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비앙대회 이어 두 번째 울음…내년 올림픽서 좋은 성적이 최우선 목표
▶ 우즈·소렌스탐 등 골프 황제·여제 옆에 내 이름이 있어 영광스러워
미국여자프로골프 투어 올해의 선수로 선정된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가 22일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 직후 트로피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AP)
22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최종전인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 대회 4라운드가 끝난 미국 플로리다 주 네이플스의 티뷰론 골프장(파 72·6천540야드) 18번 홀.
중계 방송사의 카메라는 우승자 크리스티 커(미국)가 뛴 마지막 챔피언 조를 비췄지만, 스포츠전문 채널 ESPN의 ENG 카메라는 이미 경기를 마치고 스코어 카드를 제출한 리디아 고(18)를 집중해서 찍었다.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는 커의 우승 여부와 상관없이 '올해의 선수'로 결정됐다는 소식을 전하던 친언니와 포옹하면서 감격의 눈물을 쏟았다.
그러고는 자신 앞에 도열한 카메라와 여러 취재진을 향해 "아이라이너(눈썹 그리는 화장품) 없느냐"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울어서 눈썹 화장이 지워지자 아이라이너를 찾은 리디아 고는 이내 "(화장이 지워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화장이 번진 상태지만, 해맑은 미소로 인터뷰에 임했다.
이 대회에서 11언더파 277타를 쳐 공동 7위에 오른 리디아 고는 올해의 선수 포인트에서 총 280점을 획득해 278점에 그친 박인비(27·KB금융그룹)를 따돌리고 올해 최고의 선수의 영예를 안았다.
또 총상금에서도 올해 280만 802달러를 벌어 박인비(263만 11달러)를 17만 달러 이상 앞섰다.
시즌 전체 성적을 바탕으로 1위에게 보너스를 주는 '레이스 투 더 CME 글로브'에서도 2년 연속 1위를 차지해 가욋돈 100만 달러도 따로 챙겼다.
우승은 커에게 넘겼지만, 올해의 선수·상금왕을 놓고 벌인 박인비와의 경쟁에서 모두 이긴 리디아 고는 2013년 10월 프로로 데뷔한 이래 2년 만에 세계 최고 선수들의 무대인 LPGA마저 정복했다.
지난 9월 에비앙 챔피언십 골프대회에서 우승해 사상 최연소 메이저대회 우승 기록을 새로 쓰는 등 리디아 고는 시즌 5승을 거뒀다. 남자들의 경연장인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와 LPGA 투어를 통틀어 최연소 10승을 달성하는 등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이번 대회 최고의 스타로 매일 공식 기자회견장에 나오면서도 단 한 번도 찡그리지 않고 즐겁게 인터뷰를 한 그는 올해 목표를 모두 달성한 이날, 더욱 환하게 빛났다.
그는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확정하는 버디 퍼트를 했을 때 눈물을 보였는데 오늘도 좀 울었다"면서 "아주 긴 시즌이었고 좋은 일도 있었지만, 힘든 일도 있었기에 그런 생각이 나서 눈물이 저절로 나왔다"고 했다.
특히 올해의 선수 수상에 큰 의미를 뒀다.
리디아 고는 "이번 주를 시작할 때 여러 상 중에서도 올해의 선수상을 갖고 싶다고 말했는데 막상 그 상을 받게 됐다는 말을 들으니 좀 더 감정이 벅차올랐던 것 같다"고 했다.
미국 골프 전문가들은 메이저대회를 14차례나 정복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0·미국)의 18세 무렵보다 리디아 고의 기량과 성적이 월등하다고 극찬하고 있다.
그럴 때마다 리디아 고는 "타이거와 비교할 정도가 아니다"라며 손사래를 쳐왔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리디아 고는 "여전히 내가 타이거와 비교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인비 언니 등 잘 치는 선수들이 많은 상황에서 내가 과연 올해의 선수상을 받아도 되는지 되물었다"고 겸손해했다.
그러면서 "다만 인비 언니, 원조 골프 '여제'인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 타이거 우즈, 조던 스피스(미국) 등 대단한 선수들의 이름 옆에 내 이름이 거론된다는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하고 이것을 계기로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LPGA 투어 우승 상금과 별도로 시즌 1등 보너스를 2년 연속 획득한 것에 대해서도 리디아 고는 만족감을 보였다.
그는 "PGA 투어 선수들에게도 보너스 1천만 달러를 주는 페덱스컵 대회가 있듯이 보너스 100만 달러를 주는 '레이스 투 더 CME 글로브'가 작년에 생긴 뒤 LPGA 투어가 좀 더 흥미진진해진 것 같다"고 했다.
모든 투어 대회 성적이 집계되기 때문에 어느 한 샷도 허투루 칠 수 없다는 의지가 선수들 사이에 자리 잡아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는 뜻이다.
이 보너스를 2년 연속 가져온 리디아 고는 "특별해서 더욱 좋다"면서 "나를 지원해준 우리 팀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며 지인들에게 고마움을 건넸다.
스무살도 되기 전에 LPGA 투어를 평정한 리디아 고에게 남은 목표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다.
그는 "골프가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됐다는 뉴스를 들었을 때부터 정말 참가하고 싶다고 생각했다"면서 "언론과 팬, 선수 모두 관심이 많은 만큼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게 내년 첫 번째 목표이고, 메이저대회에서 꾸준한 성적을 내는 게 두 번째 목표"라고 힘줘 말했다.
리디아 고는 뉴질랜드 국적으로 올림픽에 출전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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