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싸움 구경을 좋아하는 주 나라 임금이 기성자라는 당대 제일의 조련사에게 힘이 세고 사납게 생긴 닭 한 마리를 보내 최고의 투계로 만들도록 명령했다.
열흘쯤 지나 자신의 닭이 얼마나 사나워졌는지 궁금한 왕은 싸우기 충분한지 물었다. 아직 멀었습니다. 자신의 힘만 믿고 교만하여 자기가 최고인양 허세가 가득 합니다. 기성자의 말을 듣고 돌아간 왕은 10일 후에 찾아와 다시 물었다. 닭이 싸우기 충분한가?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상대방의 소리와 그림자에 너무 쉽게 반응하여 무조건 덤벼들려 합니다.
다시 열흘이 지나고 똑같은 질문을 받은 기성자는 먼저 공격하지는 않는 수준은 됐지만 상대를 노려보는 눈초리가 너무 매서워 아직은 투계로서 적합하지 않다고 대답했다. 다음 10일 후 왕이 다시 물었다. 이제 싸우기 충분한가? “예” 도대체 어느 정도 경지에 이르렀는가? 상대방이 소리를 질러도 아무 반응을 하지 않으며 어떤 위협에도 평정을 유지해 마치 목계처럼 보입니다. 장자의 달생편에 나오는 내용이다. 삼성그룹 창업자인 이병철 회장께서 나무로 만든 닭을 집무실에 놓고 ‘목계지덕’의 교훈을 새겼다는 일화가 있다.
요즘처럼 경쟁이 치열한 환경에서 기업하면 떠오르는 연관 단어는 공격이 아닐까 싶다. 같은 시장에서 한정된 고객을 상대로 상품을 판매하는 기업이 공세적 자세를 취하는 건 당면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뺏고 빼앗기는 고지전을 방불케 하는 기업 간 마케팅 전쟁이 지속되면 경쟁사에 대한 반감과 증오심도 그만큼 커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삼성과 애플의 법정 싸움에서 보았듯 라이벌 관계에 있는 회사 일수록 그 강도는 극에 달해 작은 허점만 보여도 소송으로 몰고 가 보복하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며칠 전 한국 검찰은 삼성전자의 라이벌 회사인 LG전자 사장에게 징역 8개월을 구형했다. 유럽에서 열린 가전쇼에 전시된 삼성전자의 세탁기를 부셔 영업을 방해했다는 혐의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수십 명의 삼성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눈 깜짝할 순간에 세탁기를 부셔버린 LG전자 사장의 능력과 배짱도 대단하지만 그렇게 쉽게 망가진 세탁기의 내구성은 더욱 놀라울 뿐이다. 양사의 위상과 규모로 본다면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한 치의 양보 없이 법정으로 끌고 간 모습에서 서로 간 앙금이 얼마나 크고 깊은지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전쟁에서 이기는 방법을 기술한 손자병법에서 강조한 첫째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과 마지막은 “불리하면 도망가라”는 것이다. 수많은 전투를 경험한 전쟁 전문가의 결론은 싸우지 않는 것이 최상이며 싸움은 마지막 수단임을 일깨워주는 가르침이다. 13세기 초 징기스칸의 군대가 중국에서 헝가리에 이르는 대부분의 문명 세계를 정복할 때 가능한 전투를 회피하는 원칙이 있었다. 아무리 약한 군대와 싸워도 전력손실은 불가피하며 상처를 회복하는데 물리적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는 명분과 체면에 집착한 나머지 무모한 전투로 아까운 병사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나약한 조선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임금을 비롯한 대신들은 안전한 곳으로 도망 다니는 마당에 후퇴하는 장수는 비겁하다 힐난하고 상황이 불리해 싸우지 않는 지휘관은 겁쟁이라 비난했다. 심지어 해군 수장인 통제사를 불러다 병사들이 보는 앞에 볼기를 치는 한심한 작태도 서슴지 않았으며 이에 망신을 당한 원균이 대책도 없이 공격하다 조선 수군을 전멸시킨 역사는 교훈을 주기에 충분하다.
한국비료 사카린 밀수사건으로 삼성이 위기에 빠졌을 때 이병철 회장이 박정희 대통령 앞에 무릎을 꿇고 선처를 구하는 장면이 드라마로 방영된 적이 있었다. 삼성 측에서 사실이 아니라고 즉각 반박을 했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그 장면에 큰 감동을 받았다.
인간에게는 분명 지켜야 할 명분이나 자존심이 있지만 경영자는 성공이 자존심이고 명분이라 믿기 때문이다. 개인의 자존심과 명분에 집착해 국가나 조직을 위기에 빠뜨린 리더가 비겁하고 약한 사람이지 싸움을 피한다고 약하거나 명예가 더렵혀지지 않는다. 감정에 휩싸여 싸우긴 쉽지만 분함을 참을 수 있는 건 진정으로 강한 자만이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경쟁 관계에 있는 사이일수록 쓸데없는 감정에 휘둘리기 쉽다. 화가 나는 일이 있어도 상대의 감정을 건드리는 언행을 삼가하고 또한 경쟁자의 공격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말라. 참는 건 잠깐이지만 싸우면서 입은 상처는 매우 오래간다.
<
터보에어 그룹 회장>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