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주한 시즌이지만 2주 연속 연휴가 있는 이번 연말, 일부러 시간을 내서 그동안 벼르기만 하고 못 가본 미술관 전시를 구경하는 것도 좋겠다. 특별히 LA 카운티 미술관(LACMA)과 게티 센터(Getty Center)는 크리스마스(25일)에는 문을 닫지만 할러데이 시즌에 개관시간을 연장하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 연말연시를 미술관 방문으로 뜻 깊게 보내도록 배려하고 있다.

레인 룸·게리 건축전·독일미술전…

라크마는 12월26일부터 내년 1월3일까지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오픈한다. 평소 오전 11시~오후 5시 문을 여는 것에 비하면 파격적인 선물이다. 수요일은 휴관.

현재 라크마에서 열리는 볼만한 기획전으로는 프랭크 게리 건축전(Frank Gehry)과 바이마르 공화국 시대의 독일미술전(New Objectivity: Modern German Art in the Weimar Republic, 1919?1933), 와츠 타워로 유명한 공공 미술작가 노아 퓨리포이 회고전(Noah Purifoy: Junk Dada) 등이 있다.

또 ‘현대 프로젝트’가 후원한 2개의 설치작이 화제를 모으고 있는데, 비 내리는 방에서 비를 안 맞고 걸어 다닐 수 있는 ‘레인 룸’(Rain Room)과 대형 비디오 인스톨레이션 ‘다이애나 테이터’ 작품전(Diana Thater: The Sympathetic Imagination)이 그것이다.

이 외에도 아만슨 빌딩의 수많은 상설 전시장들과 해머빌딩 내 한국 미술실 및 아프리카 미술실도 모두 돌아보면 알찬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19세기와 인상파 및 현대미술 소장품들은 모두 아만슨 빌딩의 1~4층에 전시돼 있다.

LACMA 5905 Wilshire Blvd. LA, CA 90036


루이 14세 태피스트리·고대 유리전

게티 센터는 12월 한 달 동안 크리스마스인 25일을 제외하곤 휴일 없이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30분까지 관람객을 맞고 있다(평소 게티 센터는 월요일, 게티 빌라는 화요일 휴관).

또한 26일과 내년 1월2일 토요일 밤은 오후 9시까지 문을 열고 드넓은 정원을 화려하게 장식한 할러데이 라잇 불빛과 함께 낭만적인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현재 게티 센터에서는 지난 15일 개관한 ‘금으로 짜다: 루이 14세의 태피스트리’(Woven Gold: Tapestries of Louis XIV)와 루이 13~16세 시대에 만들어진 화려하고 정교한 액자들의 스타일과 디자인, 장식과 기법을 보여주는 액자전(Louis Style: French Frames, 1610-1792)이 볼만 하고, 19세기 초 은판 사진법으로 찍은 사진전(In Focus: Daguerreotypes), 일본 여성 사진작가 5인전,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의 음식문화를 살펴볼 수 있는 채색 필사본전(Eat, Drink, and Be Merry: Food in the Middle Ages and Renaissance)도 보기 드문 기획전으로 꼽힌다.

게티 빌라에서는 19세기 초 그리스를 여행한 사람들이 고대 아테네 유적을 그린 작품들을 모은 그리스 풍경 수채화전(Greece’s Enchanting Landscape: Watercolors by Edward Dodwell and Simone Pomardi)과 기원 전 2,500년부터 11세기까지의 유리제품들과 그 기술을 보여주는 고대 유리전(Molten Color: Glassmaking in Antiquity)이 열리고 있다.

Getty Center 1200 Getty Center Dr. LA, CA 90049Getty Villa 17985 Pacific Coast Hwy. Pacific Palisades, CA 90272


개관전 열기 속 31일 예약 없이 관람

지난 9월20일 개관한 ‘더 브로드’(The Broad)는 내년 2월까지 티켓 예약이 차 있고, 관람자 수가 벌써 20만명에 달하는 등을 인기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브로드 뮤지엄 역시 크리스마스 날 문을 닫고, 크리스마스이브와 뉴이어스이브에는 오후 5시까지 개관한다. 그런데 24일과 31일만큼은 티켓 예약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누구든지 먼저 오는 순서대로 박스 오피스에서 무료 티켓을 배부 받아 관람할 수 있다. 내년 3월까지 기다리기 싫은 사람은 올해의 마지막 날 일찌감치 다운타운으로 향하는 것이 좋겠다.

현대미술관인 ‘더 브로드’는 현재 개관전으로 1950년대 이후 60여명의 작품 250여점을 선보이고 있다. 앤디 워홀, 재스퍼 존스, 사이 톰블리, 에드 루섀, 로이 리히텐슈타인, 제프 쿤스, 장 미셸 바스키아 등 유명 작가들의 작품이 총망라돼 있으며, 타카시 무라카미의 대작과 야요이 쿠사마의 ‘무한 거울의 방’도 화제의 대상이다.

The Broad 221 S. Grand Ave. LA, CA 90012

<정숙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