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11일은 당신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글쎄’라는 게 대부분의 사람들이 보이는 반응이 아닐까. ‘9월11일’은 그러나 21세기 들어와서 상당수 사람들에게 그 의미가 달라졌다. 9.11사태, 이슬람 근본주의 테러집단 알 카에다의 대대적 테러공격이 전개된 이후에는.
이 ‘9월11일’은 많은 이슬람이스트들에게도 오랜 기억으로 새겨져 있는 날이기도 하다. 1638년 9월11일. 그 운명의 날을 결코 잊지 못하기 때문이다. “만일 그 때 샤를 마르텔이 이슬람제국의 침공을 막아내지 못했더라면 옥스퍼드는 회교 경전이나 학습하고 연구하는 곳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로마제국 쇠망사’를 쓴 에드워드 기번의 말이다.
그 때는 A.D. 732년이다. 전 중동지역을 석권한데 이어 북아프리카를 정복했다. 그 여세를 몰아 스페인을 점령하고 피레네산맥을 넘어 침공했다. 노도같이 밀려드는 이슬람제국의 공세에 유럽은 풍전등화의 위기를 맞은 것이다.
그 이슬람제국의 공격이 저지됐다. 샤를 마르텔이 이끄는 프랑크 군이 침공군을 격퇴한 것이다. 그 전투가 투르-푸아티에 전투로 이로써 유럽의 기독교문화권은 이슬람제국에 완전 잠식되는 사태를 모면한 것이다.
그러나 이로 끝난 것이 아니다. 이 후 유럽은 두 차례나 이슬람세력으로부터 심각한 위협을 맞이하게 된다. 레판토 해전이 두 번째 위기다. 그 마지막은 2차 비엔나 포위전이다.
1683년 3월 오스만트루크제국은 오스트리아 침공에 나섰다. 1682년 트루크제국의 실력자 카라 무스타파는 술탄 메흐메트 4세에게 합스부르크 제국을 공격하도록 진언했다. 이에 따라 메흐메트 4세는 30만의 대병력을 동원하고 카라 무스타파를 사령관으로 임명, 유럽 원정에 나선 것이다.
발칸반도가 이슬람 군의 말발굽에 짓밟혔다. 이어 부다페스트가 함락됐다. 그해 7월 이슬람 군은 마침내 합스부르크 제국의 수도 비엔나를 포위하기에 이르렀다. 그러기를 두 달여. 농성 군이 맞은 상황은 절망적이었다. 구원군은 오지 않고 식량마저 다 떨어진 것이다.
노예가 되느냐, 죽음인가. 절체절명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 때, 그러니까 비엔나성이 함락되기 직전 구원군이 뒤늦게 도착했다. 그리고 마침내 반격이 시작됐다. 그 때가 1638년 9월11일이다. 폴란드 왕이 이끈 경기병의 기습으로 무스타파의 트루크군은 궤멸적인 타격을 입고 비엔나는 함락을 면하게 된 것이다. 그 1638년 9월11일과 12일 양 일 간의 전투 이후 오스만트루크제국은 급격히 쇠락의 길을 걷게 되고 1차 세계대전 후 해체되고 만다.
우연의 일치일까. 아니면 그 날을 결코 잊지 않고 318년 후 그날, 2001년 9월11일을 기해 대대적 테러공격을 감행했던 것일까.
“이슬람이스트들에게 있어 알라를 위한 세계정복은 결코 잊을 수 없는, 아니 잊어서는 안 되는 지상명령이다. 그런 그들에게 있어 9월11일 역시 결코 잊을 수 없는 날일 것이다.” 가톨릭 신학자 마이클 노박이 일찍이 한 말이다.
“2001년 9월11일과 함께 전 세계는 새로운 폭력의 시대를 맞았다. 21세기의 30년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유러피안’지의 악렉산더 괴르라흐의 진단이다.
그에 따르면 9.11사태는 단지 하나의 전주곡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베이루트에 이어 파리, 또 말리에서 전개된 동시다발 연쇄테러도 다름이 아니라는 거다.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세력이 결코 패퇴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진단과 함께 상당히 암울한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알 카에다. 보코 하람, 이슬람국가(IS) 등 이슬람 종말주의에 사로잡힌 이 광신적인 죽음에의 컬트세력과의 전쟁은 앞으로도 상당히 길어지고 또 그 희생자도 계속해 늘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는 것이다.
더 불길한 것은 유럽은 더 이상 평화와 인류 이상(理想)의 유럽으로 머물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렇지 않아도 금융위기로 ‘하나의 유럽’이라는 거대한 실험은 실패로 끝날 공산이 크다. 거기다가 덮친 게 난민문제에, 테러리즘이다.
경제가 흔들린다. 사회시스템이 무너진다. 난민이, 테러리즘이 몰고 온 충격파다. 위기의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이 덮치면서 시리아 사태를 진원지로 한 이 거대한 난민의 행렬, 그리고 테러리즘은 자칫 유럽이 맞은 ‘이슬람 세력으로부터의 네 번째 위협’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 것이다.
유럽이 맞은 이 위기를 노박은 그러나 다른 각도에서 바라본다. 한 때 기독교 교회 그 자체였다. 그 유럽에서 우후죽순처럼 생기는 것은 이슬람 사원 모스크다. 그리고 금요일이면 모스크를 찾는 사람 수가 일요일에 교회를 가는 사람 수를 크게 웃돌고 있다.
위기는 바로 여기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맞는 지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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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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