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드 카플(Ted Koppel)은 1979년 11월 이란 혁명으로 샤를 왕정이 회교도 신정으로 바뀐 이후 최고통치자가 된 호메이니 정부가 미국대사관을 점령하여 대사관 직원들을 억류했을 당시 인질사태를 보도해 이름을 떨친 ABC의 전직 방송인이다.
“미국이 인질로 잡힌 채 00일째”라는 제목의 심야 방송은 444일까지 계속 되다가 레이건 대통령 취임 직전에 모든 대사관 직원들이 풀려나면서 ‘ABC 나이트라인’ 이란 새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는데, 카플은 거의 처음부터 2005년까지 앵커로서 활약했다.
그가 성공에 걸맞게 메릴랜드 포토맥에 큰 저택을 소유하고 있다는 기사를 본 기억이 난다. 또한 오랜 경험 때문에 정관계에 많은 뉴스원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얼마 전 카플이 워싱턴 포스트의 오피니언 란에 “사이버 정전 암흑사태가 오기 전에” 라는 제목의 글을 실었다. 역시 여러 뉴스원들과의 대화가 밑받침해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카플은 “결론부터 시작하자면 인터넷은 어떠한 장점을 갖고 있던지 간에 또한 대량 파괴의 무기이기도 하다”라고 말한다.
널리 보도된 사이버 공격들, 예를 들면 중국이 2,200만 명의 연방정부 직원들의 근무기록을 빼간 사건, 북한이 김정은 풍자영화에 대한 보복으로 소니 영화사의 기밀을 해킹한 사건, 러시아나 우크라이나가 연루됐을 것으로 보이는 은행들에 대한 해킹 사건 등은 인터넷이 대량 파괴 무기가 될 수 있는 잠재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해 얻은 결과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또한 거의 모든 정부기관들과 기업들의 컴퓨터가 보안장치가 돼있기는 하지만 워낙 인터넷이 정보교환의 수단으로 개발된 것이라 정보를 빼내려는 쪽이 방어하는 쪽 보다 유리하단다.
해킹의 위험성은 단순히 미국 정부의 기밀정보 유출뿐만 아니라 산업 인프라와 전력망들에 까지 미치고 있다는 경고이다. 미국의 전기산업의 규제완화 조치 때문에 현재 미국에는 3,000여 전기회사들이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으며 일부는 높은 해킹보안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많은 회사들이 그렇지 못한 가운데 만일 이 기업들 중 한 곳의 보안망이 뚫려 해킹을 당한다면 나머지 기업들이 연쇄적으로 해킹을 당할 위험이 높다는 것이다.
카플이 군사와 정보 당국자들, 전직 국토부 장관과 현직 장관등 주요 인사들과 만난 결과 강조하는 내용들은 다음과 같다.
- 러시아와 중국은 이미 미국의 전력 시스템 안에 사이버(공격)수단을 심어 놓았기 때문에 전력망 전체 혹은 상당부분을 마비시킬 수 있다. - 이란 역시 미국의 전력망에 대한 해킹능력 수준이 상당하며 북한도 그 같은 목표를 향하여 노력 중이다. - 특히 국가 안전부(NSA)의 전직 최고 과학자는 IS같은 테러조직이 오래지 않아 유능한 전문가들을 고용, (미국의 전력망 공격을 위한)기구들을 갖추고 공격할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카플은 또한 공직자들의 과거 경고들을 상기시킨다. 2012년에는 당시 국방장관이던 레온 파네타가 사이버 테러리스트의 공격으로 미국 대부분의 전력 공급망이 마비되어 ‘사이버 진주만 공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2010년에는 두 명의 전직 국방장관, 두 명의 CIA국장 등이 포함된 양당의 연구단이 사이버공격으로 전력망이 마비되면 공격의 성격에 따라 몇 달 내지 2년까지도 광범위한 정전 암흑상태가 계속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경고들은 정부 관계 책임자들을 일깨워 대책을 세워야 하겠지만 연방재난관리청이나 국토안전부의 사이버 공격에 대한 대비책은 홍수, 허리케인, 눈사태 혹은 지진 등과 같은 재난 방지계획 정도의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카플은 지적한다.
카플이 전직 국토안전부장관 자넷 나폴리타노 여사에게 사이버공격으로 가능한 미국의 전력망 마비 정도에 대해 질문하자 “80~90%”라고 대답했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적절한 대응책이 없다는 것이다.
미국의 전력망이 사이버 공격에 노출되어 있는 위험과 현재 이 같은 공격에 대한 대처방안의 부재에 대해 미국 정계와 사회가 대화를 시작할 때라는 테드 카플의 지적은 귀담아 들을 만하다. 제발 IS 같은 테러집단에 사이버 공격 전문가들이 매수되어 대규모 암흑상태가 오지 말아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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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선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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