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퇴연령 13년 후퇴 이유는…학비 융자 3만5,051달러로 껑충, 10년간 4,239달러씩 상환 허덕
▶ 치솟는 렌트비에 임금은 제자리, 노후 대비 투자할 여력 없어
화려하건 초라하건 커리어의 결승선은 은퇴다. 아무리 힘들어도 제각각 일정한 시간을 달리고 나면 모두가 결승선에 도달하는 것이 ‘사회적 표준’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예상치 못했던 경비와 치솟는 제반비용으로 인해 은퇴에 이르는 길은 멀고도 험해졌다.
최근에 작성된 금융전문회사 너드월렛(NerdWallet)의 보고서는 올해 졸업하는 대학생들은 75세가 되어야 겨우 은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오늘날 평균 은퇴연령인 62세와는 무려 13년의 차이가 난다.
이들의 결승선을 멀찍이 뒤로 밀어놓은 첫 번째 이슈는 눈덩이처럼 부풀어 오른 학비 융자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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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신규 대졸자의 평균 학비 대출금은 3만5,051달러로 불과 3년 전의 2만9,400달러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
반면 신규사원의 초임은 2012년 이후 1,200달러 정도가 오르는데 그쳤다.
대학 졸업장이 취업의 기본요건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가운데 등록금 인상률은 임금과 물가 성장률을 제친 채 성큼성큼 앞서 달리고 있다. 이런 와중에서 누적된 학자금은 1조2,000억달러 고지를 찍었다. 크레딧카드 빚의 총액보다 많은 액수다.
너드월렛에 따르면 평균적인 학자금 상환 플랜은 이자를 합쳐 매년 4,239달러를 10년에 걸쳐 갚게 되어 있다.
너드월렛은 학비상환으로 인해 신규 대졸자들은 평생에 걸쳐 비축할 노후 대비 자금 가운데 3분의 1을 까먹게 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향후 50년에 걸쳐 평생 투자수익 잠재력이 68만4,000달러가량 줄어들 것이라는 얘기다.
취업 후 수입의 일부를 장기적으로 투자해 은퇴자금을 늘려가는 것이 아니라 투자금으로 활용해야 할 돈을 당장 급한 학비 대출금 상환에 투입함에 따라 발생하는 현상이다.
두 번째 큰 이슈는 전국적인 렌트비 상승추세다. 렌트비 상승속도는 임금인상률을 앞지른 지 오래다.
미 전역의 렌트비는 2012년 이후 평균 11% 상승했다.
렌트비 인상바람은 신규 대졸자들이 기본경비를 커버하기 위해 더 많은 지출을 해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되면 당연히 노후 대비 투자를 위한 종자돈이 줄어들게 마련이고 어쩔 수 없이 은퇴를 미룰 수밖에 없게 된다.
월스트릿에 대한 신뢰감이 떨어진 것도 올해 대학문을 나서는 졸업생들이 75세까지 연령을 미뤄야 하는 주요 이유 가운데 하나다.
밀레니얼 세대는 리세션의 악몽을 완전히 떨쳐내지 못한 상태다. 금융시장과 주식시장을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들은 투자를 기피한 채 필요 이상의 현금을 쥐고 있다. 현금을 놀리면 평균 투자소득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뿐만 아니다. 투자에 대한 보수적인 접근법을 고수할 경우 노후자금 증식에 걸리는 시간이 늘어나 결국 은퇴를 미루게 된다.
너드월렛은 올해 대졸자들이 62세에 은퇴하기 위해선 매년 수입의 20%를 저축해 투자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비해 기성세대는 연간 수입의 6%만 꾸준히 저축하고 투자하면 62세에 은퇴가 가능하다.
상황이 호전될 기미는 없다. 교육의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대학 학비는 고공행진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금리는 인상될 것이고, 이로 인해 모기지 이자가 올라가면 주택구입을 미루고 렌트를 찾는 수요가 늘어날 것 또한 정한 이치다. 결국 수요와 공급의 시장원칙에 따라 렌트비가 올라간다.
모기지나 렌트비 등 일부 비용은 신규 대졸자들의 통제권 밖에 위치한다. 하지만 돈을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이 아주 없지는 않다.
첫 번째 방법은 렌트비를 절약하기 위해 적당기간 부모 집에 얹혀 사는 것이다. 이렇게 줄인 렌트비를 장기투자에 투입하면 은퇴자금 비축에 상당한 도움을 받게 된다.
고용주가 제공하는 401(k) 플랜의 본인 적립액을 최대화하는 것도 장기적으로 큰 힘이 된다. 401(k)는 본인 적립금에 대해 고용주가 일정비율까지 매칭을 해주는 것이 최대 장점이기 때문에 가능하면 매칭 상한선까지 적립금을 끌어올리는 것이 좋다.
62세 은퇴를 가능케 만드는 방법은 이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개인의 이름으로 개설된 증권 회사의 위탁계좌(brokerage account)로 투자를 하게 되면 주식이나 옵션 혹은 뮤추얼펀드를 팔 때마다 세금에 노출된다.
저소득자의 장기 자본소득세(capital gains tax)는 0%다. 하지만 위탁계좌의 장기자산을 팔면 장기 자본소득세로 15~20%를 지불해야 한다. 따라서 온전히 세금을 피하려면 로스 IRA 계좌를 오픈하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다.
로스 IRA를 이용하면 평생 세금걱정 없이 자금을 불려나갈 수 있다. 전통적인 IRA와 마찬가지로 로스 IRA는 70.5세 이후 최소의무 인출액을 요구하지 않는다. 또한 로스 IRA에는 더 이상 적립이 허용되지 않는 시점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다음으로 중요한 질문은 어디에 투자를 하느냐는 점인데 일단 주식시장을 생각해 봄직하다.
주식은 역사적으로 평균 8%의 수익률을 올렸다. 물론 경기 대침체(리세션) 등으로 주식시장이 한때 갈 짓자 행보를 보인 것이 사실이지만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괴거의 실적이 미래의 보장이 될 수야 없지만 1950년부터 2014년 사이 S&P 500지수가 10% 이상 하락했던 33차례의 시장조정은 활황세가 돌아오면서 대부분 손실을 만회했다.
우량주를 선택해 장기간 인내를 갖고 쥐고 있다 보면 8% 정도의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젊은 투자자들이라면 실수를 만회하고 조정을 가할 시간이 충분한 만큼 성장주에 초점을 맞춘 공격적인 투자접근법을 고려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예산관리도 신규 대졸자들이 익숙해져야 할 중요한 도구다. 월별 예산을 짜게 되면 현금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저축의 효율성을 높여준다.
신세대는 자유시간을 이용해 상당액의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 예컨대 기타 교습을 해준다거나 신문과 잡지에서 쿠폰을 오려놓는 버릇을 들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애완동물 돌봐주기와 거라지 세일을 통해 싸게 구입한 물건을 온라인에 내놓아 되파는 것도 투자금을 늘리는 효과를 가져 오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은퇴연령을 앞당기는데 기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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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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