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험하고 가난한 도시는 이제 옛말
▶ IT 기반 테크 허브로 변신중
멀티 문화 공존하는 트렌드 중심지로
고소득 아시안·백인 핵심 계층으로 부상
치안확보·소득 불균형 과제 극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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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클랜드가 뜨겁다. 경제 회복세를 등에 업고 샌프란시스코나 실리콘밸리 등 IT로 기존 강세를 보였던 베이 지역보다도 더 큰 관심과 주목을 끌고 있다. 오클랜드의 중심부를 축으로 오랫동안 비어있던 건물들에 새주인이 들어차기 시작했으며 특히 젊은 층을 겨냥한 펍과 레스토랑, 테크 기업들이 모여들며 늦은 시간까지 점등된 조명만큼이나 활기찬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흑인들의 도시, 가난한 도시, 위험한 도시로 대표되던 오클랜드가 발전하게 된 주요 요인들과 향후 해결해야 할 당면 과제들에 대한 지난 3개월간의 심층 취재를 통해 분석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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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클랜드는 ‘테크 허브’로 변신중
오클랜드 상공회의소가 배포한 ‘2015 오클랜드 테크놀로지 트렌드’ 자료에 따르면 작년 오클랜드 내 400개 이상의 크고 작은 테크 관련 기업이 창업됐으며 5,600여명의 고용 창출 효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인터넷, 웹 서치 포탈과 컴퓨터, 소프트웨어 디자인 등 IT 관련 직종분야가 최소 5%에서 최대 30%까지 늘어난 가운데 연봉이 10만달러가 넘는 고소득층의 유입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에는 택시 대용으로 전 세계에서 큰 이슈를 불러 온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 ‘우버’가 오클랜드 다운타운의 옛 시어스 백화점 건물을 구입, 이스트베이 헤드쿼터로 사용하겠다고 밝히며 화룡점정을 찍었다.
우버 측은 현재 오랫동안 빈 건물로 방치됐던 건물에 대한 전면 공사가 진행중이며 2017년 2000~3,000명이 근무하는 핵심 본부로 재탄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오클랜드의 IT 열풍에 대해 알렉스 보이드 오클랜드 메트로폴리탄 상공회의소 경제 발전부분 디렉터는 “식지 않는 베이지역의 뉴 테크놀로지에 대한 투자와 오클랜드의 지리적 장점이 결합돼 최고의 시너지 효과를 이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IT 도시로 대표되던 실리콘밸리와 SF가 점차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으며 새로운 ‘기회의 땅’을 찾는 스타트업 기업들과 확장을 노리는 대규모 업체들도 오클랜드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보이드 디렉터는 “타 지역에 비해 아직까지 오클랜드의 건물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해 적은 투자로도 넓고 쾌적한 업무 환경 조성이 가능하다”며 “무엇보다 SF와 노스베이, 사우스베이는 물론 트라이밸리까지 아우르는 베이지역의 중심축에 놓인 지리적이점을 통해 비즈니스를 위한 이동거리를 최소화 할 수 있다는 점이 커다란 메리트“라고 전했다.
이렇게 ‘테크족’들의 인기를 업기 시작한 오클랜드의 부동산 시세의 오름세는 가주를 넘어 미주 전체에서도 최고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분석됐다.
SF와 버클리 등 싱글 패밀리 대상 주택의 중간값이 이미 100만달러를 훌쩍 넘긴 유명 지역과는 아직 격차를 보이고 있지만 오클랜드 역시 65만달러에 육박하는 가격을 기록하며 가파른 상승 곡선을 이어가고 있다.
렌트 정보를 제공하는 ‘렌트레인지’의 2015년 3분기 아파트 렌트비 변동 분석 자료에서도 오클랜드 렌트비가 평균 20% 이상 훌쩍 뛴 것으로 발표되며 오클랜드는 더 이상 싼 집을 찾기 위한 ‘플랜 B' 지역이 아님을 증명했다.
한편 시정부는 ‘테크 허브’로 거듭나고 있는 오클랜드의 더욱 탄력적인 발전을 위한 테크 훈련 프로그램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시는 오클랜드의 저소득층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IT 스킬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YesWeCode'를 빠르면 올해부터 운영하며 이베이, 리프트, 핀트레스트, 스퀘어등 유명 테크기업 종사자들과 향후 기술인력 육성을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 향후 5년간 300명의 IT인을 배출할 계획이다.
또한 오클랜드 테크 기업가이자 자선사업가인 프리다 카포 크라인이 향후 3년간 4,000만달러를 투자해 흑인과 라티노들의 스타트업에 지원하는 등 지역 내에서 성장 동력 찾기에 매진하고 있다. 리비 샤프 오클랜드 시장은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창조적인 에너지와 진보적 가치를 통해 역동적인 오클랜드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 밤거리로 몰려드는 주민들.. 편견을 깨다
IT 기업들이 밀려오기 시작하면서 위험한 도시의 오명을 쓰고 있던 오클랜드의 밤길이 점차 사람들로 인해 북적이고 있다.
일과 시간이 끝나면 텅 비던 다운타운 중심부는 해질녘에도 레스토랑과 바 등을 찾는 손님들로 인해 활기찬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이로 인해 흑인 전용 클럽으로 운영되다 폐업해 비어있던 상가들이 캐주얼한 카페와 카페테리아로 재탄생하고 있다.
과거와 가장 큰 차이점은 거리를 배회하는 인종이 주로 백인과 아시안 이라는 점이다. 테크 기업들이 유입되면서 타지로부터 유입되기 시작한 계층을 겨낭한 상권이 형성되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클랜드 메트로폴리탄 상공회의소의 자료에 따르면 오클랜드에 유입된 테크 종사자들 중 80% 이상이 백인과 아시안인 반면 흑인은 7.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소득층인 이들을 타겟으로 한 마케팅과 경제활동이 성업을 이루기 시작하며 흑인 문화가 중심이 됐던 오클랜드 경제활동에 지각변동이 이뤄졌다는 분석이다.
최근 오클랜드에 새로운 지점을 오픈한 파리바게뜨의 마케팅 담당자는 “영 프로페셔널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이들로 인한 멀티 문화가 공존할 뿐만 아니라 안전구역도 점차 넓어지고 있다”며 “향후 IT 기업들의 입주와 경제 발전 가능성을 고려해 오클랜드로의 확장을 결정했다”고 지점 개업의 배경을 설명했다.
시청 인근 제퍼슨 스트릿에 위치한 신축 아파트 단지에 거주하고 있는 주윤미씨는 “6년전 처음 이사왔을 때 보다 거리가 훨씬 발전했고 활기도 있어 보인다”며 “도시 전체의 품격이 한단계 올라선 느낌”이라고 전했다.
한편 건전한 펍 문화 형성도 오클랜드의 밤거리를 사람들로 채우는 주요 요인중 하나라는 평가다.
새로이 들어서는 주점들이 어둡고 음침한 실내와 마약으로 찌들었던 ‘타락의 장소’의 느낌을 탈피하고 에너지 넘치는 밝은 분위기의 교류 공간으로서 건전한 술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개업한지 10개월만에 젊은층의 ‘심벌’로 자리 잡은 브로드웨이와 28가 인근 ‘하이브’ 내 위치한 퓨전 펍 ‘드레이크 딜러쉽’의 아담 호우 제네럴 매니저는 “화덕 피자등 다양한 먹거리와 로컬 양조장에서 제조한 맥주로 최근 오클랜드로 유입되는 20~40대의 입맛을 충족시켰다”며 “자동차 딜러십으로 쓰이던 특이한 외관에 화려한 조명과 친환경 ‘비어 가든’으로 조성한 인테리어 또한 젊은 테크니션들의 이목을 끌기 충분했다”고 성공 비결을 꼽았다.
‘드레이크 딜러쉽’이 갓 오픈했을 무렵 우연히 찾았다가 단골 손님이 됐다는 한 청년은 “친구들과 파티 장소로서 뿐만아니라 낮에는 혼자 맥주 한잔 시켜놓고 가볍게 개인시간을 보내기에도 적합하다”며 “무엇보다 나와 비슷한 연령대 학생들이 많아 이 주변 일대는 자전거를 타거나 걸으면서도 마음 놓고 다닐 수 있어 자주 찾게 된다”고 말했다.
현재 ‘드레이크 딜러쉽’과 같은 개성 넘치는 레스토랑과 커비숍, 바 등이 브로드웨이와 프랭클린가 바트역을 중심으로 속속들이 들어서며 ‘맛집 거리’를 형성하고 있으며 지역 주민들과 함께 오클랜드를 방문하는 관광객과 사업자들에게도 긍정적인 이미지를 제공하는데 커다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 문화예술과 IT의 만남.. 새로운 트랜드 형성의 중심 될까
테크 붐이 일기 전, 오클랜드는 ‘항구의 도시’와 함께 ‘예술의 도시’로 대표됐다. 개개인이 거리를 무대삼고 건물 외벽을 캔버스삼아 펼치는 다양한 공연 뿐만아니라 매달 첫째 금요일 다양한 분야의 지역 음악가와 미술가가 모여 펼치는 거리의 예술축제 ‘아트 머머’(Art Murmur)는 뉴욕 타임스 등 주요 매체를 통해 전 미 지역으로 소개되기도 한 유명한 오클랜드의 상징중 하나다.
레이크 매릿 인근에서 장애인 예술가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비영리단체 ‘Creative Growth'의 제니퍼 쿠퍼 이사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예술가들과 콜라보로 작품을 제작하는 등 아마추어 활동임에도 예술계에서는 꽤 알려진 편”이라며 “샌프란시스코 만큼 유명하진 않지만 아트 스쿨과 갤러리등 예술의 도시로서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전 세계에 오클랜드를 대표할 수 있는 ‘전국구 명물’도 속속들이 등장했다. 잭 런던 스퀘어 인근에 위치한 커피브랜드 ‘블루 버틀’은 샌프란시스코와 베이지역을 넘어 아시아 시장까지 진출하는 등 세계적인 명성을 쌓아가고 있으며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NBA 우승과 연승 기록으로 인해 시 전체가 재조명되기도 했다.
이러한 전통적 기반에 ‘오피니언 리더’가 즐비한 테크 족이 들어서며 오클랜드가 문화 선도의 중심 역할을 할 수 있는 마지막 퍼즐을 완성됐다는 분석이다.
쿠퍼 이사는 “비주류층이 주도했던 오클랜드 문화권에 대중적 요소가 가미된다면 SF의 그늘에서 벗어나 오클랜드 고유의 브랜드를 생성하는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치안 유지와 기존 주민과의 조화는 여전한 숙제
급속 성장을 통해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는 오클랜드의 이면에는 넉넉한 시간과 투자를 통해 해결해야할 문제들도 산재해 있다.
특히 ‘위험한 도시’로 낙인찍힌 오클랜드시의 이미지를 바꾸는 것이 시급한 상태다. FBI가 발표한 1만 8,500곳 법 집행기관의 통계분석 결과 지난해 오클랜드에서는 80건의 살인사건과 3,140건의 성폭행, 3,481건과 209건의 강도, 강간 사건이 발생해 디트로이트, 멤피스에 이어 전국 3위 폭력범죄 도시의 오명을 썼다.
전년 대비 폭력범죄 15%, 재산범죄 5%가 감소한 성과를 올리기는 했지만 해가 거듭할수록 발전하는 경제상황에 비해 걸음이 더딘 치안 유지는 보완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오클랜드 경찰국은 사관후보생 프로그램을 확대해 지역을 잘 알고 있는 토박이 출신 경관을 늘리고 전문 수사관에 대한 인원 확충을 꾀하는 등 다양한 방면으로 안전도를 올리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골몰하고 있다.
한편 테크 붐을 통해 새로이 입주하는 타지 세력과 기존 주민들과의 원활한 조화 역시 풀어내야할 주요 과제 중 하나로 손꼽힌다.
전문가들은 경제 개발을 통해 부각되는 백인과 아시안들로 인해 기존 토박이들의 삶의 터전이 빼앗기는 형식의 발전방식은 계층간의 갈등으로 인한 또 다른 사회문제를 야기할 위험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현재 오클랜드는 테크 허브를 향한 진출로를 마련했지만 오클랜드 노동인구 중 IT 관련 종사자는 3.1%에 그치는 등 자칫 ‘속 빈 강정’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만일 소수 계층이 ‘킹 메이커’가 돼 시 전체를 장악한다면 시의 개발 속도를 쫓아오지 못하는 저소득층과 관련된 새로운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오클랜드 다운타운에 위치한 인터넷 라디오 서비스기업 ‘판도라’는 초반 사무실 창문이 깨지는 등 부침을 겪었으나 지역사회를 위한 비영리단체 프로그램등을 통해 커뮤니티와 상생하는 선례를 보였다.
오클랜드의 지역 청소년 IT 교육 프로그램 ‘YesWeCode'를 설립한 반 존스 CNN 해설가는 “오클랜드는 오래도록 경제개발에 소외된 계층이 있었다”면서 “기술업계에 대한 일반적인 거부감을 고려해 도시가 지역친화적인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지금까지 비췄던 수많은 기회와 가능성을 살려 가시적인 발전만큼 내실있는 기반을 함께 쌓아야 오클랜드가 진정한 ‘대도시’로 거듭나는 활로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매입 경쟁 치열… 한인들은 ‘심드렁’
발전하는 오클랜드의 높은 가능성을 점친 일부 재력가들의 건물 매입 현상이 식을줄을 모르면서 지역내 부동산은 공급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와 이스트베이에서 30여년간 부동산업을 하는 유근배씨에 따르면 다운타운 바트역 일대의 땅값은 1 스퀘어피트에 200달러를 호가하며 높이 제한에 따라 그 가격도 천차만별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 대표는 “건물의 공간과 높이의 활용 가능성을 보고 새로운 주택단지나 고층 건물을 세우려는 업체나 사업자가 웃돈을 얹어서라도 거래를 하려 한다”며 “워낙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현금 거래가 아니면 구입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오클랜드 텔리그래프상의 한 작은 스트립 몰의 경우 15년전 100만달러를 약간 상회하던 가격에서 최근 우버가 1천만달러를 제시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베이 지역 한인들은 오클랜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강해 이러한 경쟁에서 한발 비켜서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오클랜드 텔리그래프 선상을 따라 한인마켓과 식당들이 있으며 오클랜드에 코리아 타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인들이 건물이나 땅을 소유하고 있는 경우는 이들 업주들중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또 한인 투자자들의 경우 오클랜드의 미래를 보고 투자를 했던 사람들은 극소수로 오클랜드 보다는 다른 지역에 투자하는 것을 아직은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 대표는 “앞으로 오클랜드를 향한 인구 유입과 발전 속도를 고려한다면 부동산 값이 지금보다도 더욱 천정부지로 뛸 수도 있다”며 “한인들도 오클랜드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리고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봐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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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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