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양궁계 휩쓰는 베이지역 한인신성들
▶ 내셔널·가주 랭킹 1위 중고생 4인방
안소민양
남녀 보우맨·컵 부문, 파죽의 기세
올림픽금메달·의사 등 목표 향해 ‘정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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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준비는 끝났다. 폐에 공기를 가득 들어 마시고 내뿜어 보자. 눈앞의 과녁이 우릴 기다리고 있다.” 오늘도 자신의 화살에 꿈을 실어 과녁을 향해 날려 보낸다. 어리지만 활과 화살 앞에서면 당당해지고 거대해지는 4명의 궁사들. 단 하루도 마음껏 쉬지 않고 연습에 매달리는 양궁 유망주들과 이들을 명궁으로 길러내기 위해 매진하는 박회윤 코치를 만났다. 새로 시작하는 2016년 올해도 지칠 줄 모르는 열정으로 달려갈 이들의 모습을 담았다.
양궁 참가부문과 연령대는 요맨(9세 이하), 보우맨(10-12세), 컵(13-14세), 카뎃(15-17세), 주니어(18-20세), 시니어(성인)로 각각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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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아도 맵다‘작은 거인’ 소피 안(안소민)
내셔널·가주 보우맨 여자 1위18-30미터 등 4개 거리 기록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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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우맨(10-12세) 부문 18·20·25·30미터 거리에서 내셔널과 캘리포니아 주 기록 보유자인 소피 안(안소민·11). 각 거리의 점수를 합계한 총점 부문의 최고기록도 갖고 있다.
‘기록 제조기’라 불릴 정도로 작년 한해 내셔널과 주에서 열린 각종 대회 기록들을 무서운 속도로 갈아치웠다.
2013년 11월 처음 활을 잡은 소민이는 2014년부터 대회에 출전하면서 경험을 쌓았고, 바로 다음해인 2015년 CA 인도어 챔피언쉽, 코튼볼 클래식, CA 아웃도어 챔피언쉽, 이스턴 Joad 내셔널 챔피언쉽 퀄리피케이션 라운드, 그랜드내셔널, 퍼시픽 코스트 챔피언쉽 등 내셔널과 캘리포니아 주 대회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 내셔널과 주 선수랭킹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양궁 시작 2년 만에 여자 보우맨 최강자 중 한명으로 부상한 것이다. 파죽지세의 성적을 내고 있는 6학년생(산호세 유니온 중학교) 소민이를 인터뷰하기 전 키와 덩치가 또래보다 큰, 소위 ‘힘깨나 쓸 것’ 같은 모습을 상상했다.
하지만 소민이를 마주하자 상상은 보기 좋게 깨졌다. 4피트11인치의 키에 작은 체구, 안경 쓴 모습은 미 여자 보우맨 랭킹 1위라기 보다는 똘망똘망한 ‘문학소녀’ 같았다.
소민이의 스승인 박회윤 코치도 “양궁에 적합한 체형은 아니다”라고 말할 정도다. 그러면서도 “지구력, 집중력, 끈기가 탁월하고, 매사에 긍정적 마인드를 가졌다”고 칭찬했다. 한마디로 ‘근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운동이라곤 1년 남짓 수영을 해본 게 전부라는 소민이는 양궁을 배우면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특히 친구관계가 좋아졌다”며 “힘들지만 즐겁고 활 쏘는 자체를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양궁과 함께 학교 성적도 A학점 유지하고 있는 소민이는 “우선 쥬니어 올림픽에 출전해 대표가 되는 게 1차 목표”라며 장래희망에 대해 “아직 특별하게 정한 건 없지만 어떤 것이든 내가 하려는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전했다.
소민이는 또 “올해도 작년과 같은 좋은 성적을 내도록 지금과 마찬가지로 양궁 자체를 즐기겠다”고 말했다.
이태왕군
꼴찌서 주 랭킹 1위되기까지 ‘승부사’ 찰스 이(이태완)
남자 보우맨 내셔널 2위·가주 1위25·30미터·총점 등 3개 기록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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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셔널 대회에 출전해 꼴찌에서 두 번째를 했어요.”
3년 경력의 찰스 이(이태완·12·산라몬 게일 랜치 중학교)는 본인이 말 한데로 “몸집이 작아 힘들었다”고 한다. 특히 어린 학생들이 들기에는 여러 가지를 장착한 활의 무게가 버겁다. 2013년 2월부터 보우맨으로 출전한 태완이는 그해 두각을 나타내진 못했다.
하지만 1년에 10번 정도만 쉴 정도로 양궁연습에 매달렸다. 노력하는 자를 당할 사람이 없다고 했던가. 2014년 후반기부터 급성장하기 시작하면서 이스턴 Joad 내셔널 챔피언쉽 퀄리피케이션 라운드와 퍼시픽 코스트 챔피언쉽에서 1위를 했다. 그해 가주 남자 보우맨 3위에 올랐다.
이후 본궤도에 오른 태완이의 상승세는 무서웠다. 작년 CA 인도어 챔피언쉽 2위, 코튼볼 클래식 1위, CA 아웃도어 챔피언쉽 2위, 이스턴 Joad 내셔널 챔피언쉽 퀄리피케이션 라운드 2위, 그랜드내셔널 2위, 퍼시픽 코스트 챔피언쉽 1위 등을 기록하면서 작년 캘리포니아 선수랭킹 1위와 내셔널 2위를 거머쥐었다. 남자 보우맨 25·30미터 및 각 거리 합계 총점 등 3개의 기록을 갖고 있다.
대회 출전이 즐겁다는 태완이는 “시합 전 중압감이 있지만 연습으로 불안감을 이겨내고 있다”며 “실력이 계속해서 나아지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또 “올림픽 대표선수가 돼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싶다”며 “목표가 생긴 만큼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도전하겠다”는 또래 같지 않은 진지한 면모를 보였다.
학교 수업에도 충실해 아너리(Honoree) 학생이기도 한 태완이는 “올해도 공부와 양궁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수운군
첼로 다루듯 섬세하면서 강하게 ‘멘탈 갑’ 션 이(이수운)
남자 컵 내셔널 3위·가주 1위 집중력·침착함으로 경기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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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저스(Ranger's Apprentice) 시리즈를 읽으면서 양궁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판타지 소설인 레인저스 시리즈의 주인공은 활을 자유자제로 사용한다. 션 이(이수운·14·산라몬 도허티벨리 고교)는 이 책에 빠지면서 양궁을 하겠다고 부모에게 말했고, 스탠포드 대학에서 운영하는 양궁스쿨에 등록하면서 양궁과 인연을 맺게 됐다.
얼마 후 박 코치가 조직한 ‘HYP 양궁클럽’에 가입하면서 정식으로 배우기 시작했다. 6학년 때 양궁을 배워 현재 9학년인 수운이는 8학년인 2014년부터 빠르게 성장하면서 그해 캘리포니아 남자 컵(13-14세) 부문 랭킹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작년 CA 인도어 챔피언쉽 1위, 코튼볼 클래식 1위, CA 아웃도어 챔피언쉽 1위, 이스턴 Joad 내셔널 챔피언쉽 퀄리피케이션 라운드 1위, 그랜드내셔널 3위, 퍼시픽 코스트 챔피언쉽 4위 등을 기록하면서 가주 랭킹 1위 자리를 2년 째 지켰다.
“기록이 좋다. 양궁에 소질이 있느냐”는 질문에 조심스럽게 “조금 있는 것 같다”라고 답한 수운이는 “양궁을 접하면서 대회에 참가하고 연습하느라 예전보다 훨씬 바빠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양궁을 배우면서 집중력이 높아졌고, 감정조절, 침착성도 좋아졌다”며 특히 친구들이 많아졌다“고 장점을 설명했다.
양궁 실력만큼이나 4학년 때부터 시작한 젤로도 수준급으로 알려진 수운이는 학교성적도 올 A를 맞을 정도로 다방면에 재주가 있다. 수운이가 관심 있는 분야는 컴퓨터 엔지니어링으로, 올해에도 다방면에서 한층 더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신설희양
부드러움 속에 감춰진 카리스마‘외유내강’ 클레어 신(신설희)
여자 컵 내셔널 2위·가주 4위주 20·50미터 2개 기록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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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걸 이겨내는 나 자신에게 뿌듯하고, 스스로 강해져 가는 게 기분 좋아요.”
활을 잡기 전과 후의 눈빛이 확연히 달랐다. 평범한 소녀에게서 ‘포스’가 느껴졌다. 2013년 초부터 대회에 참가한 클레어 신(신설희·14·산라몬 도허티벨리 고교). 2012년 12월 ‘HYP 양궁클럽’ 가입하면서 양궁을 시작했다. 다음해인 2013년 초부터 시합에 나갔다.
기대에 부응하듯 활을 잡은 지 몇 달도 안 된 첫해부터 ‘수퍼루키’로 이름을 날렸다. 코튼볼 클래식 2위, CA 아웃도어 챔피언쉽 2위, 퍼시픽 코스트 챔피언쉽 1위 등을 했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초보 선수라고 하기에는 믿기지 않는 실력을 발휘하면서 2013년 캘리포니아 랭킹 2위라는 성적을 냈다.
더 놀라운 건 가주 30미터 부문(2013-2014) 등에서 신기록을 수립하기도 했다. 여새를 몰아 2014년에는 CA 인도어 챔피언쉽 1위, 코튼볼 1위, CA 아웃도어 챔피언쉽 1위를 하면서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카뎃(15-17세)까지 진출, 국제대회인 AAE 애리조나 컵에서 6위를 기록했다.
전년 가주 랭킹 2위에서 2014년에는 1위로 랭킹을 끌어올렸다. 이 연도에 세운 컵 여자 50미터 기록이 2014년-현재까지 가주 신기록으로 남아있다.
작년에는 주니어(18-20세)가 참가하는 그래이프스테이크스 토너먼트에서 14세의 나이로 1위를 하는 기염을 토했다.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선수들이 참가하는 카뎃이나 주니어에도 도전하는 설희는 작년 여자 컵에서 내셔널 랭킹 2위와 가주 4위를 기록했다. 현재 랭킹 보다는 다른 디비전에 참가하면서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는 중이다. 설희는 "뜻대로 안 될때도 있지만 조급하진 않다"는 여유를 보이면서 "양궁에 도전 할수록 차분해진다"며 강한 면모를 드러냈다.
GPA 4.0에 의사가 되고 싶다는 설희는 "지난 기록들 보다 발전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며 "경쟁 상대는 나 자신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올해 경기에 임하겠다"는 각오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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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손을 거치면 강해진다 ‘HYP’ 양궁클럽 박회윤 코치
한국국가대표 출신·올해 올림픽 도전 제자들 보우맨·컵 석권, 명궁 길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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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이밸리와 실리콘밸리지역의 한인 청소년 궁사들이 보우맨과 컵 부문의 내셔널과 캘리포니아 주 대회를 휩쓸고 있다. 이들이 남녀랭킹 1위를 하면서 훌륭한 성적을 낼 수 있었던 데는 박회윤(38) 코치라는 든든한 버팀목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는 한국체육대학을 나와 국가대표(2000-2006)를 지냈고, 청원군청 실업팀에서도 코치 겸 선수로 10여 년간 활약했다. 2013년 1월 베이지역에 ‘HYP’ 양궁클럽을 조직, 현재 40여명의 궁사들을 지도하고 있다.
창단 3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그의 제자들은 눈부신 발전을 했고, 훌륭한 성과를 냈다. 그의 제자들이 수립한 주 신기록도 상당하다. 제자들이 이같은 성적을 내는 데 대해 박 코치는 “아이들에게 꿈을 가지도록 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목적보다는 본인이 즐기면서 하도록 만들어주고 가이드를 하기 때문이다”면서 “천재는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는 것과 같다”고 강조했다.
그래서인지 박 코치의 클럽은 운동 특유의 딱딱함 보다 분위기가 부드럽고 화기애애하다. 또 그는 항상 제자들의 도전에 용기를 북돋아준다. 그러면서 자신도 이번 브라질 올림픽에 미국양궁대표로 출전하기 위해 도전장을 던졌다.
“2009년 한국에서 은퇴를 했어요. 작년 9월 텍사스에서 열린 올림픽 1차 예선전에 참가하기 3개월 전부터 다시 연습을 시작했죠.” 16명을 선발하는데 300여명의 프로들이 출전한 이 대회에서 6등을 차지하며 1차를 통과했다.
내년 샌디에고에서 열리는 2차전에서 8명, 5월 3차전에서 마지막 3명을 뽑아 올림픽에 내보내게 된다. 그가 늦은 나이에 다시 도전하는 계기와 원동력이 된 건 제자들이었다.
“꿈을 포기하지 말라고 알려주고 싶었어요. 제가 도전함으로써 우리 아이들에게 희망, 용기를 주고 싶었어요. 나도 하니까 너희도 할 수 있다. ‘힘들어도 포기하지마라’ 그런 마음을 주고 싶었어요.” 그의 아름다운 도전은 올해 다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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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판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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