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주가 폭락·해외송금 강력 규제
▶ 주택구입 감소는 일시적인 현상 분석도
‘구원투수’ 역할이 끝난 것일까? 멈추지 않을 것 같던 중국인들의 부동산 구입 열풍이 가라앉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서 최근 중국인들의 부동산 구입에 대한 관심이 일시에 자취를 감췄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중국 경제 장기침체 경고에 중국인들의 해외 부동산 구입 열풍은 이제 끝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불안정한 중국 경제사정이 중국인들의 해외 부동산 구입 열풍에 오히려 김을 붓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월스트릿 저널이 최근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중국인들의 미국 부동산 구입 현황을 취재했다.
■ 당분간 ‘차가운 겨울’
상하이 주민 캐런 쉬는 올봄 마이애미에 50만~70만달러를 호가하는 침실 1개짜리 콘도미니엄을 구입할 계획이었다.
여름을 거치며 갑자기 발생한 중국 경제이상 신호로 쉬는 콘도 구입 계획을 전면 접었다.
투자 컨설팅업체 직원인 그녀는 “당분간 미국 부동산에 투자할 계획이 없다”며 “대신 약 5년 정도 더 기다리거나 그 사이 중국에 투자하려고 한다”고 계획변경 내용에 대해 월스트릿 저널과 인터뷰 했다.
중국인 전문 부동산 중개업체에 따르면 중국인들의 부동산 구입 감소 움직임은 더욱 심각하다.
200만~1,000만달러짜리 고가 주택 중개 전문인 뉴욕 소재 소더비 인터내셔널사의 대니얼 챙 브로커는 “향후 1~2년 동안 중국인 부동산 구입과 관련 ‘차가운 겨울’을 맞이할 준비가 됐다”고 월스트릿 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비장한 각오를 밝혔다.
중국인들의 부동산 구입 선호지 1위인 가주에서도 중국인 구입시장에서 찬바람이 불기는 마찬가지다.
뉴포트비치 소재 리맥스 파인홈스의 크리스티나 쇼 에이전트는 최근 그녀의 중국인 고객으로부터 부동산 구입 예산을 줄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고객은 당초 약 1,000만달러의 자금으로 뉴포트비치 지역의 고급 주택을 구입할 계획이었지만 최근 구입 예산을 3분의 1까지 낮추라고 쇼 에이전트에게 전달했다.
■ 심상찮은 중국 경제
중국인 부동산 구입 열풍에 찬물을 끼얹은 것은 ‘잘 나가던’ 중국 경제다.
지난 여름 중국 증시가 한 차례 폭락하고 최근 다시 급락장을 연출하면서 중국인 구입자들의 심경변화가 잇달았다. 지난달 27일 중국 주가가 8월 폭락장 이후 최대폭인 약 5.5%의 낙폭을 기록했다.
이 때부터 중국인들은 미국 부동산 시장에서 지갑을 닫고 돈뭉치를 다시 싸 본국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여기에 중국 위안화가 평가 절하되고 중국 당국의 불법 해외송금에 대한 강력한 규제가 본격화되면서 미국 부동산 구입 열풍이 한 순간에 사그라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톰 미첼 트라이포인트 그룹(어바인 소재 주택건설업체) 대표는 “중국 증시 폭락 이후 현재까지 수주 간 중국인들의 신규주택 구입이 뚝 끊긴 상태”라고 월스트릿 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설명했다. 중국 대표주가인 상하이 항생지수는 6월 이후 현재까지 약 38% 하락한 상태다.
LA 동부 월넛 소재 주택건설업체 쉐아의 버트 셀바 대표는 최근 투자자들에게 오렌지카운티 지역에서 중국인 수요가 ‘심각한 감소’ 중이라는 일종의 투자자문을 전달했다.
그러나 셀바 대표에 따르면 중국인 수요가 거의 말라가고 있지만 반드시 부정적인 현상만은 아니라는 것. 중국인 수요가 밀려들면서 급등한 오렌지카운티 지역의 주택가격이 안정을 유지하면 국내 실수요자 중심의 구입 수요가 다시 유입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으로 볼 수 있다.
■ 숫자로는 여전히 으뜸
중국인들의 주택 구입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음에도 구입 규모면에서는 으뜸을 차지했다. 지난 1년(올해 3월 기준) 동안 중국인(대만·홍콩인 포함)들이 동서 구분 없이 사들인 미국 부동산 규모는 약 286억달러를 넘어섰다(전국 부동산중개인협회 집계). 같은 기간 캐나다, 인도, 멕시코, 영국인들의 구입 규모에 비해 약 3~5배 수준이다.
중국인들의 주택구입 규모는 전체 미국인 구입 규모의 약 2% 수준이지만 뉴욕, 샌프란시스코, LA 등 고가 주택시장에서는 훨씬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중국인들이 주택구입에 가장 열을 올린 지역은 서부 지역으로 중국인 구입의 약 3분의 1이 집중됐다.
최근 중국인들에게 인기 지역으로 떠 오른 워싱턴주에서는 전체 중국인 구입의 약 8%가 이뤄졌고 약 7%는 뉴욕시에서 발생했다. 마이애미 중심의 플로리다 대도시 지역 역시 중국인들이 눈독을 들이는 지역으로 급부상 중이며 달라스를 중심으로 한 텍사스는 중국인 자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
■ 일시적인 현상일 뿐
중국인 주택구입 감소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중국 내 부동산 시장 상황에 비교하면 미국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매력적이어서 결국 갈 곳 없는 중국 자금이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상업용 부동산업체 CBRE의 프랭크 첸 디렉터는 “미국 내 소득이나은행계좌가 없고 거액 송금이 불가능한 구입자들을 대상으로 단기적으로 미국 내 부동산 구입이 쉽지 않을것”이라며 “그러나 기회만 되면 해외부동산 시장에 투자하려는 중국 내추세를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부동산이 보장된 저축수단이라는 믿음은 중국인들 사이에서 이미 오래 전부터 형성됐다. 미국 부동산은 투자수익 여부를 떠나 여러 면에서 중국인들의 수요를 충족해 주기때문이다.
거풍 붕괴직전의 중국 부동산과 비교할 때 미국은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부동산 시장이다.
‘같은 돈’을 지불해 훨씬 우수한 조건의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곳이 미국 부동산 시장이다.
자녀를 둔 중국인은 미국에 구입해 둔 부동산 주소지를 자녀 유학에활용하기도 한다. 불안정한 중국 내경제사정을 감안, 자금 은신처로도미국 부동산 시장이 적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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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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