아차리게 된다. 차륜정열이 흩어지면 차가 주행중 오른쪽. 혹은 왼쪽으로 쏠리게 된다.
•유니바디 손상
일부 차량은 프레임이 아니라 유니바디(unibody)를 바탕으로 조립된다. 유니바디는 Unit Body의 합성어로 하나의 차체에 여러 가지 단위의 유닛들이 더해진 것을 의미한다.
차량의 기반구조를 이루는 유니바디는 충격을 받으면 아코디언처럼 구겨진다.
미국과 캐나다 내 430여개 충돌차량 정비소들의 네트웍인 카스타(CarStar)의 사장 댄 영은 손상된 얼라인먼트를 손보지 않고 방치하면 타이어가 불균형하게 마모돼 주행도중 펑크가 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영 사장은 “추돌사고로 후미등만 손상을 입었다고 생각하고 있다가 시속 70마일의 속도로 달리던 중 타이어가 터졌다고 상상해보라”며 “사고로 인해 발생한 데미지가 시간이 지나면서 위험한 상황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데미지의 정도를 제대로 파악하려면 전문가에게 부탁해 차를 들어 올린 후 자세히 점검을 해야 한다.
사고현장에서 현금 300달러에 합의를 본다면 차량에 가해진 구조적 손상을 손 볼 기회를 잃게 되고 자칫 위험한 상황을 자초할 수 있다.
자동차 사고가 났을 당시에는 멀쩡하던 몸이 나중에 이상증세를 나타내는 경우도 허다하다.
사고를 당하게 되면 아드레날린의 분비가 왕성해져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부상은 의식조차하지 못한 채 그녕 넘어가곤 한다. 그러다가 몇 시간 후 혹은 그 다음날에야 목이 뻣뻣하거나 무릎이 아프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차량 충돌테스트를 실시하는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의 대변인 러스 레이더는 “교통사고로 인한 인저리 클레임(injury claim: 부상배상청구)의 절반이상이 목 부상에 관한 것”이라며 “이에 따른 경비로 연 90억 달러가 들어가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모든 운전자는 사고를 당하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명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먼저 상대방 운전자의 보험정보를 받아 그의 보험사를 상대로 배상을 요구하는 제 3자 클레임을 걸어야 한다. 셀폰으로 쌍방 차량 사진을 찍어 두고,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
만일 부상자가 없는 경미한 사고라는 이유로 경찰이 현장에 오지 않는다면 사고 리포트를 직접 작성해 경찰서에 접수시켜도 된다.
상대방 운전자가 현금을 제안하는 이유 중 하나는 무보험자이기 때문일 수 있다. 인슈어런스 리서치 카운슬에 따르면 전국의 운전자들 가운데 12.6%가 무보험자이다.
운전기록이 너무 나빠 어떻게든 더 이상의 보험 클레임을 피하려는 의도에서 현찰합의를 제안한 것일 수도 있다.
상대방 운전자가 무보험자거나 가입한 보험만으로는 충분한 배상을 하기 힘든 경우라면 피해자가 자신의 보험에서 경비를 처리해야 한다. 그러나 이때에도 상대방 운전자와 연락이 닿을 수 있는 정보를 완벽하게 확보해 두어야 한다.
사고를 당하면 정신이 산만해져 판단력이 흐려진다.
루더만은 “상대방 운전자가 제안한 현금을 받고 사태를 빨리 마무리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더구나 입심 좋은 상대를 만나면 ‘별것 아닌 경미한 사고’라는 말에 넘어가기 쉽다”고 말했다.
루더만은 누군가 사고 현장에서 상대방으로부터 현찰을 받았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어떻게 방금 자신의 차를 들이받은 사람의 말을 그대로 믿는 것인지 도대체 이해가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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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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