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 할아버지’ 슈틸리케 휴먼 인터뷰 , 지난 39년간 항상 곁에서 지켜준 아내에 감사
▶ 아들은‘자유분방’, 딸은 가정적… 180도 달라, 처음엔 음식적응 힘들었으나 지금은 잘 먹어
울리 슈틸리케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8일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열린‘2015 송년 기자단 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전형적인 독일 할아버지였다”
대한축구협회 이용수 기술위원장은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직을 제의하기 위해 지난해 영국 런던에서 울리 슈틸리케(61) 감독을 처음 만났을 때 첫인상을 이렇게 회상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 위원장의 첫 만남을 어떻게 기억할까.
슈틸리케 감독은 8일 아산정책연구원에서 한국 대표팀 감독직을 수락한 뒤 이후 ‘한국인’으로서 살아온 14개월간의 ‘인간’ 슈틸리케에 대한 소회를 털어놨다.
그는 이 위원장에 대해 “본인이 과거에 축구를 했다는 말을 하지 않아서 그런 것도 있지만, 첫인상은 전혀 축구를 하지 않은 것 같았다”고 기억했다. 그러면서 “굳이 종목을 꼽자면 아무래도 (이 위원장이) 키가 작고 힘이 세서 체조나 태권도와 같은 무술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했다”고 웃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 위원장의 솔직함이 좋았다고 했다. 그는 “런던에서 이 위원장과 전한진 팀장을 만났는데, 두 분이 솔직하게 갖고 있는 패를 다 보여줬고 구체적인 성적을 요구하지 않아서 좋았다”고 감독직 수락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감독직을 수락하면 주변 어떤 사람과 맞춰나갈 것인가가 중요했는데,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해외 생활을 오랫동안 해온 그였지만, 처음에 한국 음식을 먹는데 다소 애로를 겪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는 “처음에 음식 적응에 힘들었다”며 “처음에는 따로 음식을 해줬는데, 지금은 가리지 않고 잘 먹고 있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외국인으로서 타국에서 생활할 때 현지 사람들이 무엇을 해주기를 기대하기보다 자기가 적응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숯불구이를 즐겨 찾는다는 슈틸리케 감독은 “한국 어딜 가나 고깃집은 맛있다. 한우가 워낙 맛있기 때문에 즐겨 먹는 편”이라며 한우 애호가가 됐다고 했다.
그는 처음으로 자신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도 꺼냈다. 아내인 도리스 슈틸리케(61)은 자신이 18살 때 만났다고 했다. 뮌헨 글라드바흐에 있을 때 학업을 마쳐야 했기 때문에 축구와 학업을 병행하면서 학교를 다녔는데, 그때 학교에서 만났다는 것이다.
이후 4년 뒤 스페인으로 가면서 슈틸리케 감독은 지금의 아내와 결혼을 했고, 현재 아들(36)과 딸(29)을 두고 있다. 그는 “39년간 아내는 항상 함께 같이 있었다”며 “축구 지도자들은 기러기 아빠들이 많은데, 아내는 항상 내 곁을 지켜줬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한편 딸 다니엘라 바스티안스는 의사인 남편과 함께 지난 4월 한국을 방문했지만, 스페인에 사는 아들 크리스티안 슈틸리케는 아직 한국에 온 적은 없다. 그는 “아들과 딸은 180도 다르다. 아들은 머리가 엉덩이까지 내려오는 등 자유분방한 생활을 하고 있다.
딸은 3~4년 전에 결혼했는데 아들은 결혼하지 않고 여자친구와 자신만의 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들은 스페인에서 윈드서핑 샵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 “아버지가 한국에서 명성을 쌓아가고 있는지는 관심 밖의 일인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자신의 어린 시절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는 “운동선수로부터의 재능은 외가로부터 물려받은 것 같다. 어머니는 핸드볼 선수였고, 외할아버지는 축구선수였는데 지역에서 나름 잘 하셨다”고 했다.
이어 “아버지는 내가 축구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함께 축구 경기를 같이 보고 다녔다. 지도자들을 찾아가거나 청탁하거나 하지는 않았고, 축구를 많이 볼 수 있게 지원해 주셨다”고 돌아봤다.
그는 또 “축구를 하느라 숙제를 못한다던지 일요일에 교회를 안가면 엄마한테 굉장히 혼이 많이 났는데, 아버지가 많이 내 편에 섰고 내가 축구를 할 수 있게 다독여주셨다”며 부모님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어 “17세까지는 프로 선수가 되겠다는 생각해 해보지 않았다”며 18세 때 독일 청소년 대표팀에 발탁되면서 프로를 생각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을 보고 뛰어야지, 돈을 쫓으면 큰 오산”이라며 “요즘에는 부모나 에이전트가 신중하지 못한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평소 시간이 날 때에는 이태원에 자주 간다. 그는 “이태원은 지리적으로 내가 있는 곳과 가깝고, 셔틀버스를 타면 한 번에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차 없이도 갈 수 있다. 가면 좋은 식당과 음식과 바도 많아서 좋은 곳들이 많이 있다”고 말했다.
또 FC바르셀로나(스페인) 경기를 즐겨본다고도 했다. 응원하는 팀이라서가 아니라 바르셀로나가 수준 높은 축구를 구사하기 때문이다. “이런 축구를 하면 축구를 모르는 사람마저도 바르셀로나 축구에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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