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신에 관대한 업주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 허핑턴포스트는 엄격한 복장규정으로 ‘악명’을 날리던 샌드위치 체인점인지미 존스(Jimmy John’s)가 문신에 관한 회사 내규를 완화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지미 존스는 카키색 유니폼의 색도는 물론 구두 밑창의 색깔까지 지정해종업원들의 원성을 샀던 업체다.


지미 존스의 경영진은 내부 열람 메모를 통해 “얼굴이나 목을 제외한 인체의 다른 부위에 약간의 먹물을 집어넣는 것은 괜찮다”고 밝혔다.

물론 “저급한 느낌을 주어선 안 되고 섹스와 마약을 암시하는 내용이나 욕설 등을 새겨 넣은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맨 끝에 사족처럼 집어넣은 단서조항도 재미있다. 내부 열람 메모의 마지막 구절은 “집에서 어머니가 못마땅해 하는 문신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옷으로 모두 가려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미 존스의 제한적 문신 허용 결정은 스타벅스와 펫스마트와 같은 다른 소매업체들이 태투에 관한 내부방침에 변화를 준 것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스타벅스와 펫스마트는 지난해 “외설스럽거나 흉하지 않은 적당한 문신은 허용한다”며 기존의 절대불가 방침에서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민간 소매업계뿐 아니라 미 육군도 올해 초 문신관련 규정을 완화, 얼굴을 제외한 신체부위에 먹물을 아로새긴 신병 지원자들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사실 문신을 바라보는 기성세대의 눈길은 그리 부드럽지 않다.

특히 나이든 사람들에게 문신은 지저분하고 너절한 범법자의 부적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젊은이들의 시각은 다르다. 이들은 문신을 개성적인 자기 표현으로 간주한다.

문신을 선호하는 젊은이들이 급속히 늘어나자 업주들도 여기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문신을 취업 결격사유로 내세우다간 종업원 구하기가 힘들어질 것이라는 현실적 판단을 내린 셈이다.

퓨리서치 센터의 2010년도 조사결과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에 속한 젊은이들의 거의 40%가 몸에 문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들 중 절반 가까이가 2개에서 5개 사이의 문신을 지녔다고 대답했다.

아직은 소수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문신을 한 직장인들이 간부대열에 합류하기 시작하면서 먹물 친화적인 정책에 조금씩 힘이 실리고 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텍사스 A&M 대학 코퍼스-크리스티 캠퍼스의 법학교수인 브라이언 엘즈웨이그는 “특히 요식업계에서는 문신에 대한 제한이 확실하게 완화됐다”고 지적했다.

문신과 관련한 직장내부의 법적 이슈를 집중 연구한 엘즈웨이그 교수는 “겉으론 잘 드러나지 않을지 몰라도 몸에 먹물을 새긴 사람들이 관리자 대열에 속속 합류함에 따라 이전에 비해 훨씬 문신 친화적인 기업문화가 움트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임원그룹에 편입된 ‘문신’들은 그들의 몸에 잉크를 넣었다는 사실을 숨길 수도 있지만 내부 관련규정을 완화하는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경기회복과 맞물려 노동시장의 인력수급이 빠듯하게 돌아간다는 점도 소매업체들과 패스트푸드점들이 경쟁적으로 까다로운 복장규정을 완화한 중요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과도한 복장제한은 양질의 노동력을 확보하는데 걸림돌이 될 뿐이라는 인식이 업주들 사이에 자리 잡아가고 있다는 뜻이다.

지난 6월 월마트는 일터로 입고 오는 바지에 대한 종업원들의 선택권을 확대했고 의류소매 업체인 애버크롬비 & 피치도 올해 초 일반에 널리 알려졌던 엄격한 복장규정에 손질을 가했다.

지미 존스의 결정은 웹사이트인 코워커닷오그(coworker.org)를 통해 진행된 청원운동의 결과라는 시각도 있다.

거의 9,000명의 노동자들이 직장에서의 복장규정 완화를 요구하는 온라인 서명운동에 참여했는데 이 중 4,600명이 지미 존스의 직원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10월 스타벅스 근로자들은 눈에 뜨이는 문신을 허용해 달라는 서명운동을 벌여 성공을 거두었다.

코워커닷오그의 청원 캠페인은 스타벅스 종업원들의 유사한 서명운동 결과에 자극을 받아 이루어진 것이다.

지미 존스의 종업원들은 “우리의 개별성을 표현하도록 허용해 달라는 것이 부당한 요구인가?”라는 질문을 캠페인 구호로 내걸었다.

그러나 앞으로 점차 많은 기업들이 문신 제한을 완화한다 해도 “약삭빠른” 젊은이들은 섣불리 행동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억지춘향’격으로 문신을 해도 좋다는 고용주의 허락을 얻어냈다 하더라도 일단은 보스의 눈치를 살펴가며 관망세를 취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최근 탬파대학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서베이에 참여한 학생들의 86%는 눈에 뜨이는 곳에 문신을 새긴 사람은 비문신자에 비해 취업하기 더 힘들 것이라는 견해를 표명했다.

또한 이와 거의 비슷한 비율의 응답자들은 “만일 문신을 하게 된다면 다른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도록 옷으로 감출 수 있는 곳에 하겠다”고 대답했다.


<김영경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