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대 포기 방황 끝에 목표 찾은 데이빗 오 스토리
“UC 샌타바바라에 입학해서 부모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열심히 공부하여 의사가 되고 싶었어요. 그런데 그 꿈이 멀어졌다는 생각에 참으로 막막하더라고요” 대학을 중도에서 휴학하고 군에 입대했다가 지난 가을 웨스트포인트에 입학, 늦깎이 사관생도로서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데이빗 오(23)는 앞으로 웨스트포인트를 졸업하고 경영대학원에 진학해 로보틱스 등 공학계통의 회사를 운영하는 중역이 되는 것을 삶의 목표로 설정했다. 남들은 평범하게 갈 수 있는 길을 어렵게 돌아서 가느니만큼 이번에는 시행착오 없이 자신이 설정한 목표를 반드시 이루고야 말겠다는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대학 중도하차, 방황의 시기로저스틴 오 공인회계사(55)와 오수정씨의 삼형제 중 장남으로 태어난 데이빗은 라카냐다 지역에 위치한 명문 가톨릭 사립 세인트 프란시스 고교를 졸업했다.
2011년 가을학기 UC 샌타바바라에 입학 후 생물학을 전공으로 정하고 부모님의 기대대로 의대 입학에 필요한 과목들을 수강했다. 그러나 학교생활 적응이 어려웠던 데다가 친구들과 어울리다보니 유기화학을 비롯한 전공 필수과목 성적이 기대치보다 낮아 현실적으로 의대 진학이 어려웠고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자신에게 실망해 긴 방황이 시작됐다.
부모님과 약속을 지키지 못해 학비를 보조받을 수 없게 되자 2012년 겨울, 약속대로 휴학을 결정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자신의 삶도 재정비하고 또 학업을 계속하기 위해 사회경험도 하고 돈도 모으기 위해 한 안과의사 사무실에서 인턴십을 하기도 하는 등 부모님을 의지하는 삶이 아닌 자신 스스로의 독립적 삶을 찾고자 힘든 시간을 견뎌야했다.
군대에서 새로운 희망을 봤다때마침 아버지의 친구를 통해 미 육군에 입대하면 여러 기회가 제공되는데 군 입대를 고려해 보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이 들어왔다. 그는 주저 없이 군에 입대하기로 결정했다. 그 나이 또래 친구들이 캠퍼스에서 낭만을 즐길 나이에 군 입대 결정을 내리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새로운 기회를 잡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2013년 2월26일 군에 입대해 우수한 적성검사 결과로 미육군 정보학교(Human Intelligence)에 배치되어 6개월간 심문, 조사방법 등을 배운 후 그해 9월 그의 운명을 바꿔놓게 될 북가주 몬트레이 국방외국어대(Defense Language Institute) 중국어과로 배속 받았다. 원어민 수준으로 구사할 수 있게 스파르타식으로 하루 10시간씩 중국어를 배우고 익히면서 공부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됐다.
국방외국어대 중국어과에서 근무하면서 알게 된 한 중국인 상관이 2014년 데이빗의 군대생활 평가가 탁월하게 나온 데다 학업에서도 두각을 보이자 그에게 웨스트포인트 지원을 권유했다. 군대에서 부대원을 가족같이 생각하면서 강한 동지애를 느꼈던 그는 늦게라도 웨스트포인트에 입학해 장교로서 부대원을 통솔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 웨스트포인트에 지원키로 했다.
늦깎이 입학한 웨스트포인트에서 두각2014년 겨울부터 웨스트포인트 입학을 준비하기 시작해 SAT 성적, 에세이, 군대 학교에서의 성적과 상관으로부터의 추천서 등도 제출했다. 웨스트포인트는 23세까지 입학을 허용하는 규정이 있어 막차를 탈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온 셈이었다.
마침내 지난 4월 웨스트포인트에서 합격증을 받았다. 저스틴 오 CPA는 “한 때 아들이 방황하고 제 길을 찾지 못해 지켜보는 아버지로서 안타깝고 약속을 이행하기 위한 본인의 선택을 존중할 수밖엔 없었지만 이제 아들이 자신의 커리어를 확실하게 결정하고 정진하는 모습에 마음이 뿌듯하다”고 감회를 밝혔다.
2015년 9월 마침내 남들과 다른 방법으로 웨스트포인트에 3년이나 늦게 입학했기에 밤잠을 줄여가며 학업에 정진한 결과 첫 학기 3.7의 우수한 학점을 기록하고 있다. 전기공학을 전공할 계획인 그는 특별한 경험도 없이 펜싱 팀을 벌써 하나 만들었고 스쿠버 자격증도 획득하는 등 스포츠 활동에서도 리더십을 보이고 있다.
그는 “2년여 넘게 사병으로 근무한 경험이 웨스트포인트에 입학해서 공부하고 군사훈련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밝히고 “젊은이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절망은 금물이라며 자기가 기회를 만들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목표는 구체적이다. 전기공학도로 웨스트포인트를 졸업하고 정보나 사이버 분야의 장교로 임관 후 병역의무를 마치면 경영대학원에 진학할 계획이다. 그는 군대에 복무하면서 힘들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 부대원들을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게 됐다고 한다. 웨스트포인트 졸업 후 세계 최강의 군대에서 장교로 근무하는 명예도 중요하지만 부대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장교가 되고 싶은 것이 그의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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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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