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화로 커진 전립선이 요도 막아, 잦은 소변이 대표적 증상…50대 이상 다뇨증 3년새 63% 늘어
▶ 커피 등 카페인 음료 피해야… 맥주는 전립선 염증·부종 유발, 숨기지 말고 초기에 적극적 치료를
낮에는 8번 이상, 밤에는 2번 이상 시도 때도 없이 소변이 잦다면 전립선이 커져 생기는 전립선비대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70대 시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5년 차 며느리 백모(38)씨는 밤잠을 설치기 일쑤다. 시아버지가 잠을 자다가 소변보려고 대여섯 번씩이나 화장실을 들락거리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불에 실례까지 하게 되면서 서로 얼굴 보기가 민망해졌다. 남편은 모른 척하라고 하지만 혹시 심각한 병은 아닐지 걱정돼 시아버지와 함께 병원을 찾았다. 시아버지의 증상은 전립선비대증이었다.
▲50대 이상 남성, 다뇨증 3년 새 63% 늘어
50대에 들어서면 소변 횟수와 양이 많아진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다뇨증 환자의 절반 가량(48%)이 50대 이상이었다. 특히 50세를 넘긴 남성의 다뇨증은 3년 새 63.4%나 늘었다. 다뇨증은 소변을 낮에는 8회 이상, 밤에는 2회 이상 보는 증상이다. 야간뇨, 빈뇨 등과 자다가 본인도 모르게 소변을 흘리는 증상도 포함된다.
50대 이상 남성에서 시도 때도 없이 소변이 잦다면 전립선비대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전립선비대증은 노화로 인해 나타나는 만성 질환이다. 전립선이 커지면서 요도를 막아 소변을 제대로 볼 수 없게 된다. 야간뇨 외에도 소변이 자주 마려운 빈뇨, 소변이 갑자기 마렵거나 참을 수 없는 절박뇨, 소변본 뒤에도 찜찜한 느낌이 계속되는 잔뇨감 등이 주 증상이다.
대한비뇨기과학회에 따르면, 전립선비대증은 성인 남성의 4분의 1이 경험하고 있다. 전립선비대증은 주로 40대부터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나이 들면서 점점 악화한다. 50대 50%, 60대 60%, 70대 70% 등으로 증가한다. 전립선비대증 환자 수는 2008년 60만3,823명에서 2009년 69만9,256명, 2010년 77만2,973명, 2011년 82만6,198명, 2012년 89만8,217명으로 연 10.4% 증가율을 보였다(국민건강보험공단).
최근 5년간 전립선비대증 환자는 연 평균 10.4% 증가하고 있고, 특히 70대 이상에서 1.7배 늘어났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전립선비대증 환자, 우울증 3.8배 높아
전립선비대증은 방치하다 병을 키우는 일이 적지 않다. 특히 다른 질병과 다르게 부부 사이, 자녀, 며느리에게 터놓고 상의하기 힘든 질환이라는 점이 방치 요인 중 하나다. 이로 인해 환자들은 우울감이 점점 더 커진다.
전립선비대증은 잦은 요의나 소변이 원활치 않은 기능적 장애도 심각한 문제이지만 화장실을 자주 가야 해 외출이나 장거리 운전 등을 하기가 어렵다. 야간뇨로 인한 수면 부족도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특히 위축감과 자신감 저하 등이 동반된다. 대한비뇨기과학회 조사결과, 전립선비대증 환자의 우울증이 정상인보다 3.8배 높았다.
전립선비대증을 오랫동안 방치하면 치명적인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 간혹 잦은 소변 신호를 무시하고 억지로 참는데, 그러면 방광 수축력이 약해져 소변 보기가 더 힘들어진다. 늘어난 방광이 전립선을 압박해 통증까지 생길 수 있다. 또 요도나 방광에 염증을 일으켜 방광과 콩팥 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고, 심하면 요폐색이 된다. 발기부전 등의 성기능 장애를 일으키기도 하므로 정확한 진단과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간단한 약물요법과 생활습관 개선 중요
전립선비대증은 삶의 질과 연관돼 있는 만큼 의학적 진단을 통한 조기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초기에는 전립선 크기를 줄여 증상을 개선하는 경구용 약을 복용하는 것으로 근본적 치료가 가능하다. 식사와 상관없이 하루 1회, 한 알을 먹으면 되므로 의외로 간단하게 치료할 수 있다.
미국국립보건원 임상시험 결과, 남성호르몬을 조절해 전립선 크기를 줄여 주는 약 복용 후 수술 필요성이 64%까지 줄어들었다. 증상이 호전됐다고 약을 끊으면 다시 전립선이 커질 수 있으므로 6개월 이상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
평소 체내 수분관리 등 생활습관 개선도 중요하다. 물이나 음료의 과도한 섭취는 요의(尿意)를 더욱 증가시킬 수 있다. 이뇨작용을 일으키는 탄산음료, 커피 등의 카페인 음료도 피하는 것이 좋다. 특히 맥주는 전립선 염증과 부종을 유발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무엇보다 환자 본인이나 가족들이 질환을 부끄럽게 여기거나 숨길 게 아니라 초기에 증상을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와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윤상진 가천대 길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전립선비대증은 노화와 함께 나타나는 생활 불편함과 심리적 스트레스 등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질환”이라며 “부끄럽게 여겨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거나 민간요법 등을 쓰다가는 증상 악화와 합병증을 불러올 수 있어 초기에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고 했다. 윤 교수는 또한 “야간뇨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면 이른 시일 내 진단을 받아 경구용 약을 복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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