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이름은 밝히지 않았다. 나이는 70대. 뉴욕 온지는 40년. 그저 한인사회를 사랑하는 노인이란다. 어르신은 ‘뉴욕한인회 한 지붕 두 회장 사태를 좀 더 가혹하게 질책하고 비판해 주길 바란다’는 요지의 얘기를 해 주었다. 또 ‘지금이라도 스스로들 깊이 반성하고 각성하지 않으면 철저하게 외면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깊은 우려의 뜻도 표했다.
한인회를 매우 못마땅해 하면서도 한인회와 한인사회에 깊은 애정과 관심을 갖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전화를 끊었다. 오명으로 얼룩진 한인회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전화를 한 어르신. 그 분의 걱정 속에는 한인회가 한인들의 사랑을 받는 단체로 거듭나기를 바라는 심정도 담겨 있는 듯 했다.
현실은 어떤가?
대부분의 한인들은 한인회를 불신하고 관심조차 갖고 있지 않은 것 같다. 그러니 한인회를 바라보는 한인들의 시각이 어떠할지는 자명한 일이다. 책임감 있는 공인의 자세로 진정 한인사회를 위해 일 할 수 있는 인물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올 한해 한인사회의 화두는 뉴욕한인회 한 지붕 두 회장 사태다. 그래서 한해를 보내며 끝이 보이지 않고 있는 뉴욕한인회의 막장드라마를 되돌아본다. 배경은 제34대 뉴욕한인회장 선거. 주인공은 한 지붕 두 회장. 조연은 선관위와 정상위 그리고 뉴욕한인회 역대회장단 등등.
2015년 새해 제34대 뉴욕한인회장 선거분위기가 한층 고조되고 있다. 현 한인회장이 재선에 나섰다. 전직 이사장이 상대후보다. 6년 만의 경선이다. 이때 소문이 떠돈다. ‘사전선거운동으로 무조건 발목이 잡힌다. 선거할 필요도 없다’ 등등. 다행히 두 후보는 등록과 기호추첨까지 마쳤다. 그러나 선관위가 추첨당일 저녁 언론사에 메일을 보낸다. 내용은 사전선거운동 후보자격 박탈. 소문이 현실이 됐다.
선관위는 무소불위였다. 오직 한 길이다. 이미 정해진 길을 가는 듯 보였다. 그리고 재선에 도전한 현 한인회장의 무투표 당선을 선포한다. 이에 질세라 뉴욕한인회 정상화위원회가 새로 등장한다. 뉴욕한인회역대회장들이 주축이다. 역할은 우선 재선에 나선 현 한인회장 탄핵. 새로 선관위도 구성했다. 선관위가 자격 박탈을 한 후보를 한인회장으로 다시 선출했다.
한인회장 앞에 ‘선관위’와 ‘정상위’의 뿔이 달린 ‘한 지붕 두 회장’이 탄생한 이유다. 이후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온갖 행태가 이어진다. 뉴욕한인회역대회장단은 한인회관 문을 부수고 강제로 진입을 시도한다. 이후 출동한 경찰에 쫓겨나기도 한다. 뉴욕타임스가 관심을 갖는다. 대서특필되면서 온 세계에 뉴욕한인회는 망신살이 뻗힌다.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한 지붕 두 회장’의 취임식도 매 한가지다. 몸싸움을 벌이고 고성도 오간다. 결국 회관 안과 밖에서 취임식이 각각 열린다. 그렇게 사상초유 두 명의 뉴욕한인회장 사태가 법정으로 비화된다.
하지만 연기에 연기. 좀처럼 판결이 나지 않는다. 다음은 내년 1월20일로 다시 잡혔다. 이후 한국정부로부터 분규단체로 지정되기도 했다. 한인사회의 분열을 조장하는 당사자로 낙인찍힌 것이다. 그래도 이들은 멈추지 않았다. 한인회관에 관한 각종 악성루머를 퍼뜨렸다. 쌍방이 공격적이다. 회관문제 공청회는 난장판. 결론 없이 고성과 욕설이 난무할 뿐이었다. 무엇보다 문제는 끝날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는 것이다.
한 해가 다 가도록 그냥 그 자리 그 모습 그대로다. 아니 더욱 심화되고 있다. 오죽했으면 한인 어르신들이 올해가 가기 전에 꼭 해결하라고 촉구했겠는가. 참으로 ‘한 지붕 두 회장’ 사태가 언제나 종영될 수 안타까울 뿐이다.
한해의 끝자락. 올 한해도 이제 사흘 남았다. 이제 ‘한 지붕 두 회장’들은 ‘뼈’를 갈아치우고 ‘태’를 빼내는 것만이 살길이 아닌가 싶다. 환골탈태의 자세로 스스로가 뼈를 깎는 자기개혁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렇지 않으면 한인회장이라는 그 존재가치 마저도 완전히 상실할 수 있다. 무릇 한인회장이라는 자리는 한인회장 자신이 아닌 한인회, 더 나아가 한인사회를 위해 존재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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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창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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